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S&Y's 뉴질랜드 여행 130. 릿지 트랙에서 루아페후 산을 보다
'10.11.6 (뉴질랜드 시각)
짧은 이동 거리 덕분에 i-Site Visitor Center 의 문이 열려 있는 동안에 도착하였다. 문이 열려 있다면 당연히 들러 봐야지. 토요일이지만 국립 공원이기 때문에 평일과 동일하게 오후 5시까지 근무를 한다는군.
역시 주말이라서 그런지 주차장에도 차가 많이 세워져 있고, i-Site Visitor Center 안에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밀포드 사운드 트랙 Milford Sound Track 이 있는 피오르드랜드 국립 공원 Fiordland National Park Visitor Center 에는 백팩으로 중무장한 트래커들이 많았던 것에 비해서 여기는 그렇지는 않다. 벽에 붙어 있는 근처 트래킹 지도를 보니 짧은 코스의 트랙들도 많고, 가장 긴 트랙도 하루 정도면 주파할 수 있을 정도의 길이인 듯 하여서 그럴 것이다.
여행 계획을 세울 때에 홀리데이 파크 근처에서 출발할 수 있는 릿지 트랙 Ridge Track 과 실리카 래피드 트랙 Silica Rapid Track 중에서 골라서 가기로 했었다. 오늘은 저녁이 되어 가는 시간이니 40분 정도에 다녀올 수 있는 릿지 트랙을 가보기로 하고, 내일 3시간 정도 걸리는 실리카 래피드 트랙에 가기로 했다.
Visitor Center 에는 화카파파 빌리지 Whakapapa Village 근처의 트래킹에 대한 안내 뿐 아니라, 통가리로 Tongariro 지역의 화산 활동에 대한 기록도 전시되어 있었다.
비교적 최근인 1995년 9월에 있었던 루아페후 산 Mt. Ruapehu 의 폭발에 대한 기록이 있다. 당시의 지진계의 기록지도 전시되어 있는데 흔들린 정도를 보면 쾌나 큰 규모의 화산 폭발이었던 듯 하다. 산 정상의 화구도 추가적으로 무너져 내렸다고 한다. 한번 터진 화구가 터져서 더 커졌다면 칼데라 Caldera 정도 되는 건가?
이제 릿지 트랙으로 트래킹을 시작한다.
홀리데이 파크 건너편에 Public Shelter 라고 표지판이 붙어 있는 작은 쉼터 건물이 하나 있는데, 이곳이 릿지 트랙의 시작점이다.
쉘터 안으로 조그마한 새 한마리가 들어와 있는데, 우리를 보고서는 도망가려고 날았다. 하지만 밝은 바깥쪽 풍광과는 유리로 막혀 있는데 작은 새 대가리로는 그 유리를 판별하지 못하고 유리창에 가서 부딪힌다. 뚫려 있는 출입문 쪽은 빛이 들어오지 않아 어둡고, 유리로 막혀 있는 창문만 시야에 들어오기 때문에 나가지 못하고 있다. 잡아서 밖으로 날려보내 주고 싶긴 하지만 나에게 잡힐 정도로 둔한 새도 아니다.
하지만 그래도 그렇게 바보는 아닌 듯, 몇 번 정도 유리창에 부딪힌 이후에 다행히도 쉘터 밖으로 나갔다. 다행이네.
실제로 릿지 트랙 자체는 매우 짧다. 입구의 표지판에도 왕복 1시간이라고 써 있을 정도이니까.
입구부터는 빽빽한 숲길이 시작되지만, 15분 정도 걸어가다 보면 큰 키의 나무들은 사라지고 1~2m 정도의 풀섶길이 계속된다. 조금 걷다가 서영이가 좀 칭얼대기는 했지만 풀섶길이 나오면서 유령 놀이를 시작했더니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재미있게 걸어갔다.
서영이가 유령 역할을 하면서 우리가 걸어가는 것을 빠르게 앞질러 가는 것을 즐거워 하니, 덕분에 트랙의 끝까지 쉬지 않고 갈 수 있었다.
책에 있는 릿지 트랙 안내에는 중간에 평상과 같은 의자가 있는데, 그곳이 릿지 트랙의 끝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평상 너머로도 작은 풀섶 사이로 오솔길이 이어져 있다. 평상 너머의 길에서 내려오는 트래커들도 있는데, 그 분들과 인사를 하면서 얘기를 나누어 보니 저 쪽에 보이는 언덕 꼭데기에 올라가면 루아페후 산의 모습을 모두 볼 수 있다고 알려주었다.
사실 그 언덕까지 올라가지 않더라도 루하페후 산의 정상 부분은 아래서부터 보인다. 물론 내가 서 있는 위치와 루아페후 산까지의 중간에 있는 언덕과 같은 장애물들에 가려서 아래쪽 부분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릿지 트랙 끄트머리의 언덕 정상에 올라가서 보면 루아페우산까지의 평야가 길게 이어지고 그 평원 마지막에 장대한 루아페후 산의 모습을 전체적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날씨를 탓해야 하는지, 맑은 하늘에 커다란 구름이 루아페우 산의 정상을 덮으면서 안타깝게도 루아페후 산의 모든 모습을 보지는 못하였다.
내일 실리카 래피드 트랙에서는 구름 없는 온전한 모습의 루아페후 산을 바라볼 수 있길 빈다.
언던 위에서 루아페후 산을 바라본 이후에 다시 평상(?)으로 내려왔다. 웰링턴 Wellington 을 떠나 올 때에 샀던 파운드 케잌을 먹고 왔던 길을 되짚어 내려와 홀리데이 파크로 돌아갔다.
왕복 한시간 정도 걸리는 코스라고 했지만 그건 성인 기준으로 한 시간일테고, 7살짜리 서영이와 함께 쉬엄쉬엄 다녀오니 1시간 50분 정도 걸리는구나. 다른 트랙들도 아마 이 정도의 비율로 시간이 걸리겠지. 내일 3시간 정도 걸린다는 실리카 래피드 트랙은 적어도 5시간 이상으로 예상해야겠구나.
홀리데이 파크에 돌아오니 어느 덧 저녁 식사 시간이다. 평소에는 늦게 도착해서 늦은 저녁 식사를 했지만, 오늘은 알맞은 시각에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다.
공동 식당에서 식사를 준비하다 보니 문제가 있다. 공동 식당에 있는 조리대에 있는 것은 가스 버너가 아니라 열판인지라 밥물이 잘 끓지 않는다. 캠퍼밴의 버너에서 밥을 짓고, 지어진 밥은 홀리데이 파크 공동 식당으로 가지고 와서 먹는다. 보통의 식사 준비 패턴과는 반대로군.
저녁 식사는 카레다. 사람이 많아서 냄새가 좀 부담스럽기는 하다만 주변에 상점도 없는 상황에서 달리 할만한 요리도 없다. 카레 역시도 캠퍼밴의 버너에서 불을 켜고 요리를 해서 식당으로 가져왔다. 유통 기간이 좀 지난 닭 안심이 있어서 그냥 넣었는데 기간이 좀 지났지만 큰 문제는 없겠지.
식사를 마치고는 씻고서 캠퍼밴 안에서 놀았다. 1층의 침대에 모여 감자칩과 맥주를 가운데 두고 오랜만에 여유롭게 이야기 꽃을 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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