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S&Y's 첫번째 뉴질랜드 여행 - 35. 후커 밸리 트랙
'10.10.23 (뉴질랜드 시각)
벌써 오전 10시 20분. 이제 트래킹을 시작한다. 선크림을 바르고, 복장을 갖춰(?) 입고 Track을 나갔다. 복장이라봐야 3일간 입던 트레이닝 복에서 청바지로 갈아입고, 또 운동화로 갈아신은 것 뿐이다.
등산이 아니라 트래킹이기 떄문에 코스는 거의 평평하다. 어제 봤던 지도와 설명에 따르면 왕복 한 3시간 정도 걸리는 곳이라고 했는데, 서영이의 걸음 속도를 고려해 본다면 3시간 동안 트랙을 완주하는 것은 무리다. 물론 우리의 목적은 트랙 끝에 있는 후커 호수 Hooker Lake 까지 가서 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가는 곳 까지 가다가, 시간될 때 까지 가다가 다시 되돌아오면 될 뿐이다.
잔디로 만들어진 길이었으면 했지만 자갈로 만들어진 길이다. 밟을 떄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기분 좋지만, 발이 쉽게 피로해 진다.
트랙의 입구에서 5분 정도를 걸으면 추모비 Alpine Memorial 이 나온다. 아마도 지난 오랜 시간 동안 이 아오라키 마운트 쿡 Aoraki Mt. Cook 에서 목숨을 잃은 등산가들을 추모하는 것이리라.
추모비를 지나서 얼마 걷지 않았는데, 서영이는 벌써 짜증을 내기 시작한다. 한국에서도 운동은 즐겨하는 편이지만, 산행은 많이 해 본적이 없으니 재미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아직 7살의 어린 아이에게 별다른 재미거리가 없는 단순 걷기는 무리일지도...
일단은 살살 달래서 기분을 풀어주고, 그 다음에는 이야기를 섞어서 걷는 경쟁을 하게 했다. 먼저 시작한 것은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 이야기. 천천히 꾸준하게 걸어서 경주에서 이기는 거북이 역할을 서영이에게 주니까 곧잘 걷는다. 게다가 아이들의 특징 대로 빠르게 뛰다가 곧 쉬곤 하는 좋지 않은 트래킹 속도도 제어할 수 있다.
추모비에서 15분 정도 걸으니 후커 강 Hooker river 의 근원이 되는 호수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나온다. 마운트 쿡의 뮬러 빙하 Mueller Glacier 와, 그 빙하가 녹은 뮬러 호수 Mueller Lake 가 한눈에 보이는 멋진 전망이다.
그 전망의 아래로 보면 첫번째의 Swing Bridge가 보인다. 막상 다리를 보니 어제 들었던 설명이 새록새록 기억 난다. 2개의 다리를 건너면 후커 트랙의 절반 정도 간 것이라고...
전망대에서 내려와 첫번째 Swing Bridge에 도달했다. 우려했던 것처럼 철렁대는 수준은 아니었지만,사람이 올라가면 삐걱거리기는 한다. 게다가 넓이도 충분치 않아서, 맞은 편의 사람이 건너고 있으면 반대편에서는 기다렸다가 건너야 하는 일방이다. 그다지 높지 않은데도 올라서면 포비아로 똥꼬가 움찔거린다. 좌우에 철망 펜스를 쳐 놓았지만, 그런 것은 정신적으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손에 쥐고 있는 렌즈 캡을 놓치고,그것을 잡으려다가 떨어지는 상상이 계속된다.
약간 겁은 먹긴 했지만, 양 옆에 펜스가 있어서 다리를 움직일 수 없는 정도로 무서운 것은 아니다. 나보다 씩씩하게 건너는 서영이를 보면서 용기를 내어서 뒤따라 간다.
다리를 건넌 다음부터는 서영이의 지루함을 달래는 이야기의 내용이 바뀐다. 기왕 토끼와 거북이 얘기가 나왔으니, 연속해서 별주부전 얘기를 해 준다. 별주부전 다음에는 심청전이다. 흠.. 생뚱맞아 보이지만 다 연관성을 갖고 이어지는 거라고..
어느덧 시간은 흘러 11시 40분이 되었다. 호수가 보이는 커다란 바위 위에서 잠시 쉬기로 한다.
지도도 없고, 딱히 특별한 목적지도 없기 때문에 생기는 효과가 있다. 첫째로는 조금만 더 가면 무엇이 있을까하는 기대감이고, 둘째는 더 가봐도 별거 없을 거라는 실망감이다. 첫번째의 생각 때문에 나는 혼자서라도 조금 더 가 보기로 했고, 두번째의 생각 때문에 서영이와 은서는 여기 남아서 좀 쉬기로 했다. 사실 시간도 많이 지났고, 돌아갈 힘을 남기기 위해서라도 여기서 중지하는게 좋겠다.
5분 정도 더 진행하니까 잔잔한 호수 저편에 숨겨져 있는 곳이 보인다. 더 위쪽에 있는 호수에서 흘러내리는 급류가 있고, 그 위로 두번째 Swing Bridge가 보인다. 이제 트랙에 있는 돌들은 점점 더 크고 날카로워진 상태이고, 또 길은 평지가 아니라 절벽에 붙어 있는 길로 변한다. 그 절벽길 끝에 2번째 다리가 있다.
12시가 거의 다 되어서 나도 2번째 다리만을 건너고 되돌아 오기로 한다. 어제 들은 얘기가 맞다면 아마도 여기가 트랙의 중간쯤일 것이다. 트래킹의 목적은 종착점에 도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중간을 즐기는거라는 이야기를 되새기면서.. 종착점이 후커 호수에 도착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지 않고, 다음 여행을 위하여 되돌아왔다.
서영이도 좀 쉬면서 기력을 회복했는지, 돌아오는 길에 짜증 한번도 없이 쉬지 않고 걸어 오면서 마주 오는 외국인들에게 웃으면서 '헬로'라고 인사를 건냈다. 돌아가서 점심으로 짜파게티를 먹자고 해서 기분이 좋아진 이유도 있었으리라.
천천히 또 한시간 정도를 걸어서 주차장에 도달했다. 점심을 하기 위해서 물을 받으려고 하기에, 캠퍼밴의 오수 버리는 부분에 양동이를 갖다 대려고 갔는데, 어제까지는 그래도 레버 달린 부분이 있었는데 이제는 아예 레버 달리 부분조차 없어진 거다. 달리는 도중에 떨어져 나간 것인가? 어쨌거나 퀸스타운에 가면 클레임을 한번 걸어야 겠다.
화이트 호스 힐 캠프 사이트 Whtie Horse Hill Camp Site 의 공용 부엌을 사용하려고 보니까, 여기는 수도와 식탁만 있을 뿐 다른 조리 기구 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 그래서 캠핑카 안에서 짜파게티를 끓여 먹고, 간단하게 설거지를 한 후에 오수를 화장실에 버리고 14시에 다음 여행지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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