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기록과 기록 사이 - 기록지에 적히지 않은 야사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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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기록과 기록 사이 기록지에 적히지 않은 야사 |
발행일 : 2012.5.29
펴낸곳 : 한울 지은이 : 윤병웅 반양장본 | 448쪽 | 223*152mm ISBN : 978-89-460-4603-0 정가 : 24,000원 회사 정보자료실 대출 2012.12.7 |
주말에 책이나 한권 읽어볼까 하고 회사 정보자료실을 뒤지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최근에도 스포츠 신문인 Osen 의 야구 인사이드 섹션에 여전히 연재되고 있어서 즐겨 읽고 있는 컬럼인데, 올 상반기까지 나왔던 것들을 모아서 책으로 나왔기에 주욱 모아서 읽어보려고 냉큼 대여했다.
그냥 읽어봐서는 도무지 어떤 뜻인지 알 수가 없는 야구 규칙을 실제 벌어진 경기 상황에 대입하여 알기 쉽게 풀어내기도 하고, 또 이러한 규칙이 만들어진 기본 원리에 대한 설명이 맛깔스럽게 표현되어 있어서 빌려온 금요일 저녁 밤에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덕분에 늦게 잤지만...)
KBO 기록위원회의 윤병웅 기록위원장이 직접 겪거나 기록지로 접한 여러가지 "Scornig" 과 "Record"를 읽으면서, 그 당시를 떠올려 보면 도저히 멈출 수가 없는 것이다.
Part I 공식 기록의 뒤안길
의문부호가 달린 박종호의 37경기 연속 안타
KBO는 박종호의 39경기 (2004년), NPB는 다카하시 요시히코 高橋 慶彦 의 33경기, MLB는 조 디마지오 Joe DiMaggio 의 56경기 연속 안타가 기록.
안타와 실책의 판단은 전적으로 기록원의 몫.
장종훈의 타격 기록 번복 소동
1991년 8월 29일 장종훈의 내야 안타를 실책으로 판정하였다 내야 안타로 번복한 것이 지금까지의 유일한 기록 번복 사례로 남아있다.
데뷔 첫 안타가 취소된 김재호
이건 나도 본 경기.
2005년 4월 22일 기아전에서 두산의 김재호는 데뷔 후 첫 안타를 쳤으나 볼카운트를 착각한 이영재 심판 때문에 2스트라이크 4볼 상태에서의 타격이어서 기록은 결국 볼넷으로 확정. 이후 이렇게 모르고 넘어간 후 타격을 완료한 경우에는 이 타격을 정식 기록으로 인정하기로 하였다.
기록원의 착각이 만든 구대성의 머쓱한 마무리
세이브 조건을 제대로 알고 있으면 3등 팬, 보크 규정을 알고 있으면 2등 팬, 자책/비자책 규정을 확실하게 알고 있으면 1등팬.
그 중에서 쉬운 것이지만 그래도 세이브 조건은 어려운 것이다. [점수차]-[주자수]의 값이 2보다 작거나 같으면 0.1 이닝만 던져도 되고, 4보다 같거나 크면 3이닝을 온전히 던지면 되지만, 이 값이 3일 경우에는 점수차에 따라서 다르다. 값이 3일 경우 3점차는 1이닝, 4점차 이상일 경우에는 3이닝을 던져야 세이브 요건이다. (1998년부터 변경되어 적용된 규칙)
희생번트 증가의 또 다른 중심, 김용달 코치.
2006년 현대 유니콘스는 시즌 153개의 희생번트를 기록하면서 팀 최다 희생번트 신기록을 만들어서 김재박 감독이 욕을 쳐먹었으나, 김재박 감독만을 욕할 것이 아니라는 것. 2003년부터 선수의 번트 동작뿐만 아니라 경기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희생번트 여부를 결정하기로 하면서 2002년 536개에서 2003년 755개로 폭증하였다.
이대호에게 낚인 양준혁의 비거리 150m 홈런
홈런의 비거리는 아무래도 대략 측정할 수 밖에 없는데, 일단 KBO 에서는 백인천 (동대문), 양준혁 (사직), 김동주 (잠실 장외), 이대호 (사직 장외)가 150m 로 기록.
2007.4.21 이대호의 사직구장 최초 장외홈런
NPB는 알렉스 카브레라 Alex Cabrera 의 (오사카 돔 大阪 Dome) 170m, MLB는 미키 맨틀 Mickey Mantle 의 (그리피스 스타디움 Griffith Stadium) 172m
기록원을 애먹이는 양준혁의 전력질주
"뛰어라, 지금이 마지막인 것처럼." 2010년 9월 19일 대구 시민 구장에서 은퇴 경기를 치룬 양준혁은 첫 세타석에서 나란히 삼진을 당한 후, 마지막 네번째 타석에서 2루수 앞 땅볼을 치고서는 1루까지 전력으로 질주하였다. 그가 18년간 7,332 번의 타석에 서서 항상 그랬왔던 것 처럼 말이다.
뛰어라, 지금이 마지막이다.
개인 통산 2,000 안타를 기록할 때, 양준혁의 내야 안타는 135개였다. 아마 그가 그토록 전력으로 달리지 않았다면 2,000 안타의 달성 시점은 아마도 1년 넘게 미루어졌을 것이다.
김성근 감독의 인해전술에 헷갈리는 구원승
선발 투수가 승리 요건인 5이닝을 마저 채우지 않고 물러날 경우 구원 투수의 승리 결정은 전적으로 기록원이 판단한다. 판단을 위한 뚜렷한 기준이 없는 것이 기록원으로서도 답답할 거다. 김성근의 벌떼야구 시절에는 거의 모든 경기가 그렇지 않았을까?
기록은 짧고 비난은 영원하다
김영덕 감독은 "비난은 짧고 기록은 영원하다"는 되도 않는 소리와 함께 덕아웃에서 계산기를 두드리면 타율 계산을 했다. 하지만 야구는 기록지에만 기록되는 것이 아니라 팬들의 머리 속에 영원히 기억한다.
1984년 홍문종 9연타석 고의4구 (이만수 타격왕)
1989년 계산기를 동원한 타율 계산 (고원부 타격왕)
1989년 김성한과 유승안의 타점 경쟁을 위한 주루 플레이. (유승안 타점왕)
1989년 중고 신인 박정현의 최다승 밀어주기 (박정현 신인 최다승 신기록 19승)
1991년 장효조 5연타속 고의4구 (이정훈 타격왕)
1992년 송진우의 19승, 구원투수 밀어주기 (송진우 다승왕, 구원왕)
2009년 홍성흔 4연타석 볼넷 (박용택 타격왕)
미완성으로 끝난 정근우의 홈스틸
이건 경기장에서 직접 본 장면.
2007년 한국시리즈 3차전 6회 1사 2/3루. 3루 주자 정근우가 홈스틸을 시도했으나 포수 채상병의 패스트볼로 기록되었다.
7:0 에서 홈스틸을 하다니.
아무도 예상 못한 시도, 주자 태그가 어려웠을 것이라는 정황 등으로 홈스틸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결국은 패스트볼에 의한 득점으로 기록.
송진우의 탈삼진 기록 정정, 역사 바로잡기의 시작
회장님이 개인 통산 탈삼진 2,000개의 대기록을 향해 다가가던 2008년 5월 24일. 그 전날까지 1,995개였던 통산 탈삼진의 개수가 1,994개로 줄었다. 이유는 1990년 탈삼진 숫자가 알려진대로 103개가 아니라 실제로는 102개였던 것. 수기로 기록되던 것을 전산화하면서 발견해 낸 것이다.
어쩌면 이런 것들이 숨어 있을 수 있는데, 대기록을 세우기 전에 발견되었기에 망정이지, 대기록 공을 비싸게 구입했는데 바뀌었다고 나오면...
그나저나 4년전 시도했던 대한야구협회의 아마추어 야구 기록지 전산화 작업은 시망...
류현진도 울고 갈 '16K' 패전투수
직접 TV로 봤던 2009년 7월 30일 경기. 한화 류현진은 두산을 상대로 14개의 탈삼진을 얻었지만, 결과는 2:1로 두산의 승리였다. 하지만 류현진은 덜 억울해야 할 것이 1983년 6월 7일 롯데 최동원은 삼성을 상대로 16개의 탈삼진을 얻고도 0:5로 패배하였다.
참고로 1경기 최다 탈삼진은 1991년 6월 19일 빙그레를 상대한 해태 선동열의 18개이고, 9이닝으로 한정하면 2010년 5월 11일 LG를 상대한 류현진의 17개이다.
9이닝 17탈삼진 신기록
수위타자를 향한 잔인한 게임, 모 毛 의 전쟁
역대 가장 치열했던 타격왕 경쟁은 1990년의 1위 해태 한대화와 (418타수 140안타, 0.33493) 2위 빙그레 이강돈의 (436타수 146안타, 0.33486) 의 경쟁이었다. 거기에 3위 LG 노찬엽마저 (327타수 109안타, 0.3333) 1리 6모의 차이로 맞붙었던 해였다.
경쟁 상대 선수에게 고의4구를 내주면서 타격왕 타이틀을 지켜냈던 1984년의 삼성 이만수와 (300타수 102안타, 0.3400) vs. 롯데 홍문종 (360타수 122안타, 0.3389). 1991년 빙그레 이정훈과 (379타수 132안타, 0.3482) 롯데 장효조 (346타수 120안타, 0.3468), 2009년 LG 박용택과 (452타수 168안타, 0.3717) 롯데 홍성흔의 (426타수 158안타, 0.3709) 대결들 모두 1리 정도의 차이를 지키기 위한 치사한 수단이었다.
이 외에도 2000년 현대 박종호와 (441타수150안타, 0.3401) 두산 김동주 (469타수 159안타 0.3390), 2004년 현대 브룸바와 (475타수 163안타, 0.3432) SK 이진영 (404타수 138안타 0.3416), 2007년 이현곤과 (453타수 153안타, 0.3377) 삼성 양준혁 (442타수 149안타, 0.3371) 등이 1리 차이로 1/2위 접전을 벌였다.
뿌리 내릴 틈 없는 연속경기출장 기록
나도 이 설문에 참여한 기억이 있는데, '불멸의 스포츠 10대 기록' 선정에서 전 스포츠 분야 중 당당하게 1위를 차지한 것은 바로 칼 립켄 주니어 Cal Ripken Jr. 의 2,632경기 연속 출장이었다. 칼 립켄 주니어에 의해서 깨지기 전까지는 기누가사 사치오 衣笠 祥雄 가 2,215 경기로, 현재는 세계 1위 기록을 내어주고 NPB 기록으로 남아있다.
KBO는 최태원의 1,014 경기가 기록인데, 아직까지는 그 근처에까지 근접한 기록도 없어서 향후 7~8년간은 나오지 않을 듯.
정전과 야구기록 사이
2011년 4월 16일 TV 중계 경기를 보는 중, 두산 정수빈이 기습 번트를 기가 막히게 대고서는 1루로 뛰어나가는데, 갑자기 암전. 처음에는 중계 시스템의 이상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대구 시민 구장의 조명탑 정전 사태였다. (그 일로 김응룡이 물러나고 SDS 대표 출신인 김인 사장이 취임한 것이 조명탑 고치기 위해서라는 설이... 믿거나 말거나.)
규칙상 우천 등의 날씨 때문에 중단된 경우가 아니라 시설물의 문제였다면 무조건 서스펜디드가 선언되고, 완료되지 않은 플레이는 무효가 된다. 남은 경기는 같은 구장에서 치르되 일정이 없을 경우에는 상대팀 구장에서, 그 일정도 없다면 콜드 선언된다.
재개된 경기에서 발생한 모든 기록은 원래의 경기일에 발생한 것으로 기록하고, 연속경기출장 등의 기록도 이어질 수 있다.
전준우의 현실이 된 난센스 퀴즈
최고의 야구 만화인 박수동 화백의 '번데기 야구단'을 보면 괌에서의 친선 경기 중에 평범한 1루 땅볼 타구가 1루수 장대의 뒷주머니에 들어가는 상황이 있었다. 그 때는 아무리 생각해도 낮은 확률이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할 정도의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2011년 6월 2일 사직 경기에서 넥센 김민우의 3루 땅볼 타구가 3루수 전준우의 (엥? 3루수 전준우?) 유니폼 안으로 들어갔다.
규칙상 공격자의 유니폼 안에 들어가면 무조건 볼데드 후 심판 인정에 따른 안전 진루. 수비수의 유니폼 안에 들어간 경우는 원칙적으로 인플레이 상태이다.
쓰다 보니 길어져서 3부작으로 가련다. 야구 얘기만 나오면 할 말이 많아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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