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맛 - 하녀 2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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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맛 하녀 2편 ? |
One of two 상수?
65회인가 깐느 Cannes 영화제에 홍상수 감독의 '다른 나라에서'와 함께 임상수 감독의 이 영화가 경쟁 부문에 초청되었다. 말 지어내기 좋아하는 신문 기사에서는 'Two 상수'라고 둘을 묶어서 뭔가를 만들어 내려고 하는데, 난 이게 맘에 들지 않는다.
데뷔작인 '처녀들의 저녁식사'부터 '눈물', '바람난 가족', '그 때 그 사람들'까지 계속 봐 왔지만, 가면 갈 수록 별로 맘에 들지 않아서 그 이후로는 보지 않았다. 찌질함이 극에 다란 홍상수의 주인공들은 내 맘에 쏙 드는 반면, 어중간하게 까칠하고 껄렁한 임상수의 주인공들은 그닥 와닿지 않는다고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선택한 것은 영화를 보려고 한 시각에 상영하는 영화 중 볼만한 다른 것이 없었기 때문이지..
어쨌거나 몇년간 안 봐줬으니 한번 봐 줄 때가 된 것 같기도 하고, 깐느표 영화라니까 좀 솔깃하기도 했고...
블랙 코미디?
홍상수의 영화는 기본적으로 블랙 코미디 장르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 만한 소재들을 골라오지만 뭐 그렇게 날카롭게 비판하고자 하는 생각은 없어 보인다. 영화 외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불러 왔던 '그 때 그 사람들'의 경우만 봐도, 실제로 영화를 보면 그닥 대단하게 까 발리는 내용도 없고 말이다.
이번 영화도 드러내놓고 실명을 말하지는 않지만, 영화를 보다 보면 이 집안의 모델이 누구인지 자연스럽게 연상이 된다. '할아버지한테 받은 60억으로 200조짜리 그룹을 통째로 물려받는다는 건" 이라는 3세 윤철 (온주완)의 인터뷰 내용만 봐도 딱 한 사람이 떠오르게 되는데 막상 영화가 전체적으로 그 집안에 대한 조롱은 아니다.
임상수의 영화를 보면 기분이 더럽다거나 최소한 불편한 감정을 갖게 된다는 것이 공통적인 의견인 것 같은데, 아마도 그것은 감독 자신의 말마따나 일부러 만들어 낸 더럽거나 불편한 대사 때문일텐데...
사실 나에게 불편한 것은 감독이 의도적으로 만들어 낸 이 부분이 아니라, 끝까지 가지 못하고 (?) 어느 정도 순응하는, 그런 자조적인 상황 때문이 더 크다. (그래서 임상수의 영화가 맘에 들지 않는 것이고...)
재벌, 그리고 그 재벌과 유착한 권력.. 이런 것들이 전면에 등장하기는 하지만, 그런건 이 영화의 장치나 배경일 뿐 불편한 진실(!)을 까발리려는 것이 영화의 중심이 되지는 않는다. 비현실적으로 돈이 많은 한 집안과 그만큼 비현실적인 인물들이 만들어 내는 치정극이라고나 할까?
실제로 있을 법한 이런 비현실적인 인물들의 헛짓거리에 대해서 까뿌치노처럼 개깐죽거리면서 조롱하는 것 까지는 좋은데, 뒤로 가면서 점점 무뎌지는 그 깐죽거림이 현실에서의 나의 모습 같아서 불편해 진다고 할까나?
사실 영화를 보면서 내내 불편했던 것은 주영작의 역할에 나의 모습을 그대로 투영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돈이나 권력 관계에 의해서 강간 비스무레하게 당했다고는 하지만, 그대로 뿌리치지 못하는 주영작의 모습은, 팔아 넘기는 대상이 섹스냐 아니면 노동력 또는 자존심이냐의 차이지 살아가는 모습과 별 다를 바 없는 것이 내 모습을 보는 듯 하여 불편하다는 것이다.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아요." 라고 호기롭게 나가지만, 결국에는 은밀하게 그 품을 바라고 있는 것 아닌가?
더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윤철에게 쥐어 터지는 주영작의 깜냥은 딱 현실 세계에서 당하고 사는 우리의 모습인 것, 그리고 그렇게 욕하고 비웃는 대상이 사실은 은밀한 동경의 대상이라는 것이 그렇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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