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코레아니쿠스 - 미학자 진중권의 한국인 낯설게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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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코레아니쿠스 미학자 진중권의 한국인 낯설게 읽기 |
발행일 : 2007.1.15
펴낸곳 : 웅진 지식하우스 지은이 : 진중권 반양장본 | 304쪽 | 223*152mm ISBN : 978-89-010-6283-9 정가 : 13,000원 서점에서 : 리브로 2007.7.26 ~ 8.1 |
1978년의 대학가요제는 좀 이상했다.
아니 어쩌면 이상한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단절된 두개의 모습을 하나의 무대에서 보여주었기 때문에 이상한 것처럼 보여지기만 했을 뿐일 수도 있다.
배철수는 '송골매'의 전신인 '활주로' 밴드에서 기타를 들고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라는 rock을 불렀고, 심수봉은 피아노 앞에 앉아서 '그 때 그사람'이라는 trot을 불렀다. 같은 나이의 (정확하게 같지는 않지만...) 두 사람에게서 보여지는 극명한 이 차이는, 진보와 보수라고 이름지어지는 두개의 흐름이 시대적으로 압축된 대한민국의 현실을 보여주는 무대였다.
진중권은 이 책에서 '국민성'이나 '민족성'이라는 것을 부정한다고 밝혔지만, 어떻게 이름을 붙이건간에 한국인들의 특징적인 면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말을 하고 싶었나 보다. 그래서 그는 이러한 특징적인 면을 '하비투스 Habitus' 라는 개념을 빌어와 이를 바탕으로 한국인의 하비투스를 정의하고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진중권이 보는 한국인의 하비투스는 아래와 같다.
1. 근대화. 프랑켄슈타인 - 낯선 근대인을 만나다.
2. 전근대성. 죽은 양반의 사회 - 미완의 프로젝트
3. 미래주의. 디지털, 사이보그 그리고 짝퉁
아직까지도 조선 시대의 전근대성이 머리 깊은 곳에 뿌리 박혀 있는 사람들을 '잘 살아 보세'라는 기치 아래 근대인으로의 신체 개조를 강제하였고, 이렇게 불안한 정신과 신체에 기반한 한국 사람들은 세상 어느 나라보다도 빠르게 진화한 디지털, 사이보그의 환경 속에서 급속하게 미래화하고 있다. 시간축 상으로 과도하게 압축된 이 변화의 흐름 때문에 발생하는 한국인만의 독특한 모습들을 진중권은 하비투스라는 이름으로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다.
1. 근대화
우리 나라의 근대화는 내부 준귀족 계급 (부르주아)으로부터의 자발적 요청이 아니라, 일본에 의한 강제 근대화의 길을 걸었다. 시작이 꼬여서일까... '식민지 근대화'의 이론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게다가 '근대화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사람이 굉장한 친일파 (라기 보다는 일본 권력에 포함된 한국인)이기 때문에... '근대화'라는 단어 자체에 대한 거부감은 한국인에게 상당하다.
실제로 '근대화'라는 것이 신체에 대한 개조와 감시, 성과 광기에 대한 금기... 이런 젠장...
2. 전근대성
신체는 강제로 개조되어 모더니즘을 향해 가는데... 이놈의 정신 세계는 아직까지 고루하기만 하다. 남성 우월과 가부장이 지배하는 이 세상은 아직도 지배층의 강력한 카리스마를 원한다. (그렇다고 또 지도자가 카리스마를 내세우면 득달같이 들고 일어나는 양면성도 있다.)
전 국민이 양반화 되는 것이 어찌 보면 예절과 고급 취미의 대중화라는 긍정 측면이 있지만, 구한말 몰락한 양반과 신분매매에 의한 천민들의 양반화가 일상적이었던 역사 때문에... 신분 제도 측면에서만 '양반화'이고, 정신/문화적으로 '천민화'의 길을 걸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3. 미래주의
문자 문명이 탄탄한 기반을 갖추기 전에 진행된 인터넷과 영상 매체의 급격한 발달로 인하여 구술 문화와 이미지, 기술 복제가 빠른 속도로 생활을 파고 들면서 아슬아슬하게 얄팍한 반석 위에서 휘청대는 문화만이 남아, 그 결과 짝퉁의 소비와 아우라의 파괴, 전방위적인 키치化라는 부작용만이 남게되는 것이 아닌지 심히 걱정되는 바이다.
'글로써 '진보 먹물' 진중권을 상대할 사람은 없다'라고 했다. 진중권의 글의 최대 장점은 아마도 빠르게 읽히고, 이해하기 쉽다는 것이다.
어디서 들은 것은 많은데, 자기가 소화하지 못한 사람은 이해하기 쉽게 쓰지 못한다. 주워 들은 단어들을 나열할 뿐, 자신의 주장이 없다.
진중권의 글을 보면... 이 인간 주워 들은 말도 많고, 나름대로 소화를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다만 나름대로 소화를 하면서 왜곡되는 부분이 없지 않은 것도 사실인데, 어쨌거나 '진보'를 표방하는 만큼 나의 생각과 크게 벗어나지는 않기 때문에, 적어도 나에게는 쉽게 받아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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