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S&Y's 뉴질랜드 여행 122. 정치 수도라기에는 좀 초라한
'10.11.5 (뉴질랜드 시각)
i-Site 에 들러서 웰링턴 시내의 지도를 확보했다. 이 지도를 따라서 웰링턴 시내를 한바퀴 돌아보자. 가볼만한 곳들이 큼직하게 표시되어 있으니 좋구나.
우선은 i-Site 에서 시빅 스퀘어 Civic Square 반대 방향으로 가서 램턴 키 Lambton Quay 를 따라서 정부 청사인 비하이브 Beehive 와 국회 의사당 Parliament House 까지 가면서 시내 구경을 하기로 했다.
명색이 한 나라의 수도인지라 여느 동네에서 잘 보지 못했던 시내버스가 다니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시내 구경을 하는게 목표인데 버스를 탈 수는 없지. 날렵하게 빠진 버스를 보면서 노선을 따라서 그냥 걸어간다.
길을 걷다 보니 마치 맨해튼 Manhattan 의 플랫아이언 빌딩 Flatiron Bldg. 을 연상시키는 빌딩이 하나 보인다. 똑바로 진행되는 윌리스 거리 Willis St. 에서 램턴 키와 커스텀하우스 키 Custom House Quay 가 갈라지는 부분에 지형에 삼각형으로 서 있는 이 빌딩은 뱅크 오브 뉴질랜드 Bank of New Zealand 라는 간판이 희미하게 보이지만, 그 밑에 진한 글씨로 Old Bank Shopping Center 라고 되어 있는 걸 보니 아무래도 이제는 다른 용도로 쓰이는 것 같다.
여기서 램텀 키 방향으로 틀어서 시내 구경을 하면서 계속 나아가다.
길을 가다가 어느 거리에서인가 사람들이 모여있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앞장 선 사람은 확성기를 들고서 뭐라고 얘기를 하고 있고, 뒤 따르는 사람들은 플랭카드를 펼쳐든 사람 뒤로 20명 남짓. 그 중에는 옷을 벗고 바디 페인팅을 한 사람도 있다.
시위대 앞쪽에는 경찰도 한명 보였지만, 경찰이 하는 것은 시위대를 멈추고 지나가는 차를 안전하게 나가도록 교통을 정리하는 정도로, 우리 나라와 같이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할만한 상황은 전혀 없다. 물론 시위대가 내세우는 주제가 무엇이냐에 따라서 달라지기는 하겠지만.
이 시위대의 정체는 좀 더 있다가 밝혀지니까 일단은 지나쳐 갔다.
몇 개의 거리를 더 지나치자 금방 국회 건물에 도착했다. 왼쪽으로 멀리 보이는 건물이 벌집 모양이라고 해서 비하이브 라고 불리는 정부 청사 건물이고, 오른쪽으로 앞에 보이는 건물이 국회 의사당이다. 국회 의사당의 규모가 꽤나 소박한 것이 특이하다.
의사당 건물 앞쪽에 자랑스레 팔 들고 계시는 분은 리차드 세던 Richard John Seddon 이라고, 13년간 뉴질랜드 New Zealand 의 수상을 역임한 사람이다. 여기 저기 돌아다니다가 본 동상들은 대부분 뉴질랜드를 탐험한 유럽의 탐험가 아니면 개 들의 동상이 대부분인데 이곳에는 그나마 (원주민은 아닐지라도) 뉴질랜드인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아까 이 쪽으로 오던 거리에서 봤던 시위대들을 여기 앞에서도 만났다. 지금이 국회 회기인건가?
이 시위대들이 들고 있는 플랭카드의 문구를 봤더니 "Scientific Whaling" 이다. 뭔 소리인가 하고 봤더니 과학 포경 외에 식용을 하는 포경 작업을 중지하라는 시위다. 세계에서 고래를 가장 많이 잡는다는 일본을 겨냥해서인지 일본어로 쓴 피켓도 있고, 일장기를 펴서 앉아 있는 분도 계신다. 시위라는게 이렇게 한가로울 수 있구나.
R "왜 고래를 잡는 것을 반대하죠? 고래 고기를 먹기 위해서 잡는 것인데요."
N "고래 고기 같은 걸 먹지 않아도 먹을 수 있는 고기는 많습니다. 고래 같이 영리하고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동물을 먹다니"
R "당신네들은 소고기나 양고기를 먹지 않나요?"
N "그것들은 예전부터 먹어왔던 동물입니다."
R "일본 사람들도 예전부터 고래 고기를 먹어왔는데요."
N "소와 양은 다르지요. 소와 양은 처음부터 식용을 위해서 사육한 동물입니다."
R "처음부터 식용으로 사육하는 동물과 그냥 자연에 있는 동물들과의 차이가 있나요? 그럼 연어 낚시도 식용으로 사육한 연어만을 대상으로 하나요?"
N "고래는 전 세계적으로 개체수가 적어서 멸종 위기입니다."
R "그래서 1년에 잡을 수 있는 쿼터를 정해 놓고서 잡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이 쿼터제가 효과를 봐서 지금은 개체 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N "고래는 동물 중에서 영리한 동물이라서 식용을 위해서 잡아서는 안 됩니다."
R "머리가 좋은 동물은 먹으면 안 되고, 머리가 나쁜 동물은 먹어도 된다는 건가요? 그러면 머리 좋은 사람은 잘 살고 머리 나쁜 사람은 비참하게 살아도 된다는 얘기랑 뭐가 다르죠?"
N "이 사람 얘기가 안 통하는군."
R "물론이죠. 나도 개를 먹으니까."
뭐 이런 식의 대화가 내 머리 속에서 주거니 받거니 왔다갔다 하는데 물론 한국어로 주거니 받거니가 될 뿐이라 실제로 저 시위대들에게 다가가서 영어로 얘기할 수는 없다. 흠하.
나와는 생각이 다르긴 하지만 한가롭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시위대의 모습이 부러워서 조금 더 구경하다가 그들을 뒤로 하고서 웰링턴 시내 구경을 조금 더 하고 돌아가기로 했다.
우선은 의사당 건물 오른쪽에 위치한 고딕 양식의 국회 도서관 Parliamentary Library 건물. 이 건물은 모르고 본다면 전형적인 동네 성당 건물이다. 건축 순서로는 나머지 2개의 건물보다 더 먼저 지어진 건물인데, 실제로도 건축 순서대로 보면 시대에 따른 양식 변화가 확연하다. 물론 고딕 양식이 건축 당시에 유행하던 양식은 아니지만 말이다.
국회 건물에서 대각선 블럭에 위치한 국립 도서관 National Library of New Zealand, Te Puna Matauranga O Aotear 건물의 맞은 편에서 주차 단속을 하는 교통 경찰을 보면서 이 동네의 주차비 정산 방식인 Pay & Display 방식이 무엇인지 이해하게 되었다. 주차 구역에 주차를 하면 우선은 선불로 주차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주차 구역에 있는 주차 정산기에 먼저 돈을 넣으면 영수증 같은 모양으로 지불한 금액과 시간이 찍인 종이가 나오는데, 이 것을 운전석 앞쪽에 놓아야 한다. 교통 경찰은 주차된 차량의 앞쪽에 있는 영수증을 보고서 주차 요금을 지불했는지 여부를 판단하고, 선불로 지불하지 않은 차량을 불법 주차로 인식하여 과징금을 매기는 방식인 것이다. 안 걸리면 무료 주차인데, 걸리면 몇 배에 해당하는 과징금이 있는 복불복 방식이다.
헛, 그렇다면 우리가 테 파파 Te Papa 에 세워 놓은 우리 차는 문제인데. 우리는 후불인 줄 알고 일단 세워 놓고 주차 요금을 안 냈잖아.
조금 더 북동쪽으로 진행하여 웨스트팩 스테디움 Westpac Stadium 까지 보고서 워털루 키 Waterloo Quay 를 따라서 바다를 보며 테파파 방향으로 돌아왔다.
마침 학교가 끝나는 시간이었는지 거리에는 교복을 입은 여학생들이 즐비하다. 중학생 정도의 나이라고 보이기는 하는데, 때때로 중학생이라고 보기에는 신장도 크고 떡대도 좋은 아이들도 같은 옷을 입고 있어서 이 학생들의 정확한 나이는 짐작이 되지 않았다. 어쩌면 중등/고등 학교가 분리되어 있지 않을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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