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s 두번째 일본 여행 8. 이것이 진정 자루 소바
'12.11.10 (도쿄 현지 시각)
코이시카와 고라쿠엔 小石川 後樂園 의 산책을 마치고 이제 오늘의 두번째 목적지인 우에노 上野 로 이동한다.
도쿄돔 東京 Dome 에 올 때에 탔던 주오소부칸코센 中央・総武緩行線 을 타고 돌아가 야마노테센 山手線 을 다시 타면 된다. 다만 코이시카와 고라쿠엔 정문 쪽에서는 처음에 내렸던 스이도바시 水道橋 역 보다는 이이다바시 飯田橋 역이 더 가까우니 한 정거장 멀지만 이이다바시 역으로 가서 열차를 탄다.
아침 겸 점심으로 초밥을 먹었지만 시간이 좀 지나니 시장기가 느껴진다.
한정수 매니저를 만나서 또 저녁을 먹을 것이라서 포만감을 느낄 정도로 먹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배가 고프니 뭔가를 먹어야겠다.
이럴 때 좋은 음식이 바로 소바 そば 가 아니겠는가. 이미 여기에 오기 전부터 우에노 지역에서 100년 이상 영업을 했다는 야부소바 藪そば 를 가기로 결정했더랬다. 메이지 25년부터 시작했다고 하니 서력으로 하면 1892년이다. 무려 121년이나 된 유서 깊은 소바집이로구나.
야부소바라는 이름이 가게의 이름, 고유명사인 줄 알았는데 검색해 보니 속껍질을 벗기지 않고 모두 가루로 만들어서 만든 소바의 종류이다. 그리니까 실제로는 소바의 한 종류인 야부소바를 그대로 가게 이름으로 사용했던 것이구나. 우리나라로 치면 '을지로 메밀국수' 정도가 되겠다.
책에 나온 위치 설명을 보고서는 찾아가기가 좀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으나, 우리에게는 데이터 무제한의 구글맵이 있다. 구글맵으로 위치 설정해 놓고 찾아가니까 헤메이지 않고 바로 찾아갈 수 있었다. 구글맵이 알려주는 위치에 도착한 후에도 이 곳이 야부소바인줄 한번에 못 알아보는게 문제라면 문제.
일단은 우에노 역에서 시노바즈 입구 不忍口 로 나온다. 역 입구에서 큰길을 건너면 우에노의 아메요코 アメ横 시장 방향인데, 길 건너로 유니클로 Uniclo 매장이 보인다. 유니클로 매장 왼쪽으로 있는 유명한 장난감 가게 야마시로야 ヤマシロヤ 를 조금 더 지나 다음 블록의 마루이 0101 쇼핑센터의 뒤쪽으로 들어가면 쉽게 찾을수 있다.
특이하게도 입구의 포렴에는 히라가나 ひらがな 로 야부소바 やぶそば 라고 적혀 있고, 명함이나 외벽의 등과 표지석에는 한자를 섞어서 藪そば 로 적혀있다. 어쨌거나 읽는 건 동일하게 야부 소바.
오후 4시가 좀 지난 시각. 점심 때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가게에는 사람이 꽤 들어와 있다. 나름 유명한 곳이라서 그런 건지 아니면 소바라는 음식이 이렇게 식간에 가볍게 먹는 음식으로 자리매김 되어 있는건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한국인들이 득실대는 분위기는 아니다.
처음 자리를 안내할 때에 같이 간 구인모가 일본말을 해서인지 일본어로 된 메뉴판을 가져다 주었는데, 혹시 외국인용 메뉴판이 없냐고 물어봤더니 영어, 한국어가 모두 적혀있는 메뉴판을 가져다 주었다. 음식 사진과 함께 뜨거운지 찬지, 소바와 우동 중에서 어느 것을 제공하는지가 색깔로 표시되어 있다.
소바와 우동 외에도 덮밥 등의 음식도 판매하고 있으나, 소바를 먹으러 왔으니 당연히 소바를 선택해야지. 소바의 종류에도 여러 국물 음식, 심지어는 카레 소바 같은 것도 있었으나 역시 소바의 기본은 자루소바 ざるそば 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당연히 주문은 둘 다 자루소바.
메밀 제철이 아닌지라 얼마나 향이 좋을지는 의문이지만, 그래도 메밀향을 느끼려는데 카레 소바는 좀 그렇지.
야부소바라서 그런지 한국에서 먹던 판메밀의 면과는 색이 더 연한면과, 익숙하게 봐 왔던 메밀용 장국보다 훨씬 진하고 걸쭉한 쯔유 つゆ , 그리고 와사비 わさび 와 썰은 파까지가 기본 차림이다.
먹는 방법은 한국에서 판메밀 먹을 때와 동일하다. 와사비와 파를를 쯔유에 풀고 소바면을 쯔유에 찍어서 먹는다. 와사비를 쯔유에 넣자마자 좌악 풀리는 모습인 것이 우리나라처럼 후진 분말 와사비는 아니라는 것이 좀 다를까?
소바면을 처음 입에 딱 넣는 순간 '아, 이것은 판메밀과는 다른 음식이로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강렬한 쯔유의 맛도 그러려니와 메밀의 향이나 맛, 그리고 씹는 식감도 많이 달랐다. 물론 한국에서는 메밀 함량보다 색소 함량이 더 많아 보이는 공장제 면을 조미료 장국에 찍어 먹는 것에 더 익숙했기 때문에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어쨌거나 한국에서 익히 먹었던 판메밀과는 확연하게 다른 음식이더이다.
독특한 것은 소바를 다 먹은 후에 남은 쯔유에 면수를 부어서 입가심을 한다는 거다. 동주전자에 소바를 끓인 면수를 담아서 주고 이것을 쯔유 남은 것에 부어서 마셨는데 아무래도 면 없이 그냥 쯔유만을 마시기에는 많이 짠 편이다.
다른 사람들은 쯔유를 다 비워 마신다는데 너무 짜서 다 먹기는 힘들고 조금 먹다가 면수를 더 부어서 좀 덜 짜게 만들어서야 먹을만 했다. 자루소바의 메밀향을 좀 더 즐기려고 쯔유를 많이 찍어먹지 않았기 때문에 남들보다 쯔유가 더 많이 남아서 그런 것일지도.
나올 때 보니까 계산대 옆에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향신료도 있고 소바면, 그리고 쯔유를 판매하는데 제작년 쯤에 은서가 삿포로 札幌 에서 사온 소바면의 운명이 생각나서 사지 않았다. 2년간 찬장에서 묵다가 결국 쓰레기통으로 갔더랬지. 차라리 쯔유를 샀어야 했나?
코이시카와 고라쿠엔 小石川 後樂園 의 산책을 마치고 이제 오늘의 두번째 목적지인 우에노 上野 로 이동한다.
도쿄돔 東京 Dome 에 올 때에 탔던 주오소부칸코센 中央・総武緩行線 을 타고 돌아가 야마노테센 山手線 을 다시 타면 된다. 다만 코이시카와 고라쿠엔 정문 쪽에서는 처음에 내렸던 스이도바시 水道橋 역 보다는 이이다바시 飯田橋 역이 더 가까우니 한 정거장 멀지만 이이다바시 역으로 가서 열차를 탄다.
아침 겸 점심으로 초밥을 먹었지만 시간이 좀 지나니 시장기가 느껴진다.
한정수 매니저를 만나서 또 저녁을 먹을 것이라서 포만감을 느낄 정도로 먹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배가 고프니 뭔가를 먹어야겠다.
이럴 때 좋은 음식이 바로 소바 そば 가 아니겠는가. 이미 여기에 오기 전부터 우에노 지역에서 100년 이상 영업을 했다는 야부소바 藪そば 를 가기로 결정했더랬다. 메이지 25년부터 시작했다고 하니 서력으로 하면 1892년이다. 무려 121년이나 된 유서 깊은 소바집이로구나.
야부소바라는 이름이 가게의 이름, 고유명사인 줄 알았는데 검색해 보니 속껍질을 벗기지 않고 모두 가루로 만들어서 만든 소바의 종류이다. 그리니까 실제로는 소바의 한 종류인 야부소바를 그대로 가게 이름으로 사용했던 것이구나. 우리나라로 치면 '을지로 메밀국수' 정도가 되겠다.
책에 나온 위치 설명을 보고서는 찾아가기가 좀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으나, 우리에게는 데이터 무제한의 구글맵이 있다. 구글맵으로 위치 설정해 놓고 찾아가니까 헤메이지 않고 바로 찾아갈 수 있었다. 구글맵이 알려주는 위치에 도착한 후에도 이 곳이 야부소바인줄 한번에 못 알아보는게 문제라면 문제.
일단은 우에노 역에서 시노바즈 입구 不忍口 로 나온다. 역 입구에서 큰길을 건너면 우에노의 아메요코 アメ横 시장 방향인데, 길 건너로 유니클로 Uniclo 매장이 보인다. 유니클로 매장 왼쪽으로 있는 유명한 장난감 가게 야마시로야 ヤマシロヤ 를 조금 더 지나 다음 블록의 마루이 0101 쇼핑센터의 뒤쪽으로 들어가면 쉽게 찾을수 있다.
특이하게도 입구의 포렴에는 히라가나 ひらがな 로 야부소바 やぶそば 라고 적혀 있고, 명함이나 외벽의 등과 표지석에는 한자를 섞어서 藪そば 로 적혀있다. 어쨌거나 읽는 건 동일하게 야부 소바.
오후 4시가 좀 지난 시각. 점심 때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가게에는 사람이 꽤 들어와 있다. 나름 유명한 곳이라서 그런 건지 아니면 소바라는 음식이 이렇게 식간에 가볍게 먹는 음식으로 자리매김 되어 있는건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한국인들이 득실대는 분위기는 아니다.
처음 자리를 안내할 때에 같이 간 구인모가 일본말을 해서인지 일본어로 된 메뉴판을 가져다 주었는데, 혹시 외국인용 메뉴판이 없냐고 물어봤더니 영어, 한국어가 모두 적혀있는 메뉴판을 가져다 주었다. 음식 사진과 함께 뜨거운지 찬지, 소바와 우동 중에서 어느 것을 제공하는지가 색깔로 표시되어 있다.
소바와 우동 외에도 덮밥 등의 음식도 판매하고 있으나, 소바를 먹으러 왔으니 당연히 소바를 선택해야지. 소바의 종류에도 여러 국물 음식, 심지어는 카레 소바 같은 것도 있었으나 역시 소바의 기본은 자루소바 ざるそば 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당연히 주문은 둘 다 자루소바.
메밀 제철이 아닌지라 얼마나 향이 좋을지는 의문이지만, 그래도 메밀향을 느끼려는데 카레 소바는 좀 그렇지.
야부소바라서 그런지 한국에서 먹던 판메밀의 면과는 색이 더 연한면과, 익숙하게 봐 왔던 메밀용 장국보다 훨씬 진하고 걸쭉한 쯔유 つゆ , 그리고 와사비 わさび 와 썰은 파까지가 기본 차림이다.
먹는 방법은 한국에서 판메밀 먹을 때와 동일하다. 와사비와 파를를 쯔유에 풀고 소바면을 쯔유에 찍어서 먹는다. 와사비를 쯔유에 넣자마자 좌악 풀리는 모습인 것이 우리나라처럼 후진 분말 와사비는 아니라는 것이 좀 다를까?
소바면을 처음 입에 딱 넣는 순간 '아, 이것은 판메밀과는 다른 음식이로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강렬한 쯔유의 맛도 그러려니와 메밀의 향이나 맛, 그리고 씹는 식감도 많이 달랐다. 물론 한국에서는 메밀 함량보다 색소 함량이 더 많아 보이는 공장제 면을 조미료 장국에 찍어 먹는 것에 더 익숙했기 때문에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어쨌거나 한국에서 익히 먹었던 판메밀과는 확연하게 다른 음식이더이다.
독특한 것은 소바를 다 먹은 후에 남은 쯔유에 면수를 부어서 입가심을 한다는 거다. 동주전자에 소바를 끓인 면수를 담아서 주고 이것을 쯔유 남은 것에 부어서 마셨는데 아무래도 면 없이 그냥 쯔유만을 마시기에는 많이 짠 편이다.
다른 사람들은 쯔유를 다 비워 마신다는데 너무 짜서 다 먹기는 힘들고 조금 먹다가 면수를 더 부어서 좀 덜 짜게 만들어서야 먹을만 했다. 자루소바의 메밀향을 좀 더 즐기려고 쯔유를 많이 찍어먹지 않았기 때문에 남들보다 쯔유가 더 많이 남아서 그런 것일지도.
나올 때 보니까 계산대 옆에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향신료도 있고 소바면, 그리고 쯔유를 판매하는데 제작년 쯤에 은서가 삿포로 札幌 에서 사온 소바면의 운명이 생각나서 사지 않았다. 2년간 찬장에서 묵다가 결국 쓰레기통으로 갔더랬지. 차라리 쯔유를 샀어야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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