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S&Y's 뉴질랜드 여행 106. 넬슨 시내는...
'10.11.3 (뉴질랜드 시각)
타후나 비치 Tahuna Beach 에서 놀다보니 어느 덧 정오가 다 되었다.
넬슨 Nelson 시내 구경이나 해 볼까 하고 이동했다. 해변에서 캠퍼밴을 세워 놓은 주차장으로 가는 길 근처에 누군가의 동상이 있다. 넬슨시를 부흥시킨 시장 정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동상 가까이 가서 봤더니 아벨 타즈만 Abel Tasman 의 동상이었다.
아벨 타즈만이라는 동네가 있어서 지명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사람 이름인 줄은 이제서야 알았네.
아벨 타즈만은 17세기 네덜란드 Netherlands 의 탐험가인데, 호주의 타즈매니아 Tasmania 지역과 뉴질랜드 New Zealand 를 처음으로 발견한 최초의 유럽인이라고 한다. 그런데 최초로 발견한 사람도 아니고, 고작해야 최초로 발견한 유럽인 정도다. 실제로 뉴질랜드 땅을 처음 발견해서 이주하여 살고 있었던 사람은 폴리네시안 Polynesian 들인데, 이 최초의 인류들은 미개인들 취급을 하고 비로소 유럽인이 발견한 이후에야 최초 발견자라고 해서 동네에 이름까지 붙여주다니, 여기에서도 서구 중심의 가치관을 보게 되어 기분은 씁쓸하다.
캠퍼밴을 몰고 넬슨 시내로 들어간다. 아무래도 i-Site 가 시내의 중심에 있지 않을까 싶어서 먼저 Visitor Center 를 찾아 갔다. 여기에 캠퍼밴을 세워 놓고서 그 다음에 어디에 가서 구경을 할지 알아 보려고 했는데, 여기 Visitor Center 의 주차장이 유료인데다가 막상 돈을 내고 주차를 하려고 해도, 차들이 빽뺵하게 들어차 있어 주차할 자리가 없어서 마음 상했다. 여기가 부자 동네라던데 그래서 차가 많은 것인가?
예술의 도시라는 넬슨에 온 기념으로 미술관 구경을 해보려고 했다. 책에 나온 수터 미술관 Suter Art Gallery 을 찾아가 보려고 했는데, 네비게이션에서 검색이 안된다. 책에서 주소를 찾아서 미술관이 위치한 하디 거리 Hardy St. 으로 일단 이동했다. 지도 상에 수터 미술관으로 짐작되는 곳을 돌아다니는데, 미술관으로 짐작되는 건물은 보이지 않고 가게들만 보인다.
지도를 자세하게 볼 요량으로 잠깐 차를 멈추려고 도로 좌측으로 붙이고 있는데 갑자기 차에서 엄청난 소리가 났다. 어딘가에 부딪혀서 왼쪽의 사이드 미러가 접혔는데, 엄청난 소리는 사이드 미러 쪽에서 난 것이 아니었다. 캠퍼밴을 세우고 내려서 밴의 왼쪽면을 살폈다. 특별히 긁힌 곳도 없고, 왼쪽의 보도블럭의 커브와는 약간의 여유가 있는 상태인데 이상하다.
그런데 거기를 지나가던 사람인지, 아니면 캠퍼밴을 세운 곳에 있는 가게의 직원인지 한 사람이 캠퍼밴의 윗부분을 가르켰다.
헉스. 운전석 2층의 침대칸 부분이 그 상점의 차양막 부분과 부딪혀서 긁힌 것이다. 한국에서는 높이가 낮은 차만 몰고 다녔기에 캠퍼밴의 윗부분을 신경쓰지 못한 거다. 도로가 중심에서 왼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상황인지라, 타이어와 보도 블럭 사이는 여유가 있었으나, 캠퍼밴의 위쪽은 왼쪽으로 더 기울어서 상점의 차양막에 닿아버린 것이다.
캠퍼밴을 다른 곳으로 뺀 후에 다시 나와서 보니, 상점의 차양막은 별 문제가 없는데 (원래 좀 낡은 상태였기에) 캠퍼밴의 천장에 긁힌 자국이 눈에 띈다. 스크래치라고 하기에는 좀 크고, 크랙이라고 하기에는 좀 작은 애매한 정도의 상처이다. 이거 차 반납할 때에 얘기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상점 점원이 나와서 상태를 보더니 내 차의 damage 가 더 크고 어쩌고 한 후에 상점으로 그냥 들어갔는데, 이게 별 일 없으니 그냥 가라는 얘긴지 어쩐지 모르겠어서 그냥 별 일 없나보다 하고 캠퍼밴을 몰고 도심 외곽으로 나왔다. 설마 이거 뻉소니는 아니겠지?
사고로 인해서 마음은 상하고, 점심 시간은 지나서 배가 고프기도 하고 해서 점심 식사를 만들지 말고 근처 식당에서 간단한 것을 사 먹으려고 했는데 서영이가 외식은 싫다고 떼를 쓴다. 결국에는 고집을 이기지 못하고 샌드위치 만들어 먹기로 했다. 식빵에 잼과 치즈, 살라미로 샌드위치를 만들어서 잔디밭에 앉아서 먹었다.
바다 근처라서 그런지, 먹을 것만 꺼내면 그것을 노리는 갈메기들이 주변으로 몰려든다. 조금 떼서 던져주면 몰려와서 싸울 듯한 분위기 때문에 아예 주지 않기로 했다. 대부분은 포기하고 다른 사람들이 앉아 있는 곳으로 가지만, 바보같은 몇몇 놈들은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아직 남아 있다.
배를 채우고 나니 캠퍼밴의 사고(?)로 상한 마음이 좀 풀렸고, 조금 덜 풀린 마음을 진정할 겸 해서 커피 한잔 하러 갔다.
서영이는 델리지아 젤라또 Delizia Gelato 에서 캬라멜 아이스크림을 골랐고 우리는 그 옆의 에스콰이어 커피 Esquires Coffee 에서 카푸치노 한 잔.
캠퍼밴이 좀 긁혔건, 원래 계획했던 일정이 좀 꼬였건 말건, 따뜻한 햇볕을 쬐면서 이렇게 단촐한 여유를 즐기는 것이 너무 기분 좋구나.
다음 목적지인 골든 베이 Golden Bay 로 출발하기 전에 타후나 비치 앞에 있는 공용 화장실에 들렀는데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물론 이걸 보고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긴 한데.
남자 화장실은 Mens 라고 표시되어 있다. Men 도 아니고 Mans 도 아닌 이것도 이상한데다가, 여자는 Ladies 라고 해 놨다. 통일해서 Wemens 라고 하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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