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S&Y's 제주 여행 4. 곽지 과물에서 해수욕을
'13.8.15
조금 양이 부족하기는 했지만 아침은 어쨌거나 떼웠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오늘의 일정은 시작해야지.
제주에 왔으면 당연히 바닷물에 들어가서 첨벙거려야 한다. 처음 계획을 잡기로는 제주시에서 가장 가까운 이호테우 해변의 고운 모래 사장에서 놀 생각이었는데, 막판에 곽지과물 해변으로 급변경했다. 그렇기 때문에 아침도 멀리 애월까지 와서 먹은 것이기도 하고.
기분이 별로인 상태에서 아침을 먹고는 멀리 움직이지 말고 걸어갈만한 거리의 한담 해변에 가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무시하고서는 원래의 계획대로 곽지 과물 해변으로 가기로 했다.
아침 식사량이 아무래도 부족하여, 애월 튀김간 옆의 숙이네 보리빵에서 보리빵 4개를 사서 곽지과물 해변으로 향했다.
조금 일찍 왔다면 햇볕이 이렇게나 뜨겁지는 않았을 거다. 하지만 하루중 해가 가장 높은 12시 40분에 도착하고 나니 이 뜨거운 햇볕의 모래 사장에 앉아있을 엄두가 나지 않는구나.
마침 해변 앞쪽으로 늘어선 파라솔이 있어서 돈이 좀 들더라도 파라솔의 그늘에서 쉬기로 했다. 동해안의 바가지 요금에 익숙한 상황에서 곽지과물 해변의 가격에 조금은 감동받았다. 곽지리 청년회에서 해변의 파라솔 관리와 피서 용품 대여를 하고 있어서 독점 & 일괄 요금 적용인데 파라솔의 대여 비용은 고작 1만 5천원. 카드가 안 되는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예상했던 금액의 절반 정도밖에 안 된다.
파라솔의 위치가 조금 입구 쪽으로 치우쳐 있었다. 사람들이 많이 놀고 있는 곳과는 멀리 떨어져 있고, 앞으로는 현무암으로 둘러 쌓인 어린이 수영장 느낌의 얕은 바다 뿐이어서 파라솔 자리를 옮겨줄 수 있냐고 물었더니 밀물이 될 경우에 오히려 이 어린이 수영장 부분이 적당한 깊이가 되어서 더 좋다고 하는군. 일단 믿어볼까?
온난화 영향으로 수온이 올라가 제주도 해변에 해파리 떼가 나타나 난리가 났다는데, 곽지과물 해변은 해파리 걱정이 전혀 없다. 이유는 곽지과물이라는 이름과도 연관이 있는데, 바로 이 해변에 한라산에서 흘러내리기 시작한 지하수가 바닷속에서 솟아 오르기 때문이다.
지하수이기에 차가운 이 물 때문에 곽지과물 해변의 수온은 여름에도 약 22도 정도를 유지하고, 이는 제주에서 가장 낮은 수온이라고 한다. 당연히 해파리가 서식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온도이다.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걸어다니다 보면 특별히 춥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는데, 그 곳에 가면 모래 속에서 솟아오르는 과물을 찾을 수 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는 이 해변을 그냥 곽지 해수욕장이라고 했었는데, 언젠가부터인지 곽지과물 해변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과물은 한라산에서 흐르는 물이 지하로 스며들어 내려와 곽오름을 배경으로 바닷가에서 솟든 감수라는 뜻이란다. 이 과물이 한군데에서만 솟아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곳에서 조금씩 솟아올라 예전부터 이곳 주민들의 상수원으로도 사용되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해수욕장 한켠으로 우물의 흔적이 있긴 하네.
바닷물 속에서 퐁퐁 솟아나는 물을 발견하고 근처로 가보니 확실이 그 근방의 온도가 매우 낮다. 발을 넣어보니 무릎까지 쑤욱 들어가는 것이 재미있으면서도 좀 위험하다 싶겠다.
곽지리 청년회에서 운영하는 곳에서 튜브도 하나 빌려서 밀물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깊은 물에 가서 놀았다. 튜브를 타고 이리 저리 떠다니면서 놀다보니 밀물이 슬슬 밀려 들어온다.
날씨가 약간 왔다갔다 하는 편이었는데, 자리 잡을 때에는 그렇게 뜨겁던 햇볕도 약간은 잦아지면서 한쪽에서는 커다란 먹구름이 몰려오기도 했다. 해를 가리면서 조금 어두워지더니 오후 4시가 되면서 빗방울도 살짝 내리기도 했으나 해수욕 하는데에는 큰 무리 없는 정도.
서너시간 정도 바다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나와서 제주시에 들어가서 저녁을 먹을까 생각했는데, 그냥 해수욕장에서 오늘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파라솔까지 빌렸으니 편하게 앉아있을 수도 있고, 주변에 매점이 있어서 아이스커피니 수박주스니 시원한 음료를 사먹는 것도 문제 없다.
물 속에서 놀다가 지치면 나와서 모래 찜질을 하면서도 시간을 보내고 보니 정말로 밀물이 들어오면서 수위가 깊어진다. 아까는 현무암 벽이 쳐진 유아 수영장 같았던 앞 바다가 어느새 어른의 허리 정도까지 깊어지면서 현무암 벽들도 대부분 물 속으로 잠길 정도.
슬슬 바다에서 노는 것도 지쳐가고 이제는 옷을 갈아입고 저녁을 먹을 시간이 되어간다. 소금의 찝찝함을 빨리 닦아내야겠는데, 물론 해수욕장이라 샤워실과 탈의실을 갖추고 있지만 2,000원을 따로 받는다.
대부분의 해수욕객들은 유로의 샤워장 보다는 무료의 노천탕을 이용한다. 해변의 한켠으로 과물노천탕이 위치하는데, 이것이 바로 곽지과물로 이름을 바꾸게 한 바로 그 과물 용천수이다. 외벽으로만 막아진 노천탕은 탕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뭐 하지만 솟아난 과물이 세줄기로 떨어지는데, 여기서 샤워를 대신한다. 수영복을 벗고 과물을 맞으며 샤워(라기 보다는 소금물을 씻어내는 정도.)를 할려니 도저히 한번에 다 씻어내기 힘들 정도로 물이 차다.
머리 속의 소금물을 씻어내고 보니 더이상 그 차가운 물을 맞고 있을 수 없어서 다음 차례의 사람과 번갈아 가면서 씻는 정도다.
아, 상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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