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ker (스토커) - 헐리우드 진출의 좋은 예
Stoker (스토커) 헐리우드 진출의 좋은 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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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도 : 2013
국가 : 미국 상영 : 99분 제작 : Fox Searchlight Pictures 배급 : Fox Searchlight Pictures 연출 : 박찬욱 출연 : 미아 바시코프스카 Mia Wasikowska (인디아 India Stoker 역) 매튜 구드 Matthew Goode (찰리 Charlie 역) 니콜 키드먼 Nicole Kidman (에블린 Evelyn 역) 2013. 3. 17. 22:10 CGV 강변 5관 |
흥미를 끌만한 몇가지
박찬욱 감독은 적어도 우리 나라에서 나름의 입지를 갖추었고, '올드보이'로 깐느 영화제 Festival de Cannes 그랑프리 Grand Prix 를 수상하여 해외 진출의 기대감도 가지게 되었다. 곧 이어서 헐리우드 진출 소식이 들려왔고, 그 첫 작품이 바로 이 'Stoker (스토커)'이다. 물론 박찬욱 감독의 첫번째 헐리우드 진출작이기 때문에 관심을 갖게된 것이지만, 그 외에도 몇 가지 흥미를 끌만한 것들이 있다.
우선 한글 제목이 '스토커'.
혹시나 타르코프스키 Andrei Tarkovskiy 감독의 명작 'Stalker (스토커)' 를 떠 올릴 수도 있겠다. 원 제목이나 현지에서의 발음은 많이 다르겠지만, 한국어 표기가 '스토커'로 동일하게 때문에 오해를 받을 수 있겠으나 영화의 원래 제목인 'Stoker' 는 주인공 가족의 이름이다. 같은 이유로 경범죄 위반 범칙금 8만원을 떠 올릴 수도 있겠으나 (게다가 은연 중에 마케팅 문구는 은밀하게 스토킹을 암시하기도 했다. 영화의 내용 역시도...) 그 역시 아니다.
원 제목인 'Stoker' 를 보고서 떠 올릴 수 있는 것은 바로 'Drakula (드라큘라)'의 작가 브람 스토커 Bram Stoker . 브람 스토커와의 관련성은 별로 공감이 가지 않으니 넘어가자.
사실 스토킹을 조금 하긴 합니다.
자막이 내려가는(!) 동안 주연 배우들 이외에 낯익은 이름이 보인다. 웬트워스 밀러 Wentworth Miller ?
웬트워스 밀러라면 우리에게는 석호필 Michael Scofield 씨로 잘 알려진 배우 아니던가. 영화 작가 Author 라기 보다는 이야기꾼이라는 타이틀이 더 어울리는 박찬욱 감독의 작품의 각본가가 석호필씨라니. 과연 박찬욱의 전작 중에서 직접 각본에 관여하지 않은 영화가 있기나 한가 하는 의심에 뒤져봤지만, 적어오 복수 3부작 등 유명 작품의 각본에는 박찬욱의 이름이 올라가 있다.
전문 시나리오 작가의 작품이 아닌지라 원작이 존재한다.
원작은 저 유명한 히치콕 Alfred Hitchcock 감독의 'Shadow of a Doubt (의혹의 그림자)'. 이 영화를 보지 못해서 확신할 수는 없지만, 찰리 Charlie 라는 이름의 소녀가 자신과 이름이 같은 찰리 삼촌을 만났는데, 알고보니 그가 연쇄 살인범의 용의자였더라... 라는 전개를 봐서는 설정 자체를 그대로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는 삼촌의 이름이 찰리인 것 까지 동일하니까.
어쨌든 각본 스탶의 이름에 박찬욱이 없다는 것은 꽤나 아쉬운 부분이긴 한데, 설마 영어가 안 돼서 그런건 아니겠지?
탁월한 미장센, 그보다 뛰어난 음향
김지운의 'The Last Stand (라스트 스탠드)'가 꽤나 B급으로 흘러간 것이 김지운이 전면적으로 촬영 현장을 지배하지 못해서일 것이라는 예상을 했었는데, 반면 박찬욱의 경우는 각본을 제외하고서는 꽤나 박찬욱스럽게 전개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박찬욱이 깐느표를 바탕으로 해서 나름 존중을 받고 있거나, 아니면 영어를 아주 유창하게 해서 자신의 생각을 배우와 스탶들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을까 하는 예상이다.
각본에 신경을 덜 쓰는 만큼 다른 부분에 더 많은 품을 들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화면의 배치나 카메라의 움직임 등 미장센을 이루는 많은 부분을 꼼꼼하게 신경쓰고 또 그만큼 잘 제어되어서 훌륭한 결과물을 이끌어냈다. (그렇다고 '영상 미학의 거장' 운운하는 것은 아무리 깐느표 감독이라도 그 정도는 좀 낯간지럽지 않나?)
아마도 찰리가 인디아에게 아이스크림을 냉장고에 넣어달라고 부탁하는 장면이었던 것 같은데, 찰리와 인디아, 그리고 에블린 세명이 삼각 구도를 이루고 나누는 대화를 잡아내는 편집과 구도는 대사로 전달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의미를 전달하는 명장면으로 뽑고 싶다.
두개의 문으로 찰리와 에블린을 바라보는 인디아의 시선이나, 식당에서 댄스를 하는 찰리와 에블린을 숨어서 지켜보는 인디아의 구도, 연탄곡을 연주하는 찰리와 인디아의 뒤쪽에 선 에블린의 구도도 손 꼽힐만한 장면들이다.
개인적으로는 최근 본 영화들 중에서 음향의 사용이 가장 탁월하다고 평가한다. 이 영화에서 박찬욱이 음악을 적재적소에 잘 사용했다는 평이 있는데, 내가 볼 때에는 음악보다는 음향의 활용이 가장 훌륭하지 않았나 싶다. 샤워기에서 떨어지는 물 소리, 메트로놈의 똑딱이는 소리까지 미장센과 더불어서 대사보다 훨씬 많은 의미를 전달해 준다. 물론 둘 사이의 클라이막스를 보여주는 'Duet' 연주 역시 훌륭하다.
그리고...
가장 유명한 배우는 니콜 키드먼이지만 영화의 주인공은 매튜 구드와 미아 바시코프스카이다.
영화의 절반은 과거를 알 수 없는, 과거는 커녕 존재 자체도 알지 못했던 삼촌의 등장과 노골적인 근친에 대한 유혹, 그리고 과거를 알 법한 주변 인물들의 실종에 대한 스릴러로 구성되어 있다. 가족과 주변인을 연쇄 살인하는 정신 이상자의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면 아마도 히치콕의 'Shadow of a Doubt (의혹의 그림자)'의 리메이크로 귀결될런지도 모르겠다.
영화의 다음 절반은 결국 자신의 능력을 자각하는 성장 영화로 귀결된다. 어렸을 때 부터 자신만이 알고 가족에게도 밝힌 적 없는 능력을 알고 있는 다른 존재이 도움으로 자신이 나아가야 할 운명(?)을 받아들이는 소녀에 대한 이야기로 결말을 맺는다.
Trivia
원래의 캐스트는 캐리 멀리건 Carey Mulligan , 콜린 퍼스 Colin Firth , 조디 포스터 Jodie Foster 였지만 모두 하차했다. 조디 포스터는 몰라도 나머지 둘은 최종 캐스팅이 훨씬 낫다.
특히나 미아 바시코프스카는 꽤 여러 장면에서 배두나가 생각난다.
매튜 구든 어디서 봤길래 낯이 익나 했더니 'Watchmen (워치맨)'의 부자 아저씨였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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