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4.2 (Texas 시각)

저녁 8시 30분이 되어서야 회의가 끝났다. 길기도 하다.

6명이 저녁 먹으러 나갔다.
이번엔 멕시칸이다. 역시 Main street인 콩그레스 Congress 에 있는데, 이름은 마뉴엘 Manuel .
메뉴에 나온 음식 이름을 봐도 모르겠고, 설명을 봐도 모르겠고. 프라우스타인가 뭔가 그 비스무레한 이름의 음식을 시켰다. Totila에 닭을 싸서 말고, 그 위에 sour 소스 친건데...
다른 사람은 약간 귀에 익은 음식들을 시켰다. Taco랑 Pajita 등등...
근데, 나온 음식들을 보면 다들 비슷하다. Totila에 고기, 양파...
애피타이저로 준 나초만 먹어도 저녁이 되겠다. 나초 저만큼을 우리 나라 술집에서 시키면 3만원은 할 것 같다. 여기선 그냥 준다.
근데, 나초 찍어 먹는 소스가 여긴 정말 맵다. 난 우리 나라에서는 토마토 소스인줄 알았는데...

전병호 교수는 호텔에 들어가고 나머지 5명이서 블록버스터 Blockbuster 에 갔다.
실험용 영상 제작을 위해 Multi-angle DVD를 사러 갔으나... 매우 열악하게도, contents가 부실했다.
이 부실함이 우리가 느끼게된 부실함의 시작이었으니... 조짐은 여기서부터 시작이었다.
건너편에 헐리우드 비디오 Hollywood Video 가 있었으나, 거기 역시 부실하긴 마찬가지. 거기서 우리 나라 비디오 '비트'와 '은행나무 침대'를 발견했다. 물론 산건 아니다. 그저 신기했을 뿐.

윤홍서 대리, 김철우 박사와 셋이서 더 돌아다니기로 했다.
타워 레코드 Tower Record 한번 더 가보고, 텍사스 주립 대학 Univ. of Texas 앞에 가서 맥주나 마시기로 했다.

시청 건물을 건너 갔다. 호텔에서 추천해준 괜찮은 음반점이라고 갔는데, 부실하긴 마찬가지.
갑자기 앨범이나 몇장 살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팻 메시니 Pat Metheny 의 앨범을 보니 우리 나라랑 가격이 비슷하더구먼...

타워 레코드로 갔는데, 막상 건물은 tower가 아니었다. 2층 이더만... 근데, 문을 닫았다. 5분 차이로... 뭐, 보아하니 거기도 없게 생겼다.

그럼 이제 남은 것은 맥주 파는 곳을 찾는 일...
but, 그러나...
여긴 정말 시골이구먼...

HEB라는 편의점에 가서 맥주와 chip, 과일을 샀다.
졸라 많은 종류의 맥주 앞에서 뭘 살까 고민했다. 한국에서도 익히 먹는 버드 Budweiser , 밀러 Miller 등을 먹을 수는 없고...
첨 보는 맥주를 먹을까도 했는데, 예전에 중 동문회에서 특이한 맥주 먹어보자고 지랄하다가 샴푸 맛 나는 맥주를 먹어본 적도 있고,
6-pack으로 팔기에 한 종류만 선택해야 해서 안전빵으로 사뮤엘 아담스 Samuel Adams 를 사 왔다.

방에서 pay-TV를 보면서 마실까, 호텔 정원에서 마실까 하다가 나의 간곡한(?) 바램으로 정원으로 나왔다.
잔디밭에서 향기로운 잔디 냄새가 풍기고... 그 위에 작은 테이블과 팔걸이 있는 의자. 20m 앞에는 강도 흐른다.
주변에 고층 건물도 없고, 조명도 별로 없다.
졸라 멋진 분위기다.

이런데서 맥주 마시는 것이 내 작은 소원이었다.
우리집 앞에도 한국에선 꽤 괜찮은 편인 아시아 공원이 있지만, 거긴 양아치 새끼들이 판치는 곳이다.
저쪽에선 춤춘다고 땅에다 대가리 박고 있고, 저쪽에선 머리 깻잎 붙이고 얼굴엔 분칠한 계집과, 추리닝 입은 사내들 미팅한다고 떠들고, 또 저 구석에서 주둥이 맞대고 있는 년놈들이 즐비하다.

하여간 분위기 좋은 곳에서 맛있게 술먹고 방에 들어갔다.

TV를 틀었는데, 여기 졸라 좋은게 sports 방송이 3개나 있다. ESPN 2개 fox sports 1개.
쉐필드 Gary Sheffield 가 홈런쳐서 다져스 LA Dodgers 가 1-0으로 이겼다는구먼.. 승리 투수가 박찬호고...
날짜상 개막전일텐데... 오호라...

샤워하고 책 좀 보다가 잤다.
어제보다는 좀 잘 잤다. 중간에 두번밖에 깨지 않았다.

...

오늘의 교훈
'미국을 가도 유명한 데를 가야 놀만하지, 이건 뭐 완전 촌구석이구먼...  깡촌이려면 차라리 근처에 말이 뛰놀던지... 텍사스 Texas 라고 씨바 카우보이 모자 쓴놈 하나도 못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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