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ception (인셉션) -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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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ception (인셉션)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
년도 : 2010
제작 : Warner Bros. Pictures 배급 : Warner Bros. Pictures 연출 : 크리스토퍼 놀란 Christopher Nolan 출연 : 레오나르도 디캐프리오 Leonardo DiCaprio (코브 Cobb 역) 조셉 고든-레빗 Joseph Gordon-Levitt (아서 Arther 역) 마리언 코틸라르 Marion Cotillard (맬 Mal 역) 엘렌 페이지 Ellen Page (아리아드네 Ariadne 역) 킬리언 머피 Cillian Murphy (로버트 피셔 Robert Fisher Jr. 역)
2010. 7. 21 CGV 압구정 1관 |
과연 이렇게 칭송받을 만한 작품인가?
이 영화가 개봉하기까지 인터넷 상에는 내내 기대감과 칭찬 일색이었다. ''The Dark Knight (다크 나이트)'에 비견될만한 아트 블럭버스터'라든지, '범접할 수 없는 영역에 올라섰다'라든지 '헐리우드의 역량으로 제공 가능한 최고의 아드레날린
'이라든지 하는 수식들이 그런 것들이다.
뭐, 'Avarat (아바타)'가 개봉될 당시의 '영상의 신세계'운운하는 설레발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어쨌든 여름임에도 불구하고 (혹은, 내가 대부분의 영화를 개봉일에 봤기 때문에..) 별로 볼만한 영화가 없었던 이유 때문에라도, 이 영화에 대한 기대치는 꽤나 높은 수준에 올라갔다.
이렇게 기대감만 한껏 부풀려 놨다가는 그럭저럭 봐 줄만한 영화도 혹평을 받게될 수가 있기도 하고... 그래서 가급적이면 영화에 대한 정보 수집을 최대한 차단하고, 기대감을 최대한 낮춘 채로 개봉일 저녁에 극장을 찾았다. 2시간 28분이라는 꽤 긴 시간동안 영화에 온 신경을 집중한 채, 영상에서 직접 드러나는 재료들 뒷면의 떡밥들을 찾으려 눈을 부릅 뜨긴 했는데.. 글쎄 이 영화를 어떻게 평해야 할지.
The Dream is Real is Dream
돈이 아주 많은 부자가 있었다. 수많은 하인들을 거느린 그는 노비들을 아주 박정하게 다루어서, 지칠 때까지 부려먹으면서도 먹을 것을 조금밖에 주지 않았다. 노비들이 아파도 약도 주지 않고, 나이 든 사람들에게도 쉴 틈을 주지 않았다.
그 중 나이가 아주 많은 한 노비 역시 쉬지 않고 하루 종일 일을 해야 했다. 하지만, 그 노인은 밤에 잠을 잘 때에는 아주 달콤한 꿈을 꾸었다. 꿈 속에서 왕이 되어 많은 부하들의 시중을 받으면서 영화로운 삶을 살았다. 그러나 아침에 깨면 다시 노비의 처지로 돌아왔다. 그는 날이면 날마다 밤이 되기를 기다렸다. 일을 마치고 나면 꿈을 꾸려고 빨리 잠자리에 누웠다.
그러나 부자 역시 매일 꿈을 꾸기도 했지만, 그의 꿈은 악몽이었다. 꿈 속에서 부자는 노비가 되어 다른 사람들에게 벌을 받고, 하루 종일 지치도록 일 하면서도 제대로 먹지 못해서, 배고픔과 추위, 피로, 병 등 온갖 고달픈 상황을 겪어야 했다.
원문 : 열자 列子
꿈 얘기가 나오면 항상 따라오는 것이 바로 장자의 '나비꿈' 일화. 그리고 인간의 무의식을 탐사해 본다는 의미에서는 프로이트의 저서 '꿈의 해석'을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영화를 보면서 가장 먼저 떠 오른 것은 바로 '열자'의 늙은 노비 꿈 일화이다.
현실에서 살아온 인생은 고작 30여년. 그리고 비록 꿈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완벽한 현실감 속에서 살아온 시간은 50년. 코브는 자신들이 구축한 이 세계가 현실이 아닌 꿈속의 세계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지만, 자신의 의지에 따라서 깨지 않을 수 있는 이 꿈속의 세계를 현실과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존재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맬은 점점 현실과 꿈의 세계를 혼동하기 시작하였고, 심지어는 꿈의 세계를 더욱 현실로 받아들이기까지 하였다. 어떤 작업(?)에 의해서 죽음을 통하여 현실로 돌아갈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되기 까지는 말이다.
열자의 '늙은 노비 꿈' 일화에서는 부자가 꿈 속의 고통을 회피하기 위해서 현실에서 자비로워진다는 보상과 평형의 원리에 대해서 말하는 것으로 끝을 맺지만, 오히려 내가 주목하는 점은 '낮의 고통스러운 노역도 삶의 일부요, 밤의 영화로운 생활 역시도 삶의 일부이니.. 나와 부자의 삶은 다를바 없다'고 초월의 모습을 보이는 늙은 노비의 생각이다.
비록 나는 이것이 꿈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현실보다 꿈이 더 행복한 삶이라면 굳이 현실의 비루함에 집착할 필요가 있을까... (물론, 이게 점점 나아가면 리니지 폐인 되는거다.)
장르의 익숙함과 정교함
인셉션에서 보여주는 꿈과 현실의 세계는 신선하다는 생각은 들지만, 이미 영화를 보는 사람들에게는 꽤나 익숙한 개념이다.
다른 사람의 꿈 속에서 꿈의 주인 마음을 탐구하는 모습은 'The Cell (더 셀)'에서 이미 봤던 모습이고, 꿈이라는 전제만 빼고 본다면 'Face/Off (페이스 오프)'에서도 봤던 설정이다. 범위를 넓혀서 개인의 인식에만 존재하는 가상의 세계에 대한 내용은 'The Matrix (매트릭스)'나 'Dartk City (다크시티)' 등을 통해서 익숙해진 개념이고, 그 가상과 현실의 모호한 경계에 관해서라면 크로넨버그 David Cronenberg 의 'Videodrom (비디오드롬)'에서 체험해 봤고, 더 나아가서 가상이 현실을 침잠해 가는 것에 대해서는 'eXistenZ (엑시스텐즈)'에서 보았다.
꿈 또는 인식 속의 가상 세계라는 개념 뿐 아니라, 팀 프로젝트 방식으로 임무를 수행하려는 설정 역시 익숙하다. 분야별 전문가들을 모아서 무언가를 훔쳐내려는 영화로는 멀게는 'Italian Job (이탈리안 잡)'부터 (어? 그리 멀지 않네... 원작이 멀다는 식으로 변명...) 가깝게는 'Ocean's 11 (오션스 일레븐)' 시리즈까지 수 없이 많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고 이 영화 'Inception (인셉션)'이 단지 'Avatar (아바타)'와 같이 기존의 익숙한 설정 몇가지를 버무려서 시각적 쾌감만을 불러 일으키는 그런 단순한 영화는 아니다. 물론, 그렇게 대단한 철학적 담론을 담고 있는 거대한 화두라고 생각하지도 않지만... (나의 지적 능력의 한계 때문일지도..)
이처럼 상투적인 설정의 SF판 'Oceans 11' 에 대해서 높이 평가할 수 있는 것은 이 영화는 영화라는 장르 특징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의 자유로운 활용을 십분 활용한 작품이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에 더하자면 진부함을 넘어서는 정교함도 또 하나의 이유라고 할 수 있겠다.
영화는 시작부터 사이토 Saito의 (와타나베 켄 Watanabe Ken )의 꿈, 그리고 그 밖의 네쉬 Nash (루카스 하스 Lukas Haas )의 꿈으로 만들어진 복층 구조를 갖는 꿈의 공간을 오고 간다. 이 짧은 시퀀스 동안 감독은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꿈의 공간과 캐릭터의 설정을 훌륭하게 완수해 낸다.
꿈 속의 꿈, 또 그 꿈속의 꿈까지 복층 구조를 구축하면서 관객이 이해할 수 없는 요소를 포함시키지 않아야 하며, 또 영화가 진행되면서 원래의 설정이 스토리를 위해서 어처구니 없이 자의적으로 바뀌어 버리는 상황도 배제할 수 있는 정교함을 갖추고 있는 것이 이처럼 설정 자체자 중요한 영화의 미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지난 2년간 'The Dark Knight (다크 나이트)'라는 거대한 레퍼런스에 눌려 있었지만, 그래도 나는 영화를 접했을 때 더 충격을 받았던 'Memento (메멘토)'를 잊지 않고 있다. 15분 단위로 거꾸로 진행되는 전개를 통하여 아내를 살해한 범인을 잡으려는 탐정의 이야기와 그 결말은 시간을 마음대로 잘라 붙일 수 있는 영화의 장치가 아니었으면 이루어질 수 없는 사건이었다. (난 이렇게 형식과 내용이 결합된 영화가 좋다.)
'Memento (메멘토)'에서의 시간의 역류(逆流)에 이어서, 'Inception (인셉션)'에서는 시간의 무한 확장을 보여준다.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에서 이미 예를 들어 설명을 했던 시간의 압축을 가져와서, 밴 차량이 다리 난간에서 떨어져 강에 침수되기 까지의 찰라를 데드라인으로 정해 놓고, 그동안 해결해야 하는 많은 사건을 늘어 놓음으로서 관객들에게 서스펜스를 불러 일으킨다. 일반적인 영화에서 무수히 써 먹은 시한 폭탄 장치의 카운트다운의 진부함을 꿈속의 시간 압축이라는 개념으로서 극복해낸 것이다.
하지만, 코브와 맬이 늙은 모습으로 기차길에 누워 자살하는 장면은 좋았다. 아련하게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이터널 선샤인)'의 조엘 Joel (짐 캐리 Jim Carrey)과 Clementine (케이트 윈슬렛 Kate Winslet) 같다고나 할까?
2시간 28분이라는 시간 동안 같이 보러간 옆 사람에게 신경쓸 틈도 주지 않으면서 (사실 원래 별로 신경을 안 쓴다.) 영화에 몰입하게 만든 힘은 바로 이렇게 진부함을 넘어서게 하는 정교한 장치들 덕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이거 데이트 영화로서는 꽝이네...)
반가운 얼굴들, 하지만 밋밋한 캐릭터
일부러 영화에 대한 사전 정보를 모두 차단한 채로 극장을 찾았다.
코브 역으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으로 나온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마리언 코틸라가 나오는 줄은 몰랐고. 'La Vie en Rose (라 비앙 로즈)'를 보지 않았기 때문에 에디뜨 삐아프 Edith Piaf의 음악이 '킥'으로 사용될 때에도, 다른 영화가 떠오른다든지 하는 느낌은 없었다. 오히려 영화 막판에 맬이 클로즈업되기 전까지는 레이첼 와이즈 Rachel Weisz
라고 생각했더랬다.
요즘 좋아라하는 조셉 고든-레빗이 나오는 것에 반가워 했지만, 킬리언 머피가 알고보니 악역이 아니었더라는 점에서 의아했으며, 'Juno (주노)'를 안 봤으니 엘렌 페이지도 무덤덤...
하지만, 아쉬움에 대해서도 말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그것은 바로 단순한 캐릭터들..
'Shutter Island (셔터 아일랜드)'를 아직 못 봤기 때문에 레오나르도 디캐프리오의 테디 Teddy 캐릭터를 알지 못한다. 하지만, 알았더라면 코브의 캐릭터는 더 밋밋했을 것이다.
이런 식의 영화라면 의례 등장해야 하는 악역이 없는 것도 어떻게 보면 약점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피트 포슬스웨이트 Pete Postlethwaite과 마이클 케인 Michael Caine 영감님은 거의 우정 출연이네. 톰 베린저 Tom Berenger는 영화 끝날 때까지 못 알아 봤다고.
그래서 뭔 얘기인가?
일찌기 우리 듀스 형님들께서 이 주제에 대해서 해답을 설파하신 바 있습니다. 모든 건 생각하기에 달려 있는 거라고요...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지금 저 멀리서 누가 날 부르고 있어.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이젠 우린 앞을 향해서만 나가겠어.
모든 건 생각하기에 달려 있는거야. 너, 그리고 나, 다들 모두 마찬가지야.
내게로 주어져 있는 생은 나에게 소중한 걸. 나는 살아가며 이제 깨닫게 되었어.
언제까지나 힘들지만은 않을거야. 비록 지금의 그대가 믿을 수 없어도.
지금이 힘들어도 그대가 믿기만 한다면 언젠가 새로운 모습이 돼 있을거야.'우리는', 1993 Deuxism. Deu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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