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trict 9 (디스트릭트 9) - 인종의 분리, 계급의 분리
District 9 (디스트릭트 9) 인종의 분리, 계급의 분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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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도 : 2009년
국가 : 미국 상영 : 112분 제작 : District 9 배급 : Sony Pictures 연출 : 닐 블롬캠프 Neill Blomkamp 각본 : 닐 블롬캠프 출연 : 샬토 코플리 Sharlto Copley (위커스 Wikus van de Merwe 역) 나탈리 볼트 Nathalie Boltt (사라 리빙스턴 Sarah Livingstone 역) 흥행 : $115.5M (미국), 853,859명 (한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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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19 15:30~ Cinus 명동 4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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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소문은 무성했긴 하지만, 그래도 많은 관심은 끌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이 영화가 요즘 인기다.
닐 블롬캠프라는 요상한 이름의 감독을 내세우기 보다는, 'The Lord of the Ring (반지의 제왕)' 시리즈로 유명해진 피터 잭슨 Peter Jackson 을 전면에 내세운 마케팅이 성공한 것일 수도 있고, 추석 이후 특별한 액션 영화가 없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영화 자체가 꽤나 괜찮아서, 입소문이 무성한 것이 가장 큰 요인이 아닐까 싶다.
인종 차별에 대한 문제 제기
일단 영화는 인종에 대한 시선으로 읽힌다.
영화의 공간적 배경이 우연하게도(?) 감독의 출생지였던 남아공인데, 이 남아공이라는 곳은 1994년 넬슨 만델라 Nelson Mandela 가 대통령이 되어 철폐하기 전까지 아파르트헤이트 apartheid 라고 해서 '차별이 아닌 구분에 의한 발전'이라는 요상한 논리의 인종 정책을 근 50년간 유지해 왔던 곳이다. 그리고 이 영화의 내용은 딱 이 때의 아파르트헤이트 정책과 닮았다.
비행선 고장으로 남아프리카 상공에 표류(?)한 외계인들을 모아서 일정 지역, 디스트릭트 9에 격리시킨다. 그리고 이 지역이 슬럼화 되어감에 따라 MNU라는 국적 불명의 외계인 관리 단체가 디스트릭트 10으로 외계인을 강제 이주하려는 정책을 펼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강제 이주를 담당한 위커스는 외계인에게 퇴거 명령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외계 물질(?)과 접촉(?)하는 배덕죄(!)를 저지르게 되고, 이로 인해 외계인의 DNA가 몸속에 침투하여 상처난 왼팔이 외계인의 그것으로 변하게 된다. 지구인 중에서 유일하게 외계의 무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된 위커스는 당연하게도(!) MNU에 의해서 강제 수용되고, 각종 무기 실험에 사용된다.
위커스의 탈주는 물론 중범죄에 속하는 것으로서, 그는 외계인과 성적 관계를 갖은 중죄를 저지른 공개 수배범의 신분이 되고, 군대까지 동원된 수색대와의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된다.
액션 영화로서도 재미있다.
포스터에 아무리 유명한 감독의 이름이 적혀 있더라도, (설령 '누구누구 감독'이라는 문구를 봤을 지라도) 실제 영화의 크레딧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믿으면 안된다. '스티븐 스필버그 Steven Spielberg 감독 제작'이라고 적혀 있어도, 그저 제작비만 투자한 경우도 있으니까.
이 영화 포스터에는 피터 잭슨 이라는 이름이 떡하니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감독은 상술한 대로 피터 잭슨이 아니고, 처음 들어본 닐 블롬캠프라는 인물이다. (게다가 남아공 출신이라면 들어봤을 리가 없지.) 하지만, 이 감독이 피터 잭슨이 기획했던 비디오 게임 'Halo'의 실사판 감독으로 추진되던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리 실망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영화의 내용은 독특한 데뷔작들이 보통 그렇듯이 감독의 단편 'Alive in Joburg'의 내용과 같다 남아공 상공에 표류한 비행선, 난민으로 살아가는 외계인의 폭동과 이를 제압하는 군.
이 장편 영화는 'Alive in Joburg'의 모티브에, 아마도 'Halo 3'의 프로모션 영상에서 사용했던 특수 효과를 싼 값에 덧붙여 상업성이 가미된 하나의 장편 영화로 만들어졌고, 원작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의 상업성을 나름 괜찮게 끼워 넣었다.
Fake documentary로 시작되는 영화의 도입부와, 외계 난민이라는 영화의 설정에 대한 설명, 그리고 인종 분리 정책에 대한 몇가지 풍자들을 보여주는 부분과, 후반부의 액션이 조금 분리되어서 따로 노는 듯 하지만, 영화를 끝까지 보면 나름 그런대로 선방을 했다는 생각이다. (액션과 철학을 완벽하게 버무려낸 'The Matrix (매트릭스)'에는 물론 못 미친다.)
이 영화는 액션 말고도 외계인 영화로서의 미덕도 갖추고 있다는 글이 있어서 소개해 보면 'District 9 (디스트릭트 9)'은 아마도 최초로 외계인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외계인 영화이다. 지금까지 영화에서 등장하는 외계인은 보통은 최고의 과학 문명을 보유하고, 지구를 침략하기 위해 찾아온 적으로, ('The War of the Worlds (우주 전쟁)'로 부터 'Independence Day (인디펜던스 데이)' 까지..) 또는 지구를 관장하는 신적인 존재로, ('The Day Earth Stood Still (지구 최후의 날)'로 부터 'Knowing (노잉)'까지..) 예외적으로 지구에 우연히 찾아온 친근한 존재로서 ('Close Encounters of the Third Kind (클로우즈 인카운터)'나, 'Cocoon (코쿤)' 같은..) 어쨌거나, 지금까지의 외계인은 영화에서 항상 타자의 위치였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최초로 외계인이 바라본 지구인의 시선을 느끼게 해 준다. 영화를 이끌어 나가는 주인공은 물론 위커스로 이 사람 역시 지구인이지만, 영화를 따라가다 보면 처음엔 참새우 prawn 같이 찝찝하게 생긴 외계인의 탈출을 응원하는 나를 쉽게 발견하게 된다. 과연 이 영화를 시작으로 해서 외계인이 타자가 아닌 주인공으로 지구인을 바라보는 영화가 앞으로도 등장할 것인가?
혹시 계급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남아공의 아파르트헤이트라는 것에 대한 사전 지식, 그리고 영화에서 직접 등장하는 남아공의 요하네스버그, 마지막으로 우리와 전혀 다르게 등장한 외계인의 겉모습 때문에 이 문제는 인종 차별이 모티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과연 그럴까? 아닐꺼야, 아니잖아.
위커스는 배덕법(!)을 위반하는 중죄를 짓는다. 하지만, 인종 차별이 아무리 심하게 이루어지는 나라라고 하더라도, 타 인종과 교류(?)를 했다고 해서 나 자신의 인종이 바뀌거나 하는 법은 없다. 하지만, 위커스는 고작 외계인이 연료로 사용하는 유동체가 얼굴에 조금 튄 것 뿐인데도 그는 완전하게도 외계인으로 변모(?)하고, 또 자신이 속해있던 MNU에게 추적을 당한다.
나와 다른 타자에 대한 배척, 그리고 배척을 넘어서 그들로 인한 사회의 불안을 이유로 먼 곳으로 몰아내 강제 수용하려는 모습은 마치 우리 나라의 계급간의 갈등 양상을 보는 듯하다. 소유권 없음을 이유로 이주 계획을 세우고, 디스트릭트 10에 새로 설치한 더 좋은 시설로 옮긴다는 거짓과 고양이 먹이를 미끼로 하여 동의서에 서명을 하게하는 모습, 이주를 반대하는 외계인에게 군사력을 앞세워서 강제로 철거하는 모습은, 1년전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보았던 것과 완전히 동일한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나 뿐만은 아닐 것이다.
가까운 곳에서 집값이라는 신의 성물을 지키기 위해서 임대 아파트와의 단지 분리를 주장하고, 장애인을 위한 특수 시설을 자의적으로 혐오 시설로 규정하여 추방하려고 하는 주변의 모습들을 지켜 보면, 이는 단지 1년전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한번 발생한 사건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있는 , 인종이 아닐 계급에 대한 아파르트헤이트의 실현이다.
현재의 계급 사회에서는, 상층 계급이 하층 계급과 교류하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상층 계급 중에서도 최고층에 속하는 대통령이 상층 계급이 아닌, 하층 계급을 위한 무언가를 하려고 할때에는, 비록 그가 최고층에 속하는 상층 계급일지라도, 나머지 상층 계급들이 합심하여 그를 공격하고, 결국에는 발라버린다.
외계인에 대해서 prawn 이라는 멸시적인 별칭으로 부르면서 나와 다른 존재로 인식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마도 상층 계급민들도 하층 계급민들로 자신과는 다른 인종으로 인식하고 있지는 않을까? 남아공과는 반대로 서울이라는 거대한 집단 지구를 구축하고, 서울과 타 지역을 엄격하게 구분하면서, 법률이 아니라 경제력과 권력으로 서로를 분리 시켜가는 우리 나라의 모습인 것이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단지 우리 나라로 국한 되는 것이 아니고, 인권을 보장 받은 백인들과, 노동력을 제공하는 유색인종이 존재할 뿐, 유색인종에게 삶의 터전을 만들어 주지 못하는 거대한 집단 지구의 모습이 지구 곳곳에서 보이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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