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S&Y's 뉴질랜드 여행 123. 웰링턴 시민의 '그 곳' 테 파파
'10.11.5 (뉴질랜드 시각)
좀 아쉬운 감은 있지만 웰링턴 Wllington 시내 구경은 이 정도로 마치고 다시 캠퍼밴을 세워 놓은 국립 박물관 테 파파 Te Papa 로 이동한다.
국회 건물로 갈 때에는 도시 안쪽의 램브턴 키 Lambton Quay 를 따라 갔으니까 이번에 돌아올 때에는 해안 쪽을 볼 수 있는 썸돈 키 Thomdon Quay 를 따라 걷는다.
해변을 따라 오는 길에 워털루 역 Waterloo Station 이 보여서 안쪽으로 들어가 봤다. 맨해튼 Manhattan 의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 The Grand Central Terminal 같은 그로테스크를 살짝 기대했지만 의외로 밝은 분위기. 역사가 작은 것은 아니지만 위압하지는 않는다. 사람들의 수도 그렇게 많지 않아 여유롭기도 해서 더욱 밝은 분위기가 나오는 듯.
아마도 워털루 역은 북섬에서 가장 남쪽에 있는 기차역일테고, 북섬으로 가는 항구이기도 한 만큼 뉴질랜드 국내 물류의 허브가 되는 곳일 것이다.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는데 남섬으로 오고 가는 물류는 이 워털루 역에서 내려 항구에서 실어나르거나, 혹은 그 반대의 방향으로 이동하겠지. 그래서인지 역 주변으로 해안을 따라 물류 창고 건물들이 늘어서 있다.
예전만큼 물류가 활발한 것은 아닌 것인지 창고들의 용도가 이제는 바뀌었다. 분명히 대충 지은 창고였음이 분명한 단순한 모양의 건물들이 조금 모습을 바꾸어서 사람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물론 그 용도의 대부분은 카페와 퍼브들이다. 햇살이 좋은 오후라서인지 관광객들인지 바다가 보이는 야외 테이블에서 맥주를 먹는 사람들의 여유로움이 부럽다. 물론 나도 그러한 여행자 중의 하나이지만.
아마도 이 근처의 퍼브에서 판매하는 맥주는 맥 브루어리 Mac's Brewery 상표는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그 상표의 맥주를 먹기 위해서 굳이 다른 퍼브를 찾을 필요가 없으니까 말이다. 넬슨 Nelson 에서 시작된 맥스 브루어리가 이곳 웰링턴에도 작은 양조장을 하나 운영하고 있고, (당연하게도) 이 멋진 공간 앞쪽으로는 갓 만들어낸 싱싱한 맥 드래프트를 판매하고 있으니 굳이 맥을 먹기 위해서 다른 퍼브로 갈 필요가 있나.
조금 더 걸어서 약속했던 시각 보다 조금 일찍, 캠퍼밴을 세워 놓은 테 파파 주차장에 도착했다. 아까 봤던 Pay & Display 방식의 주차 요금 처리를 해야 한다. 주차장 입구에서 캠퍼밴으로 가면서 세워져 있는 차들을 슬쩍 슬쩍 보니 우리 캠퍼밴 말고는 다들 주차 영수증을 앞 좌석에 꽂아 놨더군. (당연하게도) 나 말고는 이 방식을 잘 이해하고 있구나.
이미 시간은 많이 지났지만 그래도 정직을 모토로 삼는 나는 주차 요금을 지불하기로 했다. 주차비를 지불하는 기기 앞에서 사용법을 알기 위해서 이리 저리 기웃거리고 있는데 웬 노부부가 나를 부른다.
영수증을 들고서 나에게 뭐라뭐라 하시는데, 슬쩍 듣자하니 자기가 12시간치 돈을 지불해서 영수증을 받았다는 얘기다. 혹시 시간이 많이 남은 상태에서 나가려는데 환불을 받을 수 있냐고 물어보는건가? 난 그런거 모르는데.. Pay & Display 방식도 지금에서야 알았다고.
그런데 자세히 들어보니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까 나보고 돈 내지 말고 이 영수증 가져다 쓰라는 얘기였다. 훗, 고마운 분들. 주차비를 아끼려고 아름다운 마음을 차마 거절할 수 없어 고마운 마음으로 받아다가 차 운전석이 고이 놓고 이제 테 파파를 구경하러 들어간다.
테 파파는 뉴질랜드 New Zealand 유일의 정부 운영 박물관이고, 이에 걸맞게 뉴질랜드 내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뉴질랜드 사람들이 이 박물관을 'Our Places' 라고 할 정도라는데, 뉴질랜드까지는 오버인 것 같고 웰링턴 시민들은 정말로 'Our Place' 라고 부르는 듯 하다. 박물관 마크에도 정식 명치이 아닌 "Te Papa: Our Place"라고 써 있기도 하다.
뉴질랜드 박물관 테 파파
주소 및 연락처 | Cable St. Wellington 6011. +64 4 381 7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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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페이지 | http://www.tepapa.govt.nz |
운영 시간 | 10:00 ~ 18:00. ~21:00 (목요일) 연중무휴 |
이용 가격 | 무료 |
각 잡고 전시 아이템을 자세히 본다면 한나절이 걸릴 정도라고 하니, 우리는 그냥 스윽 둘러 보고 나오기로 했다.
여러가지 시설이 있긴한데, 크게 보면 박물관과 미술관이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가 충실하니 찾아보면 스윽 둘러보고 나온 것 보다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오늘 웰링턴 시내를 떠나 왕가누이 Whanganui 까기 가야 하기에 박물관만 살짝 보고 나왔다. 실내라서 어두워 사진도 많이 찍지 않았다.
여러가지 아이템이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관심이 갔던 것은 마오리 Maori 건물인 마레 Mare 이다. 꽤나 큰 규모의 마레는 마오리 족이 거주하는 집인 줄 알았는데 설명을 읽어보니 집회 장소였다. 우리로 치면 동네 공회당 같은 개념이다.
그리고 매우 거대한 크기의 와이탕이 조약 The Treaty of Waitangi 문서이다. 물론 실제 조약문서가 저렇게 큰 것은 아니고 동일한 모양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겠지. 그리고 실제 조약 문서 원본은 이곳이 아니라 국립 공문서관에 보관되어 있다. 문서 상으로는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들의 기존 재산권을 모두 인정한다는 내용이지만, 그 조건으로 영국 여왕을 섬기고 주권을 이양하는 불평등 조항이다.
마오리 입장에서는 불평등하기 그지 없는 이 조약문을 이렇게나 거대한 크기로 전시해 놓은 것을 보니 모든 것이 승자 입장으로만 해석되는 현 상황이 씁슬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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