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S&Y's 뉴질랜드 여행 107. 골든 베이 페어웰 스핏
'10.11.3 (뉴질랜드 시각)
점심도 먹었겠다, 거기에 오랜만에 제대로 된 카페라떼까지 먹었으니 사고의 충격에서 벗어난 상쾌한 상태다.
어제 카이코우라 Kaikoura 의 사우스 베이 South Bay 도 좋았지만, 오늘도 예정에 없던 타후나 비치 Tahuna Beach 에서 시간이 여유로워 좋았다. 일정을 지키는 것도 좋지만 여유로운 시간을 갖는 것이 더 좋구나.
한국에서 세운 계획은 며칠 전부터 어그러지기 시작했고, 1차 수정 일정은 어제 블래넘 Blenheim 에서 묵고, 오늘 넬슨 Nelson 을 지나서 타카카 Takaka 까지 가는 것이었는데, 어제 아침 카이코우라에서 돌고래를 보지 못하고 일찍 출발하였기에 애초의 목적지인 블레넘을 넘어서 넬슨까지 왔으니, 오늘 역시도 타카카를 지나 내일 일정인 화라리키 비치 Wharariki Beach 까지 가보자꾸나.
어디까지 가 볼까 하고 지도를 보니 화라리키 비치보다 조금 못 미친 곳에 페어웰 스핏 Farewell Spit 이 있길래 거기를 먼저 들러서 가기로 했다.
넬슨에서 출발하여 30분 정도 차를 몰고 가다 보니 오늘 숙박하려고 했던 모투에카 Motueka 가 나왔다. 차 길 양 옆으로 카약 같은 해상 레저 활동을 예약할 수 있는 가게가 꽤 맣았다. 별로 유명하지 않은 도시 같은데, 우리가 묵었던 어중간한 마을보다 더 크다. 크다는 것이 사람 사는 곳이 많다는 것이 아니라 가게가 많은 것이지만. 골든베이 Golden Bay 국립 공원 지역에 있는 곳이라 그런 것이겠지?
모투에카를 지나면서도 조그마한 마을이 계속 나온다. 타카카 힐 Takaka Hill 을 넘기 위해서 오르막길을 오르는 중에 호크스 전망대 Hawkes Lookout 에 차를 멈추었따. 주차장에서 산길로 조금 더 걸어가면 골든 베이의 전망을 볼 수 있게 되어 있다.
저 멀리 바다가 원호형으로 들어와 있는 곳이 바로 태즈먼 만 Tasman Bay 이다. 산 바로 앞쪽으로는 조금 전 지나온 모투에카 시내가 보이고, 만 건너편으로 넬슨 시내가 멀리 보인다. 경치가 좋다고 하기도 뭐하고, 별거 없다고 얘기하기도 뭐한 어중간한 경치다.
업 힐과 다운힐의 타카카 힐을 넘으면 이제 평탄한 길로 타카카를 지난다. 타카카를 지나서 1시간 정도 더 가면 이제 케이프 페어웰 Cape Farewell 의 포장 도로 끝이 나온다. 포장 길 끝에는 양쪽으로 갈리는 비포장 도로가 이어지는데, 왼쪽으로 가는 비포장 길은 화라리키 비치, 오른쪽은 페어웰 스핏이다. 어딜 먼저 갈까 살짝 고민을 한다. 화라리키 비치는 차에서 내린 후 걸어서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좀 오래 걸릴 듯 싶고, 또 그 주차장 앞에 캠프 사이트가 있기 때문에 여차하면 거기서 묵을 수도 있어서 화라리키보다 페어웰 스핏에 먼저 가기로 결정했다.
오른쪽 비포장 길로 5분 정도 가면 길의 끝에 페어웰 스핏 Visitor Center 가 보인다. 비지터 센터라기 보다는 카페가 주가 되는 건물이다. 카페 앞쪽에 페어웰 스핏에 대한 안내문구가 있는 정도. 계기판이 50,138km 이니 넬슨 Nelson 에서 160 km 정도 되는구나.
지도에서 보면 페어웰 스핏 지역은 마치 키위 새의 부리 부분과도 같다. Visitor Center 가 바로 키위새 부리가 시작하는 부분에 위치하는데, 건물 옆으로는 페어웰 스핏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는데, 초입에서 바라보면 사진으로 봐 왔던 새의 부리 같기도 한 그믐달 모양의 페어웰 스핏의 끝까지 잘 보인다.
썰물 시간이라 물이 많이 빠져서, 날카로운 그믐달 모양이 정확하게 나오지는 않고, 그 옆으로는 뻘밭이 더 보이는데, 그 아래로 내려갈까 하다가 내려가 가봐야 별거 없을 듯 하여 다시 돌아왔다. Visitor Center 다른 한쪽으로는 전망대로 올라가는 표지판이 있기에 올라 가 보려고 폼 잡고 있었더니 그 쪽에서 내려오던 외국 여인네들이 우리에게 전망대 위쪽에서 보는 것이 훨씬 멋있다고 말해주었다.
서영이는 일찌감치 잠이 들어서 데려가지 못하고, 차에 잠 든 채로 놓아두고 은서와 둘이 전망대에 올라간다.
전망대까지 5분 정도 걸린다고 되어 있는데, 5분은 커녕 1분 밖에 올라가지 않았는데 길이 끊겨 있다. 끊긴 길 너머로는 양을 키우고 있는 구릉이고, 양들을 막기 위한 울타리가 쳐 있다. 아까 그 외국 언니들이 우릴 놀린건가, 하고 생각하고 황당한 표정으로 서 있는데 자전거를 타고 돌아가던 아까 그 여인네들이 거기가 아니라 언덕을 더 올라가야 한다고 소리쳐 준다. 오호, 그러고 보니 울타리를 넘는 계단이 있구나. 여길 넘어가라는 것이었어.
쩝. 표지판이라도 하나 세워 놓지, 덜렁 이렇게만 만들어 놓다니. 아까 그 언니들이 안 알려줬다면 그냥 여기서 멍하니 있다가 돌아갈 뻔 했다.
울타리를 넘어서 초원으로 올랐다. 양들을 방목하는 곳이어서 그런지, 바닥에는 '밟으면 큰일'들이 즐비하다. 지금까지 봤던 야생 동물들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다가왔는데, 여기 양들은 우리를 보면 도망간다. '앗 사람이다. 저 녀석들은 우리를 잡아서 털을 깎아버린다고. 도망쳐.' 뭐,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건 아닐까?
언덕 정상 쪽을 보니 무슨 안내문 같은 것이 서 있기는 하다. 정상까지 올라가 반대편을 내려다 보니 그믐달 모양의 페어웰 스핏의 전체 모습을 다 볼 수 있었다. 오호, 언니들 말 듣기를 잘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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