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코다 이발소 - 여전히 유쾌한 주인공들
무코다 이발소 여전히 유쾌한 주인공들 | |
원제 : 向田理髮店 | |
판교 도서관에서 대여. 2017.6.25~26 |
간만에 오쿠다 히데오의 책이 나왔다. 나온지 몇 개월 되었지만 모르고 있었지. 어지간한 작품은 모두 다 읽은 것 같아서 살펴보지 않았는데 판교 도서관으로 거취(?)를 확대하고 보니 안 읽은 작품들이 몇 개 눈에 띈다. 소설 잡지에 실렸던 단편 연작의 모음집인데, 그러고 보니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 중에서 이런 연작이 많다. 이 소설도 전형적인 오쿠다 히데오 식의 소설이다.
빌려와서는 대여 기간인 2주일 동안 한번도 펼쳐보지 않았다. 같이 빌린 다른 책들을 읽느라 여기에 손이 가지 않았기 때문인데, 반납을 연기하고서는 하루만에 완독했다.
소설의 배경은 홋카이도 北海島 인데, 지난 2월에 다녀온 기억이 새록새록 살아나서 괜히 친숙하다. 홋카이도 중에서도 삿포로 같은 중심 도시는 아니고, 쇠락한 시골 마을인 도마자와 라는 작은 마을이다. 구글에서 검색을 해봐도 '홋카이도 도마자와'라는 검색어에는 이 '무코다 이발소' 책만 걸리는 걸 봐서는 가상의 도시인 듯 하다.
한 때 탄광 도시로 번성하였다가 지금은 폐광 지역으로 쇠락해가는 마을에서 가업을 잇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돌아와서 이발소를 운영하는 무코다 向田 씨의 주변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이야기들이 담겼다.
장편이 아닌 연작이라 각 단편은 무코다 씨를 중심으로 자그마한 사건들이 벌어진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가업을 잇겠다며 직장을 때려 치우고 내려온 맏 아들, 마을 축제 때 정신을 잃고 쓰러진 동네 영감님, 농촌의 결혼난 때문에 맞이한 중국인 신부, 새로온 마담과 영화 촬영, 그리고 수배된 범죄자까지 소소하다면 소소하고, 난리라고 하면 난리인 사건들을 대하는 무코다씨의 반응을 보면 이 작가는 꽤나 지나치게 긍정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가 싶다. 측은지심이 대단하다고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축제가 끝난 후' 나 '중국에서 온 신부' 에피소드를 보면 이 작가의 다른 작품에서도 보여지는 특유의 마초 기질이 스멀스멀 기어나오기도 한다.
과연 이 작품은 정감어린 시골 마을의 마음 따뜻한 주민들 이야기일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하나, 달리 더 복잡하게 들여다 보고 싶은 마음은 생기지 않는다.
오쿠다 히데오의 다른 많은 작품에서와 같이 사람들은 여전히 유쾌하며 낙관적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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