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짜: 신의 손 - 원작의 힘으로 버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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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짜: 신의 손 원작의 힘으로 버틴다 |
원작이 힘이다
'타짜' 4부작 만화가 완결된지도 10년이 지났구나.
김세영, 허영만 원작의 '타짜' 는 4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야기의 짜임새가 탄탄하고 진행도 빠르기 때문에 영화화에 대한 유혹은 끊임없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원작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에 원작에 미치지 못하는 영화를 만들었을 때 욕 먹을 것을 각오해야 하는 부담도 크다.
영화계에서 괜찮은 이야기 꾼이 최동훈 감독이 그 부담을 안고 1편인 '타짜: 지리산 작두'를 영화화 하여 성공을 거두었다.
원작에 대한 큰 팬이기도 하고, 워낙에 여러번 반복해서 보았기 때문에 영화를 보는 내내 원작과 비교가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으나, 원작을 잘 따라가면서도 시대 배경을 바꾸어서 약간의 변주를 곁들였다. 개인적으로는 크게 맘에 드는 결과물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최동훈 감독의 특기가 들어가면서 좋은 평가를 이끌어냈다.
두번째 작품인 '타짜: 신의 손' 역시 원작의 두번째 에피소드를 그대로 이어간다.
다만, 감독이 최동훈에서 강형철로 변경되었다. 'Aliens (에일리언 2)' 와 같은 식으로 시리즈가 이어질 때 마다 다른 감독이 맡아 가면서 감독 특유의 색깔을 입혀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긴 했는데, 사실 강형철 감독의 스타일을 잘 모른다. '과속 스캔들'과 '써니' 등으로 상업적 성공을 거두긴 했지만 워낙에 상업 영화를 잘 안 보던 시기에 개봉한 영화들이라서 아직까지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몇 개의 영화평을 읽어보니 강형철 감독의 개성이 드러나도록 만들어졌다는 얘기가 있다. 개성이 어떤 식으로 드러났을지는 모르기 때문에 순전히 짐작으로만 말하자만, 아마도 앞쪽의 캐릭터 구축 부분일 것이다.
최동훈 감독의 경우는 '범죄와의 재구성'에서 보여주었던 개성이 후반부 고니와 아귀의 대결 클라이막스에서 잘 드러난 것에 비해서, 마지막 장동식 등과의 대결 장면은 조금은 헐렁한 느낌이다. 영화를 보면서 약간의 긴박감을 느끼기는 했지만, 그 긴박감은 전적으로 원작의 흐름을 알고 있었기에 느낄 수 있었던 것이었고, 원작에 비해 압축 시켜 놓은 대결 시퀀스는 그 밀도가 원작보다 희박하다. 감독의 개성을 발휘할만한 상황이 아니라서 그냥 원작의 흐름을 따라가는 느낌이랄까?
캐릭터와 배우는 괜찮은데
많은 사람들이 최승현의 배역에 대해서 불만이 많다.
1편에서 고니를 맡았던 조승우와 비교한 것도 많이 눈에 띄고 아이돌 가수 출신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더욱 그런 것일 수도 있는데 사실 함대길 역의 최승현에 대해서는 별로 불만이 없다. 오히려 조승우의 고니보다 좀 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데, 끊임 없이 진지한 고니에 비해서 적당히 가볍고, 또 끊임없이 까부는 함대길 역할에는 잘 맞아 떨어진다.
곽도원이 맡은 장동식 역할 역시 나무랄데가 없다. 퇴폐미(?)가 약간 부족하긴 하지만 훌륭하게 우지연의 역할을 수행한 이하늬와 더불어서 이 둘의 캐릭터가 이 영화에서 가장 잘 만들어지고, 잘 쓰여진 캐릭터이다. 곽도원의 경우에는 막판에 안인길 캐릭터까지 맡아서 소화해 낸다.
오히려 이미 캐릭터가 만들어져 있는 아귀의 등장이 늦어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했고, 어정쩡하게 3편을 예고하기 위해서 대충 넘어간 느낌이다.
가장 문제가 있는 캐릭터는 신세경이 맡은 허미나이다.
엉덩이도 대역 아냐?
타짜를 재미없게 봤다는 누군가는 '신세경 엉덩이만 기억나요.'라고 했지만, 나에게는 영 어색한 허미나의 모습이 계속해서 눈에 걸렸다. 신세경이라는 배우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 자체가 워낙에 청순한 가정부 역할로 고정되어 있다보니, 허미나에게서 풍기는 암울함이나 표독한 모습이 전혀라고 할만큼 보이지 않았다. 그 때문에 대길의 손을 아작낼 때의 결의에 찬 모습이나, 마지막에 오빠를 잃은 슬픔이 잘 표현되지 않은 아쉬움이 있다.
아마도 분량 때문에 안인길 캐릭터가 나오지 않고, 함대길이 감방에 간 것 역시 모두 들어냈기 때문에 허미나라는 캐릭터가 완성되지 않은 것 때문이긴 하겠지만, 그 보다는 신세경의 분위기가 허미나를 눌러버리는 문제가 더 크다.
3편도 나오겠지
생뚱맞게 여진구가 나오고, 거기에 대고 아귀가 '대한민국 도박판을 쥐고 흔들 놈'이라고 장단을 맞추니 아무래도 3편을 염두한 포석 같다.
다만, 문제는 이런 캐릭터가 원작에는 없는지라 속편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모를 내용이다. 아귀의 제자가 갑작스레 짝귀의 아들인 도일출로 분할 것 같지는 않고, 그나마 가능성이 있다면 포우 역할을 하게 되지 않을까 싶기는 하다.
물론 원작과 전혀 다른 식으로 흘러갈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원작에 많이 기대는 시리즈가 남아있는 원작을 무시하고 갈 수는 없을 것 같다. 어쩌면 여진구-김윤석이 '원 아이드 잭'에서 상대 역이 되는 허영도, 허전 역할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분위기를 보니 아귀라는 캐릭터를 끝까지 데리고 가고 싶어하는 제작진 측의 의도가 보인다. 고광열 캐릭터도 굳이 2편에 등장 시키지 않았던가.
1편이 나오고 8년이나 지나서야 속편이 나왔다. 중간에 한번 엎어졌다는 얘기가 있긴 한데, 이렇게 늦어서야 3편을 기다리며 쬐는 맛이 좀 덜해질 것 같네. 아귀 캐릭터를 계속 끌고 가려면 2~3년 안에는 3편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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