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 (그녀) - 사이버 피그말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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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 (그녀) 사이버 피그말리온 |
년도 : 2013 국가 : 미국 상영 : 126분 제작 : Annapurna Pictures 배급 : Warner Bros. 극본 : 스파이크 존즈 Spike Jonze 연출 : 스파이크 존즈 출연 : 호아킨 피닉스 Joaquin Phoenix (시오도어 Theodore 역) 스칼렛 요한슨 Scarlett Johansson (사만사 Samantha 역) 에이미 아담스 Amy Adams (에이미 Amy 역) 2014. 6. 3. 10:10~ CGV 강변 4관 |
영화의 포스터를 가득 채우는 얼굴은 한번에 알아보기 힘들었던 호아킨 피닉스다. 그리고 크레딧 안에는 호아킨 피닉스보다는 좀 더 티켓 파워를 가지고 있는 것 같은 스칼렛 요한슨의 이름이 있지만, 영화 내내 얼굴 한번 비치지 않는 목소리 출연이라고 한다. 그 외에는 요즘에 자주 보이는 에이미 아담스 정도.
하지만, 이 영화는 종영되기 전에 가서 빨리 봐야할 영화이다. 그 이유는 'Being John Malkovich (존 말코비치 되기)'의 스파이크 존즈가 감독이기 때문이다. (비록 찰리 카우프만 Charlie Kaufman 의 이름은 없지만 말이다.)
가까운 미래의 LA, 손글씨 편지 대필 사이트에서 일하는 시어도어는 현재 아내와 별거 중이고, 친구들이 도와주려고는 하지만 새롭게 만나는 여자를 사귀어보려 해도 잘 되지 않는다. 1년이 넘게 이혼 서류에 서명하지 않는 걸 봐서는 아내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대학 동창 에이미 정도 외에는 친구도 없는 외톨이인 채로 집에 돌아와서는 게임을 하거나, 채팅방에 들어가 폰(?)섹스를 하는 일상을 살고 있다.
그렇게 살아가던 시어도어의 삶에 새로운 존재가 등장하는데, 그건 여자도 (그렇다고 남자도) 아니고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 동물도 아닌 컴퓨터 OS 이다. OS 주제에 인격을 가졌다고 하고 자신의 이름을 사만사로 명명한 '그녀'는 그녀의 속도 처리만큼이나 빠르게 시어도어의 삶 속에 침투한다.
처음에는 당연히 시어도어의 컴퓨터에 저장된 이메일을 체크하고 일정을 알려주는 정도로 시작하다가, 슬슬 시어도어의 인간 관계에 참견하기 시작하더니 마침내는 목소리만으로 (나중에는 대체 몸을 이용하여) 시어도어와 사이버 섹스를 나누는 사이로까지 발전한다.
이야기가 그냥 이런 식으로 전개되고 만다면 이 이야기는 사람과 로봇, 또는 인공 지능과의 관계를 다루는 기존의 장르 영화와 특별히 다를 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감독은 스파이크 존즈 아니던가. 찰리 카우프만 대신 직접 극본을 담당했는데 이야기가 그런 식으로 흘러가게 놔 둘리가 없지.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거다.
사랑에 빠진 사만사와 시어도어는 이제 본격적인 연인 모드로 들어간다. 실제 인간인 아내로부터 자신이 원했던 여인의 상을 얻지 못하자 그것을 사만사에게 투영하기 시작한다. 아내와 달리 자신의 출신(?)에 연연하지 않고 항상 밝은 모습으로 시어도어의 요청에 응대하는 사만사에게 점점 끌리게 되는 시어도어는 그동안 미뤄 두었던 이혼장 서명도 단칼에 실행한다. 아내와의 관계를 정리한 시어도어는 본격적으로 사만사와 가까워지면서 주말과 휴가 기간을 함께하면 둘만의 시간을 쌓아간다. 이건 마치 키프로스 Cypros 여인들의 부정함을 혐오하여 자신이 만들어낸 조각상과 사랑에 빠지게 되는
카메라와 이어폰만 있다면 언제나 함께...
물론 이 영화의 결론은 피그말리온의 신화와 같이 '그렇게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나지는 않는다.
이야기의 시작부터 피그말리온의 신화와 다르게 시작한 것은 사만사가 시어도어가 창조하고 교육시키는 존재가 아니었기 떄문일 것이다. 스칼렛 요한슨이 연기한 OS1의 목소리는 사만사라는 이름을 갖기 전부터 인위적인 로봇의 목소리가 아닌
여기서부터 미래의 피그말리온은 또 다시 실패를 맛 보게 된다. 온전히 자신의 것이고 자신의 부름에 항상 응해줄 것으로 믿고 전력을 다해왔던 사만사가 실제로는 한번에 8천명 이상의 다른 피그말리온들과 대화를 나누고 6백명 이상의 사람들과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결국에는 사람의 관념을 넘어서는 (시어도어와 주고 받는 단어와 단어 사이에 존재하는 거대한 '사이'로 그 영역을 넓혀가서는) 결국 인간일 뿐인 시어도어을 떠나게 되고, 시어도어는 사만사를 잡을 수 없다.
이 영화 'Her (그녀)'는 진지하게 사랑을 다루는 영화이다. 플라토닉과 에로틱의 경계, 그리고 종 種 의 경계를 넘어선 관계 등 기존에 다루어왔던 사랑이라는 개념에 대한 물음에 더불어 사랑의 종속성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질문을 던진다.
동시에 수백명과 관계를 가짐으로서 그 각각의 사랑이 더욱 넓어진다는 사만사의 말을 받아들일 수 없는 시어도어는 그 자신도 십여년간 수백명의 사람들에게 대신해서 사랑의 글을 전했으며 그 글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동의 눈물을 짓게 하지 않았던가.
물론 사랑에 대한 이야기일 뿐 아니라 변변찮은 특수 효과 하나 없이 순전히 두 배우의 대사만으로 미래의 세계를 그려낸 SF 물이기도 하다.
Trivia
- 원래 사만사의 목소리 역은 사만사 모튼 Samantha Morton 이 맡았으나 편집 단계에서 스칼렛 요한슨으로 교체되었다.
- 대부분의 도시 장면은 상하이 上海 에서 촬영하였다. 상하이 WTC 가 나오는 게 좀 생뚱맞았지만. 지하철에 한자 안내문도 많이 나오더만.
- 감독은 시어도어와 에이미의 우정을 표현하기 위하여 매일 한두 시간씩 호아킨 피닉스와 에이미 아담스를 방에 가두어서 서로 대화하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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