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host Writer (유령 작가) - 유령이 당신을 지배하지 않는가?
The Ghost Writer (유령 작가) 유령이 당신을 지배하지 않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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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도 : 2010
제작 : R.P. Productions 배급 : Summit Entertainment 연출 : 로만 폴란스키 Roman Polanski 출연 : 이안 맥그리거 Ewan McGregor (대필 작가 The Ghost 역) 올리비아 윌리암스 Olivia Williams (루스 랭 Ruth Lang 역) 피어스 브로스넌 Pierce Brosnan (아담 랭 Adam Lang 역) 2010. 6. 8 Cinus 명동 |
이 영화의 평가는 극과 극을 달린다.
우선 네이버의 평점은 꽤 낮은 편인데, 네이버의 경우 영화를 즐기기 위해서 관람하는 일반인들의 평가라고 봤을 때에, 이 유령 작가는 오락성 영화로는 조금 밋밋하고, 막판의 반전이 최근의 영화들 경항에 비해서 약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일단 이 영화는 베를린 곰표 감독상 영화이고, 실제로 영화를 본 사람들 중에서도 well-made 스릴러라는 평가가 또한 존재한다. 꽤 절제된 촬영과 편집으로 극적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자극적인 영상 없이도 수준 높은 스릴러를 만들어 냈다는 좋은 평가이다.
조금 짜증나는 상황은 연출을 맡은 로만 폴란스키의 미성년자와의 성관계로 인한 체포령과 칩거 생활이 영화 속의 아담 랭 전 수상의 상황 유사성을 들어가면서 어쩌고 하는 'TV 서프라이즈'성 가쉽으로 인한 관심이 영화에 대한 관심을 넘어서는 것 같다는 것이다.
여튼..
잘 만들어진 스릴러라..
잘 만들어진 '정통' 스릴러라는 평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도 있겠다.
서스펜스와 스릴러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관객이 테이블 밑에 폭탄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하지만, 영화 어디에서도 '폭탄'은 등장하지 않는다. 영화의 시선은 The Ghost를 따라갈 뿐, 그가 이 자서전 쓰는 것에 얼결에 끼어 들게된 이후에 벌어진 일과, 그가 본 신문, TV 뉴스 외에는 아는 사실이라곤 없다.
서스펜스와 스릴러라는 장르를 완성한 히치콕 Alfred Hitchcock 감독의 말을 빌려보자면...
네 사람이 포커를 하러 방에 들어 갑니다. 갑자기 폭탄이 터져 네 사람 모두 뼈도 못추리게 됩니다. 이럴 경우 관객은 단지 놀라기만 할 뿐이죠. 그러나 나는 네 사람이 포커를 하러 들어가기 전에 먼저 한 남자가 포커판이 벌어지는 탁자 밑에 폭탄을 장치하는 것을 보여줍니다. 네 사람은 의자에 앉아 포커를 하고, 시한 폭탄의 초침은 폭발 시간이 다 돼갑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똑같은 무의미한 대화라도 관객의 주의를 더 끌 수 있는 것이죠. 관객은 '지금 그런 사소한 얘기를 할 때가 아니야. 좀 있으면 폭탄이 터질 거란 말이야!' 하고 외치고 싶은 심정이 되니까요. 폭탄이 터지기 직전 게임이 끝나고 일어서려 하는데 그 중 한 사람이 말하죠. '차나 한잔 하고 가지.' 바로 이 순간 관객의 조바심은 폭발 직전이 됩니다. 이 때 느끼는 감정이 서스펜스라는 겁니다.
그렇다면 이 영화가 꽤 괜찮은 스릴러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영화 밖에 있는 '폭탄'의 존재 때문이다. 관객들은 이미 많은 수의 영화 속 '폭탄'을 봐 왔고,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되는 이 The Ghost의 운명이 어떻게 될 것인지를 예상한다.
우리가 전 대필 작가의 사인이 타살인지에 대한 확실한 정보도 가지고 있지 않고, 아담 랭 전 수상이 어떤 인물인지도 잘 알 수 없고, 에멧 Emmett 교수 (톰 윌킨슨 Tom Wilkinson)가 CIA 간부인지도 나중에 밝혀지게 되지만...
사실은 이런 거였어...
The Ghost가 순진하게도 이 곳, 저 곳 찌르고 다니는 것을 보면서 답답함이나 안타까움을 느끼는 것은, 바로 우리가 다른 정치 스릴러에 의해서 익숙해진 정치 음모라는 폭탄에 의해서이다.
그리고, 영화 속에 등장하는 현실과 유사성을 갖는 많은 장치들 또한 폭탄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다. 아담 랭 전 영국 수상과 겹쳐지는 블레어 Blair 전 총리와 라이스 Rice 국무 장관과 닮은 배우는 누구라도 알아챌 수 있을만큼 쉽게 묘사되어 있고, 해더튼 Hatherton 이라는 회사와 할리버튼 Halliburton 사의 유사함이라든지, 파키스탄의 총리였던 부토 Bhutto의 암살과 비슷한 랭의 암살 상황. 결정적으로 아내의 정치적 야심으로 대통령이 되었다는 음모론이 있는 빌 클린턴 Bill Clinton 대통령의 자서전과 같은 'My Life'라는 제목을 사용한 것도 단순한 유머가 아니었다는 것이 마지막 장면에서 밝혀지게 된다.
로만 폴란스키 감독과 원작자이자 각본가인 로버트 해리스 Robert Harris는 이처럼 영화 밖의 상황에 수 많은 '폭탄'을 배치해 놓음으로서, 어떠한 극적인 상황이나 자극적인 장면 없이도 세련된 방식으로 관객에게 서스펜스를 제공한다.
유령이 당신을 지배하지 않는가?
절제된 영상으로 세련된 서스펜스를 제공했다고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아마도 베를린 곰표 감독상으로는 조금 부족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정치 스릴러 이면에는 비록 정치에서만이 아니라, 일상 사회라고 하는 거대한 시스템 내에서의 통제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 통제라고 하는 것은 보도 제한이나 계엄과 같은 눈에 보이는 물리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 본인도 스스로 느끼지 못하고 있는, 혹은 본인이 스스로 제어할 수 있다고 믿는 유령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더욱 철처하게 이루어진다.
아담 랭은 스스로가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가 어떠하든 간에, 그리고 용의자 인도와 고문 지시가 미국에 협조하기 위한 것이었는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그는 신념과 확신을 가지고 말한다. "다시 총리가 되더라도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테러와의 전쟁을 하겠다"고...
우리 역시 이런 저런 수단을 통해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 술자리에서 나누는 대화로든, 웹 상에서의 글로든.. 조금 더 적극적이라면 투표소에서의 인장으로 자신들의 의견을 게진한다. 그리고 아마도 우리는 그것이 바로 우리의 신념과 진심에서 우러나온 확신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한 나라의 수상 정도를 했던 사람 조차도 어떠한 사건에 대해서도 (심지어 자신이 지시했던 사건에 대해서) 자신이 할 말을 스스로 찾지 못한다. 그는 단지 대중에게, 혹은 미디어에게 어떠한 방식으로 보여졌으면 하는가에 대해서만 생각할 뿐이었고, 실제로 대중, 그리고 미디어 앞에서 그는 자신의 신념과 삶을 유려한 문장 형식으로 바꾸어 줄 뿐이라고 여기는 대필 작가가 써 준 문구를 그대로 읊조릴 뿐이다.
흠.. 무슨 말을 해야할 지...
자신이 유령을 스스로 제어할 수 있다고 믿는 순간, 거꾸로 유령에 의해서 움직이는 꼭둑각시가 되어 버리고 만다.
아담 랭 자신은 캠브리지 Cambridge 시절의 연극부 활동 마저도, 자신이 짜여진 각본에 의해서 움직이는 배우처럼 보일 것 같다고 하면서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도 하지만, 그 스스로의 실제 삶은 유령에 의해서 제어되는 아이러니를 보인다.
심지어는 자신이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도 루스와의 사랑 때문이라고 믿고 있고, 루스에 의해서 정치적 성공을 얻은 후에 CIA에 협조하는 것 마저도 '국민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자신의 사랑과 자신의 의지로 인해 행동한다고 믿었지만, 실제로 그는 CIA의 간부와 그의 제자에 의해서 만들어진 행동을 할 뿐이었다.
우리 역시 그러한 우를 범하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우리는 수많은 미디어에서 원하는 정보를 스스로 뽑아내고, 그에 대해 정당한 평가를 내리고 있으며, 또 그렇게 선택한 정보에 따라서 신념을 만들어 내고, 이 신념에 따라서 행동한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그 가치에 대한 평가와 신념이라는 것이 미디어(를 비롯한 각종 agenda들)가 제시하는 몇가지 보기 중의 하나일 뿐이라는 사실을 믿으려고 하지 않는다.
인문계 고등학교 진학하고, 대학 입시에 이은 취업.. 이런 것이 올바른 삶의 궤적이라고 생각하고, 그 길 밖의 상황에 대해서 관심을 돌리지 않고서는 유령에 의해서 조정받는 현실에 대해 자각할 수 없을 것이다.
'당신이 아는 모든 것을 의심하라'
프랑스의 철학자 데카르트 Decartes는 방법론적 회의를 거치면 의심할 수 없는 제 1 명제 'Cogito ergo sum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가 도출되고, 오직 이 명제에서 출발하여 연역적으로 증명된 명제만이 의심할 수 없는 명제가 된다고 주장하였다.
거꾸로 말하면 우리가 판단한 가치나, 신념, 선호 등에 회의를 거쳐서 저 유명한 제 1 명제에 도달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자신의 존재와 생각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중간에서 주입된 프로파겐다라고 할 수 있겠다.
삶을 살아가면서 모든 사항에 대해서 회의를 거쳐 제 1 명제에 도달하는 것은 물론 피곤한 삶이 되겠지만... 적어도 인생의 향방을 가르는 선택 앞에서, 혹은 선택의 결과가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때에는 한번쯤 회의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물론 그런 행동은 과속하는 차에 치일 정도의 위험을 동반하고 있다. 아니라고 생각하면 그냥 파란 알약을 선택하고 깊이 잠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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