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ne Girl (나를 찾아줘) - 계획대로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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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ne Girl (나를 찾아줘) 계획대로 살자 |
년도 : 2014 국가 : 미국 상영 : 149분 제작 : 20th Century Fox 배급 : 20th Century Fox 원작 : 질리언 플린 Gillian Flynn 연출 : 데이비드 핀처 David Fincher 출연 : 벤 애플렉 Ben Affleck (닉 던 Nick Dunne 역) 로자문드 파이크 Rosamund Pike (에이미 던 Amy Dunne 역) 캐리 쿤 Carrie Coon (마고 던 Margo Dunne 역) 흥행 : $167.8M (미국) 1,764,233명 (한국)> | |
2014. 11. 19. 20:55~ CGV 강변 11관. ★★★★★★★☆☆☆ |
개인적으로 긴 영화 비수기를 보냈다. 전통적으로 11월은 영화가에서 비수기로 자리매김했지만, 극장뿐 아니라 VOD 로 보는 영화까지 합쳐서 9월 11일에 본 '타짜: 신의 손' 이후 2개월간 아무런 영화를 보지 않은 채 시간을 보냈다. (그동안 뭐 한거지?)
그러다 보니까 10월에 개봉한 이 영화를 보지 못한 채 11월이 되었고, 어느 덧 극장 개봉이 끝나가는 시점이다. 빨리 봐야 하는데 말이지.
데이비드 핀처의 스릴러
제목을 스릴러라고 쓰긴 했는데, 이게 스릴러가 맞는지 모르겠다. 어쩐지 모르게 코믹 분류로 넣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는 하다.
'Panic Room (패닉 룸)' 이후 좀처럼 오리지널 각본으로 영화를 만들지 않는 데이비드 핀처는 이번에도 소설을 원작으로 긴 영화를 하나 만들어 냈고, 여전히 그 품질은 뛰어나다.
핀처 감독의 영화를 좀 징검다리 건너 듯 보긴 하였지만 어쨌든 정보 상으로는 최근에 만든 영화들, 특히 리메이크나 소설이 원작인 영화들이 모두 150분 정도의 런닝 타임으로 만들어졌다. 그 중에는 단편 소설을 바탕으로 한 작품도 있는데, 뭐 그리 할 얘기가 많은 건지 요즘 영화 기준으로서는 다들 꽤 긴 작품들이다.
그렇다고 등장 인물이 많은 것도 아니고.
하지만 길다고 투덜댈 필요가 없는 것이 그 긴 시간 동안 난잡하고 쓸데 없는 이야기들이 끼어 있는 것도 아니고, 다양한 인물들이 여러가지 사건을 만들어 내는 것도 아닌 상태로 150분 동안 쉴 새 없이 이야기를 따라오도록 만든다. 영화를 다 본 다음에 생각해 봤을 때, 어찌보면 밋밋한 이야기인데 어떻게 이렇게 지루함 없이 150분을 몰입할 수 있었는지가 신기하다. 그것이 데이비드 핀처의 연출 역량인 것이고.
사랑과 전쟁
먼저 영화를 본 사람들이 평은 모두 '사랑과 전쟁'이라고 한다.
150분 정도나 되는 영화를 이끌어 가는 인물은 닉과 에이미 두 사람이다.
한적한 미주리의 구석에서 쌍둥이 동생과 조그만 바를 운영하는 닉은 어느날 아침 아내가 사라져 버린 것을 발견한다. 처음에는 홀연히 없어진 것으로만 보이지만, 경찰이 본격적으로 수사를 나서고 나니 작은 실마리들이 속속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여느 영화에서 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모냥새는 아니다.
소소한 실마리들이 쌓이고 보니 닉이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양상으로 사건이 전개된다. 아내에 대해서 몰랐던 사실도 밝혀지고, 아내에게 숨겨야 할 사실도 있다. 이런 것들을 모아 놓고 보니 닉 자신이 아내 살인범으로 의심을 받을 수도 있는 양상이 되어간다.
사건의 흐름은 관객들이 따라가던 닉의 생각과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한다. 별 다를 바 없이 살아가는 평범한 시골 부부인 줄 알았던 두 부부의 속내도 조금씩 드러나면서 그 어긋남은 커져간다.
평범한 부인이라고 생각한 에이미는 알고 보니 'The Amazing Amy' 라는 베스트셀러 소설의 주인공 모델자, 그 작가의 딸이기도 하다. 유명 소설의 실제 주인공이기도 하고, 유명 작가인 처가에서 실종 사건에 관여하게 되면서 판도 커져간다.
별 일 없이 사는 줄 알았던 부부가 사실은 비슷한 시기에 직장을 잃으면서 결혼 생활은 위기를 향해가고 있었고, 닉은 에이미의 (사실은 에이미 부모의) 신탁 자산에 기대서 빌어 먹는 찌질한 남편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에이미 역시 여느 여자들과 다를 바 없이 남편을 구속하고 개조하려는 속물의 부인과 다를 바 없는 모습으로 비추어지지만, 이건 다 닉의 찌질함 때문이란 말이지.
슬슬 살인자로 몰리는 상황에서 닉이 감추어왔던 비밀 하나가 떡하니 나타나고, 닉은 영화에서 뿐 아니라 관객에게도 욕을 먹게 되는 역할로 밖에 남지 않게 된다.
하지만, 아직 상영 시간은 반 이상 남았단 말이지.
크게 보면 2개의 내용으로 나뉘어진, (소설은 이렇게 절반씩의 분량으로 나뉘어져 있다고 하는데) 좀 더 세분해 보면 큰 2개와 작은 1개의 이야기로 이루어진 이 구성에서 첫번째 큰 이야기가 마무리 되면 영화는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된다.
첫번째 큰 이야기가 에이미가 사라진 후 며칠, 그리고 상황의 제시를 위해서 보여지는 과거의 이야기와 간간히 삽입된 에이미의 일기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면, 두번째 큰 이야기는 에이미가 사라진 날부터의 에이미의 시점으로 이루어진다.
두번째 큰 이야기가 시작되면서 보여지는 에이미의 행동 하나만으로 첫번째 이야기에서 세운 수많은 가정들은 한 순간에 무너진다.
혹시 정말로 에이미는 납치된 것이 아닐까, 아니면 닉이 에이미를 살해하고 속이는 것은 아닐까, 그것도 영화스럽지 않지만 에이미가 스스로 사라진 것이 아닐까 하는 많은 가정들. 하지만 이어지는 반전은 바로 에이미의 자작극이라는 것이다. 그것도 닉을 향한 처철한 복수극으로.
에이미는 이 날을 위해서 꽤 공을 들여가면서 많은 것을 준비했다. 시체 없는 살인 사건을 만들기 위하여 책을 읽으며 시나리오를 짜고,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있을 만한 가공의 일기나 신용카드 사용 내역을 만들어낸다. 남편의 행동 패턴을 예측해서 눈치채지 못하게 사라질 수 있는 시간을 만들고 정확하게 시나리오 대로 실행에 성공한다.
비록 닉이 살인 혐의로 선고를 받을 때까지 버티지 못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는 하였으나, 여기에서도 다시 한번 기지를 발휘하여 상황을 자신에 맞게 변화시킨다. 주변에 주어진 것들을 십분 이용하고 세밀한 계획을 세워서 실행하는 에이미의 능력이 놀랍다. 역시 사람은 계획을 갖고 살아야 해.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영화를 보면서 박찬욱의 'Stoker (스토커)' 가 생각났다. 평범해 보이는 가족을 둘러싼 긴장감이라는 면에서 비슷하기도 하고, 영화 전체를 함축한 수미쌍관의 opening, ending scene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Stoker (스토커)'가 팽팽해서 곧 끊어질 듯한 실을 잡아당기는 듯한 아슬아슬함의 긴장감이라면, 'Gone Girl (나를 찾아줘)'는 긴장감이라기 보다는 한순간에 사람을 바보 만들어 버리는 그런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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