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에서 매춘하다 토막살해당한 여고생, 아직 대학로에 있다 - 디지털 시대 극장에서 영화보기
대학로에서 매춘하다 토막살해당한 여고생, 아직 대학로에 있다 - 디지털 시대 극장에서 영화보기
2000 남기웅 연출, 이소윤, 김대통 출연
2001.1.5 하이퍼텍 나다
95년도 '현대 사회와 영상 매체'라는 강의를 한 이상면 독문과 강사는
'내가 영화를 봤냐고 물어 봤을 때, 비디오로 본 사람은 영화를 봤다고 대답하지 마시오' 라고 했다.
며칠전 같은 영화 서클의 한 친구는 '나우시카를 비디오로 본 사람은 반만 본거다. 화면을 가득 덮는 그 푸른 색이란...' 이라는 얘기를 했다.
일찌기 영화 잡지 로드쇼에는 '분노의 역류를 한국에서 본 관객들은 사운드의 열악함으로 인해 영화를 반만 본 것과 다름 없다'고 했다.
본인도 1년간 영화 본 횟수를 셀 때, 극장에서 몇편, 비디오로 몇편, TV에서 한거 몇편 이렇게 나눈다.
세상은 디지털화 되어가고 있다고 한다.
어지간한 아날로그 매체들은 디지털로 대체되어가고 있다.
작가들은 원고지 대신 워드 프로세서를 사용하고, 디지털 카메라의 판매량이 일반 카메라의 판매량을 따라 잡고 있다.
방송국 기자들은 디지털 캠코더를 들고 다니고, 신문사 기자들은 디지털 카메라로 찍어 휴대폰을 통해 사진은 신문사로 전송한다.
맘에 들건 안 들건 디지털이라는 건 지금 하나의 커다란 화두임은 틀림없다.
영화에도 디지털이 도입되고 있다.
김지운, 장진, 류승완이 디지털 영화를 찍어 Cine4m에서 상영중이고, 그 밖에도 잡다한 많은 작품들이 인터넷 상에서 돌고 있다.
디지털 영화의 장점은 역시 저렴한 가격비와 편리한 편집 등에 있을 것이다.
그리고, 누구나 인터넷 상에서 상영할 수 있다는 것...
그런데, 일반 극장에서 디지털 영화가 개봉되었다.
어제 하이퍼텍 나다에서 '대학로에서 매춘하다가 토막 살해당한 여고생, 아직 대학로에 있다'를 봤다.
남기욱 이라는 '단편 찍는다고 스텦 속이고 장편찍은 사기꾼'이 디지털 카메라를 이용하여 제작했다.
독립 영화라는 것을 표방한 만큼, 시놉시스나 구성 같은 것들은 가볍게 무시하고 넘어간다.
영화 를 보는 한 시간 동안 내 머리속에서 돌고 있었던 생각은 영화의 구성에 대한 고찰이나, 과감하고 표현 주의적인 촬영, 제도권 영화를 넘어선 상상력 이딴 것들이 아니었다.
과연 디지털로 제작된 영화가 일반 극장에서 상영되었을 때, 그걸 본 관객의 느낌은 어떨까라는 것이다.
이전에도 'Blare Witch Project (블레어위치)' 등에서 8mm 캠코더를 사용한 장면들이 등장하기는 했지만, 그것은 영화 상에 효과를 주기 위한 필연적 이유로 사용된 것이었고, 실제로 영화 전반을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 것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용량 적은 영화 클립을 전체 화면에 띄워서 볼 때의 그 뿌연 화면들이 스크린 전반에 나타난다.
'인디 영화'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영화여서 인지, 그 효과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상영 시간 내내 내 머리 속은 복잡해졌다.
과연 영화를 보았다(비디오를 본 게 아니고...)고 말할 수 있을까?
참고로, 극장에서 영사할 때는 필름에 프린트 해서 상영했다.
지금이야 디지털 프린트라거나, 직접 디지털 소스를 영사하는 영화관이 많아졌지만, 이 글은 2001년에 씌여졌고, 당시에는 디지털 상영이 가능한 극장이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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