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s 도쿄 여행 22. 장어 덮밥이 너무 비싸군.
'12.11.12 (도쿄 시각)
어제 밤 늦게까지 맥주를 마시다가 잠 들어서인지 다들 늦게 일어났다. 아침 일찍 회사에 출근할 거라고 하던 최우성 주재소장도 9시가 거의 다 되어서야 출근하는 소리가 들린다.
8시 30분으로 알람을 맞춰 놓은 것이 계속해서 울렸지만 알람만 종료하고 일어나지는 않았다. 좀 피곤하고 졸리긴 한데, 그래도 하루를 일찍 시작할 요량으로 9시 좀 넘어서 일어났다. 옆에서 자고 있는 구인모 군은 아직 일어날 생각이 없어보인다.
신호는 별로 오지 않지만 뱃속이 좀 묵직하다. 계속해서 밖으로 돌아 다니는 바람에 일본에 와서 대변을 첫날 보고선 아직 안 본 것 같다. 집주인은 나갔고, 동숙자는 아직 자는 중이니 화장실에서 시간 보내기는 좋은 상황이다. 변기에 앉아서 오늘 어디 갈까를 고민하면서 엉덩이에 힘을 주는데 잘 나오지 않는다. 팬티를 입었다가 다시 변기에 앉아서 두번째까지 시도했지만 찔끔 예고편만 나오고 본편이 진행되지 않아서 기분만 찜찜한 상태가 돼 버렸다.
샤워까지 하고 나왔는데 구인모는 아직도 일어나지 않는다. 깨울까 싶었는데 아직 비가 오는 상황인지라 일찍 나가면 뭐하겠나 싶어서 깨우지 않고 놔뒀다. 혼자서 어딜 갈까 알아 보려했으나, 귀찮아서 포기.
10시 30분 정도 되니까 밖에 비도 그쳐서 이제 구인모를 깨운다.
간단하게 씻고 외출 준비를 한 후 나간 시각이 11시 정도. 하루를 매일 조금씩 늦게 시작하게 되는구나.
늘 그렇듯이 JR을 타기 위해 시나가와 品川 역으로 갔는데, 남쪽 출구로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다. 무언가 하고 봤더니 경찰 악단. 악단이니까 당연히 연주를 하기 위해서 대형을 짜고 있기는 한데, 무엇 때문에 이 어중간한 시간에 모여서 연주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늦게 출발한만큼 우선은 식사부터 하고 일정을 시작하기로 했다. 시나가와에서 JR 야마노테센 山手線 을 타고 도쿄 東京 역으로 향했다. 도쿄역 바로 앞에 위치한 신마루노우치 新丸の内 빌딩에 있는 장어덮밥 집에 가려고 한 것이다.
도쿄역에서 하차해서 보면 꽤나 복잡한 내부이다. 철도의 나라인데다가 가장 중심부인 도쿄역이니 지나는 노선도 많아 그런 것이겠지. 많은 사람들이 도쿄역의 내부에서 천장 돔 부분의 사진을 찍고 있는데, 나같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아니라 일본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이건 거의 시골 영감님은 처음 타는 기차 놀이에 기념 사진 찍는 거 아니여.
도쿄역의 서쪽 출구인 마루노우치구치 丸の内口 로 나와서 도쿄역 외관을 보니 서울역 구역사 건물과 거의 동일하다. 물론 서울역을 만들 때 도쿄역을 본따서 만든 것이겠지. 규모는 서울역 보다 좀 더 크려나?
서울역과 다른 것이라면 역사 앞쪽의 도로 사이에 있는 택시 승하차장인데, 여기는 작은 광장 전체를 택시 대기열로 사용하고 있다. 광장에 지그재그로 택시 진입로를 만들어놨다. 꽤나 특이한 모양새일세.
도쿄역에서 길을 건너면 바로 신마루노우치 빌딩이 있다. 신마루노우치 빌딩이 있다는 건 당연히 그냥 마루노우치 丸の内 빌딩도 있다는 것이고, 그냥 마루노우치 빌딩도 도쿄역 건너편에 같이 위치한다. 마루노우치 빌딩과 신마루노우치 빌딩과 쌍동이 빌딩이라고 하기에는 외관도 조금은 다르다. 한 때 아시아에서 가장 높았던 빌딩인 마루노우치는 한번 허물고 완전히 새롭게 지으면서 콘크리트 구조에 석판을 붙여 외관을 만들어 놓은 건물인데 반해, 신마루노우치 빌딩은 같은 디자인을 철골 구조로 지은 건물이다. 디자인은 같지만 외장이 다르니까 사뭇 다른 느낌이 난다.
신마루노우치 빌딩의 위쪽은 아마도 사무실이겠지만, 아래 쪽 7층까지는 쇼핑 센터이다. 그 중에서 5층이 식당가인데 그 중에 마에카와 前川 라는 장어 요리 집에서 장어 덮밥을 먹기로 했다.
장어 일품 요리도 있긴 한데 여기 온 목적은 장어덮밥이기에 당연히 메뉴는 장어덮밥이다. 장어덮밥이면 우나동 うな丼 이라고 메뉴에 되어있다. 도심의 고급 빌딩에 있는 음식점이라서 그런지 덮밥 한그릇의 가격이 후덜덜. ;장어 한마리가 들어가는 우나동 하나에 3,780 엔 円 이다. 네모난 그릇에 나오는 우나쥬 うな重 는 더 비싸다. 4,095 엔짜리와 5,040 엔짜리가 있는데, 뭐가 다른지는 모르겠고. 그나저나 가격이 아리까리하게 10 엔 단위가 붙은건 뭐냐?
너무 비싸다고 생각하는 순간 가게문 왼쪽에 붙은 임시 메뉴 하나. 1일 20개 한정으로 장어가 반마리 들어간 점심 특선 우나동이 있고, 이건 2,625 엔. 이것만 해도 3만원이 넘는 비싼 가격이지만 그래도 한마리짜리보다는 낫구나.
지불해야 하는 금액에 비해서 매우 단촐한 식단이다. 개인 쟁반에 담긴 것은 우나동 하나와 맑은 장국, 그리고 오이로 만든 오신코 お新香 가 전부. 아침도 안 먹은 상태에서 점심 겸해서 먹으려는 식사인데, 척 보기에도 양이 무척이나 부족하구나.
일본의 우나기 うなぎ 는 한국의 장어와는 좀 다른 것인지 느끼한 맛은 적은 대신 씹히는 맛은 좀 부족하다. 입 안에서 스르르 풀려버린다고 할까?
아침을 먹지 않아 배가 고픈데다가 양도 많은 것이 아니라 모든 접시를 금새 비웠다. 양이 적어 포만감이 생기지 않는 것이 계속해서 마음에 걸리지만, 그래도 확실히 맛있구나. 숟가락도 없이 젓가락만 가지고 싹싹 훑어서 깔끔하게 그릇만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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