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S&Y's 뉴질랜드 여행 132. 실리카 래피드 트래킹
'10.11.7 (뉴질랜드 시각)
새벽에 서영이가 잠에서 깨더니 화장실에 갔다. 어제 과자를 먹으면서 쥬스를 많이 마셨나보다.
서영이가 다시 잠자리로 돌아가고 나니 나도 화장실에 가고 싶어졌다. 어제 먹은 맥주로 가득 찬 오줌보를 비우고 나니 변기물 내리는 곳에 빨간색 표시등에 불이 켜졌다. 오줌보가 비워진 대신 화장실 카트릿지가 가득 찼구나. 기록을 보니까 11월 1일 크라이스트처치 Christchurch 의 앰버 파크 홀리데이 파크 Amber Park Holiday Park 에서 비운 후에 벌써 1주일 가까이 지났구나. 꺼내서 카트릿지 뚜껑을 열어보니 뚜껑 바로 아래에서 찰랑거릴 정도이다. 그동안 웬만한 상황에서는 거의 홀리데이 파크에 있는 화장실에서 해결했고, 대변은 한번도 본 적이 없는데도 이렇게 빠르게 차는구나. 빨리 버려야겠네.
기왕 이렇게 된거 기상 시간도 다 되어서 일어났다. 벌써 오전 8시 30분이네.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한 일이 화장실 카트릿지를 버리는 일이라니, 참 내.
아직까지 서영과 은서는 잠에서 깨지 않아서 Dump Station 까지 캠퍼밴을 끌고 갈 수도 없는 상황이다. 카드릿지를 빼서 여행 트렁크 마냥 손잡이로 끌고 가야 한다. 그러고 보니 이 화장실 카트릿지가 딱 여행 트렁크 같이 생겼구나. 쭉 뽑아내는 손잡이도 있고, 반대편으로 끌고 갈 수 있는 바퀴도 달렸다.
카트릿지를 끌고 가기에는 애매할 정도의 거리이긴 한데, 그래도 가족의 아침 잠을 위해서, 그리고 전원 선을 빼는 것도 귀찮기도 하고 해서 좀 긴 거리지만 질질 끌고 비우고 왔다.
카트릿지를 비우고 나니 이제 슬슬 일어날 시각. 씻고서 바로 아침 식사를 한다. 아침 메뉴는 간단하게 감자 샐러드를 올린 빵과 콘프레이크, 그리고 우유와 초코 분말을 탄 핫초코, 이 정도면 훌륭한가?
아침을 먹고 대충 정리를 하다 보니 벌써 홀리데이 파크 check out 을 해야 하는 10시가 되었다. 아직 아침 먹은 그릇 설거지를 하다가 공동 식당을 청소하시는 분에게 쫓겨났다. 음, 여기 가차 없구만. 정이 없어, 파팍해.
남은 설거지는 캠퍼밴에서 마저 끝냈고, 홀리데이 파크를 나오기 전에 캠퍼밴 정리도 했다. 카트릿지만 꽉 차서 바꾸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 싱크에서 사용해야 할 식수도 거의 비었고, 화장실에서 사용할 물도 거의 소진되었다.
캠퍼밴을 세워 둔 파워사이트에 바로 수도 시설이 있어서 연결하고 캠퍼밴의 물탱크를 채웠다. 아마 물탱크가 비어 있는 만큼 오수 탱크도 많이 찼겠지? 캠퍼밴을 Dump Station 으로 이동해서 오수도 비워냈다.
그런데 도심에 있는 홀리데이 파크에서도 버리지 않았던 오수를 국립공원 안에 들어와서 버리다니. 이런.
대충 정리를 하고 보니 벌써 10시 50분이다. 마지막으로 화장실을 가려고 했지만 청소중이라고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 정이 없어, 팍팍해.
어제는 짧은 릿지 트랙 Ridge Track 을 다녀왔고, 오늘은 3시간 정도 걸린다는 실리카 래피드 트랙 Silica Rapid Track 을 간다.
우선은 i-Site Visitor Center 에 가서 실리카 래피드 트랙에 가는 길을 알아보기로 했다. 은서가 들어가서 실리카 래피드에 가는 길을 알아와서 그 방향으로 갔는데, 마을이 끝나는 곳까지 갔으나 실리카 래피드 입구라는 표지판은 보이지 않는다. 알고 보니 우리가 간 방향과 반대 방향에 있었던 것이다. 흠.
다시 반대 방향으로 돌아와서 실리카 래피드 입구를 찾았는데, 어제 릿지 트랙을 들어가는 입구였던 Public Shelter 건너편에 바로 있었다.
어제 릿지 트랙을 다녀오면서 아쉬웠던 점이 북섬의 최고봉인 루아페후 산 Mt. Ruapehu 의 정상이 구름에 가려서 보이지 않았던 것이었는데, 오늘은 다행히 구름이 모두 걷히고 정상이 또렷하게 잘 보인다. 허영만 화백이 이 통가리로 Tongariro 국립 공원에 왔을 때에는 비와 우박으로 등반이 불가능했다고 하는데, 우리는 꽤나 운이 좋은 것이로구나.
11시 40분이 되어서야 Public Shelter 건너편의 실리카 래피드 입구에서 출발할 수 있었다.
실리카 래피드는 이름에서 짐작하기로는 뭔가 규소 Silicon 이 빠르게 흐르는 듯한 느낌인데, 실리카 래피드를 따라서 흐르는 계곡 물과 그 아래 암석에 낀 붉은 색의 정체는 규소가 아니라 산화물이다. 규소는 아마도 산화되지 않을테니까, 대부분이 산화 철 정도가 아닐까 싶은데.
실리카 래피드 트랙을 따라서 걷는 길에는 계속해서 계곡의 물이 흐르는데, 이 계곡의 물은 다른 계곡과는 다른 색을 띄고 있는데 이는 아마도 화산 폭발로 인하여 넘처난 광물들이 녹아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산화 철의 침전물 때문에 붉은 색을 띈 바위라든가, 군데군데 알루미늄 성분이 침전한 노란색 바위라든지.
인터넷에서 통가리로 국립공원을 검색해 보면 대부분 날씨가 안 좋았다는 내용이 있다. 비가 오거나 우박이 내리는 것은 뒤로 하고도 맑은 해가 뜬 날에도 구름 때문에 산의 정상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고, 어제도 우리는 구름 때문에 정상을 보지 못한 경험이 있지만 그래도 오늘은 맑은 날씨를 만끽할 수 있다.
아마도 루아페우 산으로 짐작되는 가장 높은 (높아 보이는) 산과 함께 또렷이 보이는 산이 하나 있는데, 아마도 통가리로 산 Mt. Tongariro , 아니면 나우루호 Ngauhoe 산일 것인데, 산의 정상 모습을 보면 화산 분화구가 한번 더 폭발하여 칼데라의 모습을 갖추고 있어, 혹시나 이 분화구가 통가리로 산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겉으로 보는 높이로는 아까 봤던 산의 높이가 제일 높은 것으로 보이니, 내 마음 속으로만이라도 아까 것이 루아페후 산, 이번이 통가리로 산이라고 임의로 정할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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