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sferatu, eine Symphonie des Grauens (노스페라투) - 로저 에버트 명작선 4
Nosferatu, eine Symphonie des Grauens (노스페라투) 로저 에버트 명작선 4 | |
년도 : 1924 국가 : 독일 상영 : 94분 제작 : Jofa-Atelier Berlin-Johannisthal 원작 : 브람 스토커 Bram Stalker 연출 : F.W. 무르나우 F.W. Murnau 출연 : 막스 쉬렉 Max Schreck (그래프 올록 Graf Orlok 역) 구스타프 폰 반겐하임 Gustav von Wangenheim (후터 Hutter 역) 그레타 슈뢰더 Greta Schröder (엘렌 Ellen 역) 2014. 5. 26. The New iPad |
로저 에버트 Roger Ebert 의 '위대한 영화' 따라 보기 의 네번째 영화는 무르나우 감독의 'Nosferatu, eine Symphonie des Grauens (노스페라투)'. 아래 회색의 글상자는 본문의 글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어쩄든 '노스페라투'라는 제목은 '드라큘라'라는 제목보다 좋다. '드라큘라'라는 말을 내뱉어보라. 웃음이 날 것이다. '노스페라투'라는 말을 내뱉어보라. 레몬을 씹은 것 같은 표정이 될 것이다.
흡혈귀를 다룬 이 영화의 원작은 당연하게도 브람 스토커의 소설 '드라큘라 Dracula ' 이겠지만 스토커의 미망인이 소송을 걸었기에 영화의 주인공과 제목을 변경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것이 지금에 와서는 더욱 괜찮은 선택(?)이 되었는데, '드라큘라'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영화 외에 많은 패러디들이 생겨났고, 심지어는 코미디 영화의 주인공 취급을 당하기도 하기에 '드라큘라'라는 이름이 주는 공포감은 어디론가 휘발해 버렸다.
이에 비해 '노스페라투'라는 이름은 1979년 베르너 헤어조크 Werner Herzog 가 다시 만들 때 까지 유일한 '노스페라투' 로서 그 만의 정체성을 정립하고 있었다.
흡혈귀 역할로서 고전의 반열에 오른 벨라 루고시 Bela Lugosi 와 크리스토퍼 리 Christopher Lee 가 연기한 장르적 특성과 흡혈귀에 대한 여러 가지 클리쉐가 만들어지기 전에 만들어진 흡혈귀 영화로서, 이 영화에서 흡혈귀 역할을 한 맥스 슈렉은 독창적인 흡혈귀의 모습을 보여준다.
흡혈귀를 연기한 맥스 슈렉은 과장된 연극적 연기를 극도로 자제한다. 맥스 슈렉의 연기가 벨라 루고시, 크리스토퍼 리, 프랭크 란젤라, 게리 올드먼 등 후대 연기자들과 차별성을 보이는 것은 바로 그런 특징 때문이다. 흡혈귀 역할은 화려한 배우가 아니라, 무시무시한 저주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을 통해 계승되어야 한다. 슈렉은 드라큘라를 인간이라기보다는 짐승에 가까운 존재로 연기한다. 프리드리히 빌헬름 무르나우 감독의 동료였던 미술감독 앨빈 그라우는 박쥐의 귀, 갈고리 같은 손톱, 쥐처럼 입 한가운데에 자리잡은 송곳니를 슈렉에게 분장시켰다.
하지만 흡혈에 의한 감염(?)은 예나 지금이나 같은 메타포를 함유하는 듯 하다. AIDS 에 대한 공포가 만연되었을 때 흡혈귀 영화가 많이 등장했던 것 처럼, 과거 성병에 대한 두려움이나, 더 폭넓게 보자면 보수적인 가치관을 해치는 자유 연애에 대한 경계의 의미로서 드라큘라의 이미지가 소비되고 있었던 것이다.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의 견고한 가치관 아래 소설을 쓴 브람 스토커는 "허가받지 않은 섹스는 사회에 위험하다"는 것이 <드라큘라>에 내포된 메시지인지 궁금해하던 독자들에게 아무런 결론도 제시하지 않았다. 우리가 에이즈를 두려워하는 것처럼 빅토리아 시대 사람들은 성병을 두려워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흡혈귀 이야기는 일종의 은유일지도 모른다. 짝 없이 사는 흡혈귀는 희생자에게 조심스레 접근하거나, 더없는 행복을 약속하는 것으로 희생자를 꼬득인다. 강간범이나 길거리에서 연예인을 시켜준다고 접근하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흡혈귀를 처치하는 방법은 심장에 말뚝을 꽂는 것이 아니라, 부르주아 가치관을 습득하고 핵가족을 이루는 것이다.
감독인 무르나우는 영화 산업의 초창기인 1919년부터 영화를 감독하기 시작하였는데, 데뷔 3년만에 역사에 길이 남을 흡혈귀 영화를 만들어냈다. 침실에 있는 후터에게 올록이 접근하는 동안 몽유병 환자처럼 경고의 소리를 외치는 엘렌의 모습을 몽타지 기법으로 교차 편집한 장면과 올록이 도시로 향해 오는 선상의 관 안에서 경직된 채로 똑바로 몸을 일으키는 올록의 모습은 아마도 공포 영화의 명장면으로서 계속하여 회자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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