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려퍼지다' - 이적 콘서트 ('16.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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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려퍼지다
이적 콘서트 |
공연기간 : 2016.11.26~27 (서울) 공연장 : 잠실 종합운동장 실내 체육관 입장권 : R석 132,000원, S석 110,000원 A석 99,000원, B석 88,000원, C석 66,000원 주최 : 쇼21(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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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26 18:00~20:23 A석 32블록 10열 9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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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2월 정도였던 것 같다. 이적의 노래를 처음 들었던 것은.
당시 봄여름가을겨울에 한창 빠져 있어서 나우누리 동호회 사람들과 덕수궁 인근에서 하던 '삐삐밴드'의 콘서트를 보러 갔는데, 그 중간에 갓 데뷔했다는 듀오가 초대손님으로 올랐다.
그 중에서 '다시 처음부터 다시'라는 곡이 꽤나 마음에 들어서 그 듀오의 앨범을 샀고, 그렇게 연달아 발표한 4장의 앨범을 모두 사서 들었다.
듀오 Panic 의 멤버인 이적과 김진표가 각자의 길을 택하게 되면서 그 중 Panic 의 중심이었던 이적은 김동률과 Project 앨범 'Carnival' 을 냈고, 이후 한상원, 정원영 등 버클리 Berklee 재즈과 출신과 Gigs 를 만들더니 2장의 앨범을 추가로 냈다.
이후 솔로로 돌아서면서 내가 듣던 Panic 의 음악과 (음악보다는 가사와) 멀어지게 되었고, 그 이후에 나오는 앨범을 그렇게 애써서 찾아 듣지는 않았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막상 이번 공연을 보니까 거의 대부분 아는 곡이더라.)
아마도 멀어지게 된 계기가 된 것은 세번째 솔로 앨범인 '나무로 만든 노래' 였던 것 같다. 이 앨범에 수록된 '다행이다'는 안그래도 대중적이긴 했던 이적을 완전히 오버그라운드로 끄집어낸 곡이 아니었을까 싶고, 그 때문에 이적의 음악에 대한 기대를 접고 '그저 그런 식의 사랑 노래를 만드는 음악인'으로 여기게 되었다. (물론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 없지만.)
작년인가 마눌님이 수원인지 안양인지에서 했던 소극장 공연을 보고 와서 괜찮다는 평을 주었고, 마침 큰 공연장에서 콘서트를 하기에 표를 구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워서 서울 첫 공연을 예매했다.
생각해 보니 첫번째 접한 것이 콘서트인데다가, 그 이후로도 공연장에서 직접 본 적이 있다. 2003년에 '가을의 전설'이라는 정체 불명의 콘서트에서도 봤고,
봤다. 게스트거나 합동 콘서트에서만 봤었는데, 과연 단독 공연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일지 약간의 기대, 그리고 약간은 '그래 한 번 해 봐라'라는 건방진 관객의 모습으로 예매를 했다.
예약을 할 때에는 나라가 이 꼬라지가 될 것을 몰랐을 때였는데, 막상 공연일이 26일 대 집회의 날이라, 광화문 근방으로 향하지 않은 것에 대해 (이적의 표현대로라면) 마음의 짐도 아니고, 부채 의식도 아닌 그런 마음으로 공연장에 향했다.
1. "노래" (from '나무로 만든 노래')
2. "그대랑" (from '사랑')
3. "같이 걸을까" (from '나무로 만든 노래')
4. "달팽이" (from 'Panic' of Panic)
5. "Rain" (from 'Dead End')
6. "거위의 꿈" (from 'Carnival' of Carnival)
7. "아무도" (from 'Panic' of Panic)
8. "Roller Coaster (in Carnival Land)" (from "Carnival" of Carnival)
9. "짝사랑" (from '02' of Gigs)
10. "고독의 의미" (from '고독의 의미')
11. "기다리다" (from 'Panic' of Panic)
12. "내 낡은 서랍 속의 바다" (from 'Sea Within' of Panic)
13. "UFO" (from '밑' of Panic)
14.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from '고독의 의미')
15. "다행이다" (from '나무로 만든 노래')
16 "로지난테" (from '04' of Panic)
17. "랄랄라" (from 'Gigs' of Gigs)
18. "압구정 날라리" (from '무한도전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
19. "하늘을 달리다" (from '2적')
Encore
20. "걱정말아요 그대" (from '응답하라 1988 OST')
21. "왼손잡이" (from 'Panic' of Panic)
이틀 공연치고는 꽤나 비용을 들였을 법한 무대의 장막 뒤로 피아노에 앉아 "노래"를 부르면서 시작한 공연은 본인의 솔로 앨범에 수록된 곡 뿐 아니라 기존 Panic 의 곡과, 이후 Carnival, Gigs 의 곡까지 포함하였다. 어느 가수의 경우는 기존 소속사의 곡을 전혀 부르지 않거나, 솔로 데뷔 이후의 곡만 부르기도 하는데, 그나마 이적은 기존 소속사와의 갈등은 없었는지 데뷔곡까지 포함하여 레퍼토리의 시대적 스펙트럼은 넓다.
그런만큼 유명했던 곡들로 이루어져서 다 아는 곡들로 꾸며졌는데, 이게 좋은 건지 아닌지 모르겠다.
4번째 곡인 "달팽이"를 부를 때에는 고음 부분을 일부러인지 건너 뛰는 모습을 보였는데, 21년이 지나 약간의 노쇄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도 피아노 독주나 기타 솔로의 반주로 부르는 끈적한 노래보다는 밴드를 대동한 빠른 템포의 노래가 어울리다는 느낌이다.
레퍼토리를 꾸밀 때에 두세곡 단위로 멘트를 했고, 빠른 템포의 곡을 두세곡 정도 한 다음에 바로 다시 느린 곡으로 바꾸면서 기껏 올라온 분위기가 다시 가라앉는 흐름이어서 몰입감이 덜했다. 작은 공연장이라면 솔로 반주의 곡이 어울리겠지만, 이렇게 큰 공연장에서는 확실히 빠르게 가는 것이 답인 것 같다. 뭐, 내가 이적의 읇조리는 목소리를 별로 마음에 안 들어하는 것이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느린 곡이더라도 목구멍을 쥐어짜는 듯이 뽑아대는 목소리 쪽은 괜찮으니까.
중간에 '마음의 짐도 아니고, 부채 의식도 아닌 그런 마음'에 대해서 이야기 하며 의미 심장한 두 곡을 부르면서 내 마음도 조금씩 예전 Panic 에 대한 감정에 가까워졌다.
Panic의 두번째 앨범에 수록된 "UFO" 는 당시에 분명히 이전 정권의 인혁당 사건에 대한 가사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내 낡은 서랍 속의 바다"와 이어서 듣게된 이번의 "UFO" 는 좀 더 포괄적인 분노로 바뀌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마지막 앵콜은 "왼손잡이"로 마무리하였는데, "거위의 꿈"이나 "로시난테"와 같이 개인의 꿈과 좌절에 대한 가사보다는 사회 전반에 대해 분노하는 것이 원래 이적의, 혹은 Panic 의 음악이 아니었던가 싶은 결론이었다.
이 가수의 이름은 (본명이 아니라) '이적' 아닌가. 예전 공연의 이름도 '적군의 습격'이었잖아.
공연장의 시설도 꽤나 돈을 들인 것 같다는 이야기는 위에도 썼는데, 확실히 "UFO" 에서의 무대 연출은 조금 감동적이었다. 김진표가 나와서 rap 파트를 좀 했으면 좋겠다는 건 순진한 기대인가?
짓밟고 서 있던 그들 거꾸러뜨리고 처음으로 겁에 질린 눈물 흘리게 하고 취한 두 눈으로 서로서로서로의 목에 끝도 없는 밧줄을 엮게 만들었지
자 일어나
모두가 반길 수 없겠지만, 그 자신이 그 이유를 제일 잘 알겠지만
마지막 달빛으로 뛰어가 봐
- 이적 詞 "UFO" from '밑' of Pan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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