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 - 혹시, 전반은 버린 거냐?
명량 혹시, 전반은 버린 거냐? | |
이제 우리 나라에서도 이렇게 간보기 영화가 등장했구나.
이순신의 명량 해전을 다룬 영화 '명량'은 '군도: 민란의 시대', '해적: 바다로 간 산적' 과 더불어서 이번 여름에 개봉하는 사극 액션 3편 중에서 단연 앞서나가는 작품이다. 1주 전에 먼저 개봉한 '군도: 민란의 시대' 가 개봉 첫 주말 350만명으로 치고 나갔으나, 실제로 영화를 본 관객들의 입소문이 좋지 않게 나면서 바로 주저 앉았고, 1주 후에 개봉한 '명랑'은 470만을 기록하면서 단연 압도하는 형세이다. 영화에 대한 호불호가 상당히 극단적으로 갈리기는 하지만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이 코미디인 걸 감안하면 '명량'의 약진은 멈추지 않을 것 같다.
물량 공세닷!
갑자기 뜬금 없는 이야기지만, 'Back to the Future (빽 투 더 퓨쳐)' 나 'The Matrix (매트릭스)' 와 같이 초기 Trilogy 로 기획하였으나 현실적인 상황으로 자체 완결적인 1부를 먼저 만들어서 시장에서 간을 보고, 1편의 상업적 성공을 바탕으로 2/3편을 완결 시키는 시리즈가 헐리우드에는 있어 왔다. 3부작은 아니지만 'Avengers: Civil War' 까지 가려고 기획한 Marvel Universe 역시도 'Incredible Hulk (헐크)' 로 간 본 후 'Iron Man (아이언맨)' 의 성공에 힘 입어서 Universe 의 구축을 이어간 것이다.
(물론 'The Last Airbender (라스트 에어벤더)'와 같이 1편에서부터 폭망한 경우도 있다.)
이 '명량' 역시 이순신의 3대 대첩을 모두 영화화 하겠다는 기획 하에 처음으로 간을 보기 위해 나온 영화이다. 물론 간 보기만으로 끝나서는 안 되고, 대단한 상업적 성취를 이뤄야만 하는 것이긴 하다.
캐릭터 구축을 위한 전반, 시리즈 지속을 위한 후반
영화 '명량' 전체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는 것과 함께, 확연하게 구분되는 전반/후반에 대한 평가 역시 재미에 대한 평가가 갈린다.
우선은 명량 해전이 벌어지기 전까지의 전반은 여러가지를 빠르게 진행한다.
명량 해전이 벌어지기 까지의 임진왜란 진행 상황이나, 한산대첩 이후 칠천량 해전의 패배에 이어진 이순신의 백의종군 상황과 다시 전라좌수사의 자리에서 왜의 수군을 맞이해야 하는 상황을 설명해야 하고, 이순신과 극을 이끌어 가야 할 안위, 배설 (김원해 역), 그리고 왜군의 장수인 구루지마를 비롯하여 도도 (김명곤 역), 와키자카 (조진웅), 그리고 마지막에 신파를 만들 것으로 예상되는 임준영까지 구축해야 할 캐릭터도 많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부분을 상당히 지루하게 느낄 것이다. 후반의 화끈한 액션에 기대하고 영화를 본다면 당연히 이 전개에 지루해하겠지만, 전쟁 영화라는 것이 그냥 쏘고 죽고 하는 것만 보여준다고 해서 재미있는 것이 아닌지라, 전쟁이 벌어지게 되는 배경과 이 전쟁에 몰입되는 사람의 군상을 그려내기 위한 캐릭터 설정은 필수이다.
물론 '설정 따위는 개나 줘버려'라는 패기를 보이는 영화도 있지만,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하는 전쟁 영화라면 극의 몰입을 위한 설정 시간은 어느 정도 잡아주는 것이 필수다. 하지만, 최근 간략한 설정에도 한땀 한땀 정성을 들여서 짧은 시간 안에 관객을 몰입시키는 영화가 속속 나오고, 그 모범이 되는 'Up (업)' 이나 'Watchmen (왓치맨)' 의 오프닝 시퀀스와 비교하면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다.
전반 30분의 요약
지도 위에서 먹이 번지는 효과에 덧붙인 직접적인 전황 설명으로 이어지는 배경 설정은 조금 성의 없다 싶을 정도이고 (시간과 비용을 생각해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인 듯), 그것보다 조금 더 실망스러운 것은 밋밋한 캐릭터 설정이다.
최민식이 담당한 이순신이야 크게 부족함은 없지만 (사실 이런식의 영웅 묘사 말고는 달리 할 방법도 없을 것이다.) 그 상대가 될 도도와 와키자카, 특히 최종 빌런 Villain 이 되어야 할 구루지마의 캐릭터 설정도 사용한 시간에 비해서 모자르다 싶다.
내가 '최종병기 활'의 쥬신타였어.
전작인 '최종병기 활' 에서 칭찬해마지 않았던 속도감과 캐릭터의 설정은 이 영화 전반부에서 당최 어디로 간 것인지 기대했던 만큼의 박진감은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혹시, 전반은 버린 거냐?
전반의 아쉬움은 후반 명량 해전 장면에서 완벽하게 전환된다.
아마도 난중일기에서 간단하게 기술한 것 말고는 당시의 상황을 재현할만한 기록이 남아있지 않을 상황에서 모든 것은 영화를 위해서 각색된 내용일 것이다. 어차피 만들어진 유사 역사라면 기왕 하는 것 이처럼 화끈하게 밀어붙이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이미 거북선은 없어진 상황인지라 여기서 거북선을 활용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차기작인 '한산'에서 격하게 등장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12척과 330척의 대결이라는 극적인 상황을 활용하면 드라마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12 vs. 330 이 아니라 1 vs. 300 아녀?)
그리고 최종으로 나온 결과물은 아마도 해전을 표현한 영화를 통틀어서 스펙터클의 면을 따진다면 꽤 높은 순위에 오를 수 있는 수준이다.
해전과 배 위에서의 백병전은 이 영화의 백미라고 할만큼 훌륭하지만, 그 전투 장면을 버틸만큼 캐릭터가 튼튼하지 못하여 이를 보충하기 위하여 삽입되는 이순신과 이회의 대화가 몰입을 방해하는 수준이 되는 것이 많이 아쉽다.
전작 '최종병기 활'에 비해서도 많은 단점이 보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순신의 해전 3부작을 이어가는 데에는 충분한 흥행 수익은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도 그렇게 극장가를 점령하고 있기도 하고.
마지막 쿠키 신은 아마도 만들어 놓은 후, 시사회 이후에 붙인 것 같다. 시사회 이후 어느 정도 성공이 예견되는 상황인지라 다음 편으로 한산 대첩을 자신있게 꺼내든 것이 아닐까 한다.
"제작사 대표님, 저 감독에게는 아직 만들어야 할 2개의 대첩이 남아 있습니다."라고 결의를 다지는 것 같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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