이 영역을 누르면 첫 페이지로 이동
rainism 블로그의 첫 페이지로 이동

rainism

페이지 맨 위로 올라가기

침묵의 거리에서 - 책임의 분산, 그리고 방관자들

rainism

침묵의 거리에서 - 책임의 분산, 그리고 방관자들

  • 2017.01.09 19:00
  • 文化革命/책! 책! 책 좀 읽자!
침묵의 거리에서
책임의 분산, 그리고 방관자들
원제 : 沈黙の町で
발행일 : 2014.2.25
펴낸곳 : 민음사
지은이 :오쿠다 히데오 奥田英朗
옮긴이 : 최고은
총 2권 | 양장본 | 376+344쪽 | 195*135mm
ISBN : 978-89-37488-92-4 / -93-1
원가 : 각 12,000원


운중 도서관에서 대여
2016. 12. 24 ~ 2017. 1. 8

이전의 위트는 어디론가 가고 없다.
"오쿠다 히데오의 새로운 최고 걸작, 탄생!" 이라고 책의 띠지에 쓰여 있지만, 이 책은 아무래도 오쿠다 히데오의 특성을 잘 나타낸 작품은 아니다.

전작들에도 사람이 죽거나 하는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이 소설은 아무도 남아 있지 않은 중학교의 구석진 곳에서 한 중학생 나구라 유이치가 죽은 채로 발견되면서 음울한 분위기로 시작한다. 자살이나 사고를 의심할 즈음에 몸에서 다른 종류의 상처가 발견되면서 학교 폭력에 의한 타살이 아닌가 하는 새로운 의심이 추가되고, 여기에 연루된 동급생들의 이야기가 더해지면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사건의 심각성 때문일까, 아니면 더욱 효과적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기 위함일까. 이 소설의 문체는 담담하게 사건을 둘러싼 인물들의 이야기를 펼침에 있어서 기존과 같은 위트는 찾아볼 수 없다.

게다가 이미 사건을 벌어진 채로 이야기가 시작되었기에 사건의 절정으로 치닫는 속도감도 덜하다. 결론적으로 기존의 작품들에 비해서 속도감이나 몰입감에 있어서는 그 매력이 덜한 작품이다.

모두들 말을 하고 있으나, 모든 것을 말하고 있지 않다.
당직 선생이 나구라의 시신을 처음 발견한 곳은 운동부 건물 옆에 있는 은행 나무 아래이다. 평소 담력 시험과도 같이 지붕에서 뛰어 잡고 내려오는 은행 나무이다. 혹시나 아무도 없을 때 나구라가 혼자 뛰다가 실족하여 사고를 당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사실은 바람으로) 조사하였지만, 추가로 드러나는 정황과 증언에 따라 가능성은 확장된다. 나구라의 등에 수없이 보이는 꼬집힌 멍은 평소 이지메가 있었다는 증거이고, 이 폭력을 견디지 못한 나구라의 자살이라는 관점과 폭력을 행사하는 아이들의 강압에 의한 사고와 타살 중간 즈음의 사건이라는 관점이 추가된다.

학교 폭력의 가해자로 지목된 아이들이 나오면서 사건의 전말을 쉽게 유추할 수 있는 방향으로 흘러 가다가, 가해자로 지목된 아이들의 부모, 피해자인 나구라의 부모, 그리고 나구라와 같은 반의 학생들과 여자 아이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듣는 선생과 경찰, 검사, 그리고 지방지의 기자의 시각이 더해지면서 이야기는 처음의 단정보다는 다양한 방면으로 고려해 볼 것이 생긴다.

그렇다고 사건의 진실에 접근하려는 추리소설은 아닌만큼, 사건의 전말이 무엇인지에 천착하기 보다는 그 사건을 둘러싼 등장 인물들의 상황과 심리, 그리고 그들의 증언 혹은 이야기가 이 사건의 전말과 어떻게 엮여 있는지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좋을 것이다.

2권부터는 등장 인물들의 이야기에 덧붙여 사건이 일어나기 이전에 나구라를 둘러싼 인물들과 여러가지 사건들을 보여주면서 나구라가 죽었던 그 날의 사건에 점점 접근해 가지만, 그 정보를 많이 제공하면 할 수록 사건의 원인에 접근하는 것과는 반대로 주변의 인물들이 그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이 점점 실제 원인에서 멀어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부분이 이 소설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나구라에 대해 가지는 감정과, 자신들이 알고 있는 사실을 바탕으로 구성한 그날의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로 인하여, 이 사건에 대해 증언하는 인물들은 모두 각자의 사정으로 각자의 시각에 맞는 이야기만을 하게 하고, 이로써 타자였던 경찰과 검사는 사건의 진실에 접근하지 못한다.

누구 하나 이 죽음에 책임이 없는 사람도 없지만, 누구 한 명이 이 죽음에 책임을 저야 하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100%의 악도, 100%의 정의도 없다는 작가의 말과 유사하게, 100%의 책임도, 100%의 무책임도 없는 것이 비록 이 사건 뿐 아니라 현실의 많은 크고 작은 사건들에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모든 사건에 방관자가 되어 스스로를 지켜 나가는 것이다.

  오쿠다 히데오 작품집  

Girl - 남성 작가가 보는 여자의 마음이란
오쿠다 히데오는 단편보다는 장편에서 더 매력이 드러난다고 했는데,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읽은 이 작가의 소설은 모두 장편 아니면 단편 연작이었지, 이렇게 단편은 처음이다.

한밤중에 행진 - 하이스트에서 슬랩스틱으로
요코겐과 미타 조지가 야쿠자 후루야의 도박장에서 돈을 빼 내기려는 계획으로 시작된 것이 크로체가 끼어 들면서 시라토리의 10억엔을 탈취하는 거대 프로젝트가 되는데, 여기에 중국인 패거리까지 끼어들면서 하이스트 장르가 될 것 처럼 진행되더니, 결국은 슬랩스틱 코미디로 마무리된다.

방해자 - 교코는 어떻게 범죄자가 되었나
이제 슬슬 오쿠다 히데오의 책도 끝을 향해 달려간다. 아쉬운 것은 단편에 매력을 가지고 있는 작가인데 이제 장편 몇 편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끝까지 달려가 보자.

오 해피데이 - 사소하지만 소중한 행복
바로 이전에 읽었던 'Girl' 과 같이 가정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사건(?)에서 느껴지는 행복을 공통된 주제로 한 단편이다. 이 역시 연작이라고 할 수는 없고 같은 주제를 한 단편집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연장전에 들어갔습니다 - 경기보다 관중석을 향하는 시선
이 책은 1992년부터 1999년까지 잡지 모노 Mono 에 실린 에세이 '스포츠 만화경' 의 모음집이다. 책을 처음 펼치는 순간 소설이 아니어서 실망을 하긴 했지만, 올림픽을 주제로 글을 쓴 주제에 올림픽 경기에 대해서는 별로 얘기하지 않고...

꿈의 도시 - 드디어 다들 만나는구나.
'소문의 여자'는 전 에피소드를 걸쳐서 이토이 미유키 라는 여자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건의 연속을 모은 소설이라고 하겠지만, 이 꿈의 도시는 유메노 ゆめの 라는 가상의 작은 도시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건의 연속을 모은 소설이라고 하겠다.

야구를 부탁해 - 제목 그대로 쓸모는 없지만...
책의 제목이나 인터넷 서점의 책 소개란에 있는 대로 내용은 은근 야구 오타쿠인 작가 오쿠다 히데오의 야구 관전 르포이다. 야구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주제이지.

소문의 여자 - 너나 잘 하세요
전 에피소드를 걸쳐서 이토이 미유키라는 여자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건의 연속이긴 하지만, 작가 스스로도 밝혔듯이 이 소설의 주인공은 미유키가 아니라 미유키를 둘러싼 지방의 작은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쥰페이, 다시 생각해! - Don't think twice, it's alright.
우선 재미있다.... 그리고 슬프다... 덧붙여 잉여로움.

무코다 이발소 - 여전히 유쾌한 주인공들
과연 이 작품은 정감어린 시골 마을의 마음 따뜻한 주민들 이야기일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하나, 달리 더 복잡하게 들여다 보고 싶은 마음은 생기지 않는다. 오쿠다 히데오의 다른 많은 작품에서와 같이 사람들은 여전히 유쾌하며 낙관적이니까 말이다.

이 글은 (새창열림) 본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규칙 하에 배포할 수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Creative Commons 라이선스를 확인하세요.
본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댓글

댓글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이 글 공유하기

  • 구독하기

    구독하기

  • 카카오톡

    카카오톡

  • 라인

    라인

  • 트위터

    트위터

  • Facebook

    Facebook

  •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

  • 밴드

    밴드

  • 네이버 블로그

    네이버 블로그

  • Pocket

    Pocket

  • Evernote

    Evernote

다른 글

  • 무코다 이발소 - 여전히 유쾌한 주인공들

    무코다 이발소 - 여전히 유쾌한 주인공들

    2017.11.22
  • 이토록 맛있는 일본이라면 - 허영만의 두번째 일본 식도락

    이토록 맛있는 일본이라면 - 허영만의 두번째 일본 식도락

    2017.01.30
  • 2016년 결산: 책 좀 읽으셨습니까

    2016년 결산: 책 좀 읽으셨습니까

    2017.01.01
  • 한화 이글스 때문에 산다 - 한국 프로야구단 시리즈 7

    한화 이글스 때문에 산다 - 한국 프로야구단 시리즈 7

    2016.01.31
다른 글 더 둘러보기

정보

rainism 블로그의 첫 페이지로 이동

rainism

  • rainism의 첫 페이지로 이동

검색

메뉴

  • 홈

카테고리

  • 분류 전체보기 (1482)
    • 文化革命 (892)
      • 電影少年 (357)
      • Roger Ebert '위대한 영화' (25)
      • 책! 책! 책 좀 읽자! (90)
      • 漫畵같은 世上 (54)
      • '美味しんぼ' 硏求 (6)
      • Music is My Life? (41)
      • Live is Life! (136)
      • Play Ball !!! (183)
    • Travels (406)
      • City named '서울' (5)
      • 구석구석 대한민국 (9)
      • '22 Singapore (4)
      • '20 Las Vegas (0)
      • '19 東京 (0)
      • '19 LA (0)
      • '18 京都 (0)
      • '18 Barcelona (0)
      • '17 北海島 (7)
      • '16 Canada (2)
      • '16 東京,箱根 (0)
      • '15 沖縄 (0)
      • '14 東京 Fellaz (0)
      • '14 香港 (0)
      • '14 Nord Europe (0)
      • '14 大阪,奈良,神戶 (0)
      • '13 北九州 (0)
      • '13 Singapore (0)
      • '13 제주 (12)
      • '13 大阪,神戶,京都 (30)
      • '13 Kotakinabalu (0)
      • '12 東京 (40)
      • '12 LAS,LA (16)
      • '11 Torino (0)
      • '11 พัทยา (0)
      • '11 台北 (1)
      • '10 New Zealand (151)
      • '09 제주 (0)
      • '08 LAX,MCO,LAS,JFK (0)
      • '08 Cebu (0)
      • '07 Hanoi (0)
      • '06 香港 (12)
      • '06 CHI,DC,NYC (33)
      • '06 PRG,VIE,BUD (5)
      • '04 北京 (1)
      • '03 Saipan (0)
      • '02 淡路島,大阪 (0)
      • '02 MNL,BKK,SIN (0)
      • '02 Honey Moon in Isabelle (0)
      • '02 Genève (11)
      • '01 พัทยา (14)
      • '01 LAX,AUS,SF,SB,LAS (38)
      • Imagine (3)
    • 愛慾 (74)
      • 지름神 降臨 (17)
      • It's Now or Never (38)
      • Think Twice, Act Right! (19)
    • Trend Watching (86)
      • Mobile (33)
      • Media (25)
      • IT (25)
    • 얕지공 (20)
      • 공식 야구 규칙 (7)
      • 기록지 작성법 (13)

인기 글

공지사항

태그

  • 뉴질랜드
  • 야구
  • New Zealand
  • Campervan
  • 프로야구
  • 미국
  • 사회인 야구
  • 뉴질랜드 남섬

정보

rainism의 rainism

rainism

rainism

블로그 구독하기

  • 구독하기
  • RSS 피드

방문자

  • 전체 방문자
  • 오늘
  • 어제

티스토리

  • 티스토리 홈
  • 이 블로그 관리하기
  • 글쓰기
Powered by Tistory / Kakao. Copyright © rainism.

티스토리툴바

개인정보

  • 티스토리 홈
  • 포럼
  • 로그인

단축키

내 블로그

내 블로그 - 관리자 홈 전환
Q
Q
새 글 쓰기
W
W

블로그 게시글

글 수정 (권한 있는 경우)
E
E
댓글 영역으로 이동
C
C

모든 영역

이 페이지의 URL 복사
S
S
맨 위로 이동
T
T
티스토리 홈 이동
H
H
단축키 안내
Shift + /
⇧ + /

* 단축키는 한글/영문 대소문자로 이용 가능하며, 티스토리 기본 도메인에서만 동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