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S&Y's 첫번째 뉴질랜드 여행 - 59. 다시 94번 도로
'10.10.27 (뉴질랜드 시각)
밀포드 사운드 Milford Sound 를 돌아보는 크루즈를 마치고 다시 항구로 돌아온 시간은 이미 점심 시간이 지난 1시 50분. 크루즈 배 안에서 간단한 먹거리로 요기를 하긴 했지만 역시 부족한 감이 있어서 주차장에서 세워 놓은 캠퍼밴 안에서 시리얼을 먹는 것으로 점심을 떼웠다.
주차장 옆으로 밀포드 사운드 전망대 Milford Sound Lookout 로 올라가는 산책로가 있긴 하지만, 그냥 지나쳤다. 지금까지 2시간 넘게 줄곳 지켜봤는데, 굳이 전망대까지 올라가서 볼 필요는 없으니까. (라기 보다는 다음 행선지로 갈 시간이 빠듯해서...)
어제 차를 세우면서 캐즘 폭포 Chasm Falls , 호머 터널 Homer Tunnel 등등 구경했던 곳을 거꾸로 다시 지나치며 왔던 길을 되짚어 나갔다. 테 아나우 Te Anau 에서 밀포드 사운드로 가는 94번 도로가 일방향으로 되어 있는 이유는, 이를 관통하는 길을 만들면 관광객도 많아지기 때문에 자연 상태를 유지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란다. 사람의 편이 보다는 원래 상태의 자연을 보호하는 것에 더 중심을 둔 결정에 박수를 보낸다.
어제 밀포드 사운드 방향으로 오면서는 그냥 지나쳤던 디바이드 The Divide 에서 차를 돌려서 훔볼트 폭포 Humboldt Falls 를 구경하는 길로 접어들었다. 지도상으로는 그리 멀지 않아서 금방 다녀 올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아뿔싸. 17km 이나 되는 도로가 비포장 길이었던 것이다. 차를 돌릴 수도 없는 좁은 외길에 먼저 지나간 차들의 바퀴 자국대로 땅이 파여 있어서 차의 바닥이 땅에 닿기도 하면서, 가는 내내 덜컹 거리는 차를 지탱하기 위해서 잡고 있었던 왼쪽 어깨가 저릴 정도였다.
디바이드에서 비포장 도로를 달려 들어오면 차가 갈 수 있는 길은 이제 끝나고, 그 오른쪽으로 훔볼트 폭포로 가는 산책로가 나온다. 계기판 표시는 48,328km. 선착장으로부터는 46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지만 그 길의 대부분이 비포장 도로인지라 1시간 15분이나 걸렸다.
30분 정도 걸어가면 볼 수 있다는 훔볼트 폭포는 예상과는 달리 꽤 먼 거리에서 지켜봐야 하는 폭포다. 아침에 밀포드 사운드 크루즈에서 본 폭포가 몇개인데 라는 생각을 해 보면 이렇게 긴 시간 동안 비포장 길을 달려서 올만한 광경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높이 275m의 훔볼트 폭포는 높이나 수량 면에서 꽤나 웅장하긴 하나, 역시 좀 멀리서 봐야 한다는 것이 아쉽다.
다시 차를 세워 놓은 곳으로 돌아온다. 훔볼트 폭포로 올라가는 길 다른쪽으로는 홀리포드 트랙 Hollyford Track 의 시작점이다. 맥케로우 산장 McKerrow Hut 까지 9시간 걸린다고 하니 만만한 트랙은 아니다. 그 트랙을 가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대신 그 입구에서 깔짝깔짝 물놀이나...
다시 17km의 비포장 길을 되돌려 나와서, 이제는 다시 테 아나우로 향하는 94번 도로에 접어들었다. 호머 터널 Homer Tunnel 너머의 쥐라기 공원 분위기의 길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평온한 초원의 풍경이 펼쳐지면서 따뜻한 햇살이 길을 비춰주고 있었다.
한가로이 풀을 뜯는 양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서 차를 멈췄다가 문득. 아뿔싸, 선글라스가 없다. 이런.
기억으로는 어제 밀포드 사운드 롯지 Milford Sound Lodge 에 체크인하기 위해 내리면서 선글라스를 벗었다. 그리고 오늘은 비가 오고 구름이 많이 낀 날씨여서 선글라스를 꺼내지 않았었다. 그렇다면 밀포드 사운드 어디에선가 잃어버렸다는 얘기...
거기서 가 본 곳이라고는 롯지와 크루즈 두군데 뿐이고, 유력하기로는 망원 렌즈를 꺼내기 위해서 가방을 열었던 유람선 안이 더...
다시 밀포드 사운드로 되돌아가기에는 이미 멀리 온 데다가, 밀포드 사운드에 도착한다 하더라도 날이 저물어서 다시 돌아 나올 수도 없는 지경. 그렇다고 밀포드 사운드의 숙박이 보장된 상황도 아니니, 테 아나우에 가서 리얼 저니스 Real Journey's 사무실에 부탁을 해서 알아봐 달라고 하는 수 밖에 없다.
사무실이 닫기 전에 테아나우에 도착하려는 마음이 급해서일까? 어제 그렇게 짧게만 느껴졌던 거리가 오늘은 꽤 멀게만 느껴진다. 뉴질랜드의 여유로운 운전 습관에 길들여 진 것인지 90km 남짓의 거리를 2시간 30분이 넘게 달려서 도착했다.
테 아나우의 리얼 저니스 사무실은 꽤 늦게까지 열었다. 테 아나우 호수 건너편에 있는 반딧불 동굴까지 가는 보트가 늦은 시간까지 운행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무실 직원에게 사정을 얘기하고서 연락을 해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밀포드 사운드에 있는 리얼 져니스 사무실이 문을 닫았기 때문에 연락이 되지 않았다. 내일 다시 오기로 하고 오늘은 이만 철수하는 수 밖에. ㅠㅠ
그런데 생각해 보면 그 곳에서 만약 선글라스를 찾더라도, 누가 대신 테 아나우까지 가져다 주기라도 한다면 다행이지만, 직접 가서 찾아야 한다면 왕복 5시간 거리를 가서 찾아올 자신이 없다. 선글라스의 가격을 생각하면 응당 가 봐야 하는 것이지만, 돌아와서 또 다음 일정인 와나카 Wanaka 까지 가야할 것을 생각하면 내일 하루 종일 운전만 해야하는 일정인 것이다.
흠... 이렇게 생각하니까 잃어버린 것이 좀 덜 아깝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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