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S&Y's 오사카 여행 7. 치보 오코노미야키
저녁 시간에 타코야키 たこやき 를 먹었다고는 하지만 그건 갈라진 땅에 스치듯이 내리는 가랑비 정도. 본격적으로 배를 채우기 위해서는 따로 식사를 해야 한다. 금일 저녁 메뉴로 선택한 것은 바로 치보 千房 의 오코노미야키 おこのみやき .
사실 본점은 지척에 있는데 난바 워크 難波 Walk 내에 위치하는데, 호텔로 가면서 지나가다 봤던 그 곳이 바로 치보의 본점인 센니치마에 千日前 점이다. 흠. 거기가 본점인 줄 알았으면 거기서 먹는 건데 말이지.
하지만 인터넷에서 치보 오코노미야키를 검색하면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이 바로 이 도톤보리 道頓堀 점이다. 아무래도 도톤보리 지역이 관광객이 많고, 또 이 도톤보리점이 규모가 크기 때문에 많은 한국인에게 알려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가 들어갔을 때에도 같은 회사 직원으로 추정되는 8명 정도의 일행들을 제외하고 두세명씩 앉아 있는 사람들은 모두 한국 사람들이었으니...
도톤보리 강이 보이는 창가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사람마다 앞접시와 나무 젓가락, 그리고 오코노미야키를 먹을 때 가장 중요한 뒤집게 헤라 へら 가 준비되어 있다. 메뉴판을 그윽히 보면서 감상하다가 별 다른 고민 없이 이 가게에서 가장 인기있다고 하는 오코노미야키 도톤보리 道頓堀燒 를 주문했다. 2인용 세트메뉴가 있길래 참고하고 있는데, 그 세트에 포함되어 있는 샐러드나 계란말이는 별로 먹고 싶지 않기에 세트에 있는 것 중에서 오코노미야키와 모듬 야키우동 ミックス焼 , 그리고 이것만으로는 세명이서 좀 모자를 것 같아서 추가로 철판 만두 鉄板餃子 까지 하나 더.
물론 여기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나마비루 生 Beer !
일본에 왔으면 당연하게도 모든 음식에는 나마비루가 곁들여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헛 이럴 수가! 맛.이.없.다.
도쿄를 다니면서 일본에서는 나마비루가 맛 없는 집 찾는 것이 더 어려울 것이라고 했는데, 오사카에 오자마자 찾다니. 이럴 수가. 치보에서 제공하는 나마비루는 삿뽀로 札幌 .
혹시나 오사카와 삿뽀로 지역이 멀어서 운반하면서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다른 맥주는 없냐고 물었더니 오직 삿뽀로뿐이란다. 오호 통재라. 지척에 산토리 サントリ 의 야마자키 증류소 山崎蒸溜所 가 있는데, 삿뽀로라니. 산토리가 안되면 가까운 고베 神戶 에 기린 麒麟 맥주 공장도 있잖은가!
관광지에 있는 지점에는 가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계기가 바로 이 삿뽀로 맛 없는 맥주.
주방장님, 큰일 입니다. 맥주에 문제가 생겼어요... 라는 얘기는 아니겠지?
맥주통에 문제가 생겼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주방장님은 철판 앞에서 우리가 주문한 3가지 구이 요리를 만드시느라 열심이시다.
오코노미야키 뒤집는 동안 철판 만두와 야키소바는 잘 익어간다.
바삭한 철판 만두가 먼저 등장했다. 안 그래도 만두피를 좋아하는 서영은 바삭한 철판 만두의 피가 맘에 들었나보다. 야키소바가 곧 등장했음에도 철판 만두 삼매경에 빠져서 연신 입으로 가져갔다.
곧이어 나온 야키소바 역시 맛이 괜찮다. 한국에서 먹던 짜기만 한 가쯔오부시 かつおぶし 범벅의 야키소바에 비해서 많이 짜지 않아서 좋다. 면을 좋아하는 서영이가 철판 만두에 꽂혀서는 야키소바를 거들떠도 보지 않는 것이 신기한데...
메인은 바로 오코노미야키인데 이 또한 맛이 좋다. 한국 술집에서 안주로 먹던 오코노미야키는 뻑뻑해서 좋아하지 않는데, 치보의 오코노미야키는 포실포실한 것이 마치 계란찜을 먹는 듯한 느낌으로 꽤 괜찮다. 일본의 오코노미야키들이 모두 이렇게 포실한 것인지 아니면 치보의 것만 이런 것인지 다른 가게의 것을 먹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으나 (사실 2001년 일본에 왔을 때 한번 먹어보긴 했으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쨌거나 이 정도의 맛이라면 익히 먹을만하다.
기대해 마지않던 나마비루가 밍밍하여 실망으로 시작했으나 그 이후로 제공된 음식들이 수준급이어서 일단 기분 좋게 식사를 마무리했다.
사방으로 한국 사람들의 한국말이 들리는 것만 빼면 괜찮은 가게로구나. 하지만 다음번에는 센니치마에의 본점으로 갈꺼다. 거기도 나마비루 맛 없으면 다시는 안 올 거고.
1층부터 5층까지 모두...
오코노미야키 메뉴가 다양할 것이 무어냐. 재료 몇 가지 다를 뿐이지.
포즈까지 취해주시는 주방장님.
가장 인기있는 세트메뉴
정성스럽게 철판 만두 지짐
야키소바도 볶아 주시고
바삭하고 노릇하게 잘 익었네.
뭘 먹을까 고민
후하후하
대략 한국인이 반 이상
배부르게 먹고 만족
여기에 뭔가 문제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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