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지생태보고서 - 차라리... 욕이라도 할 수 있게.
|
습지생태보고서: 최규석 리얼궁상만화 차라리... 욕이라도 할 수 있게. |
년도 : 2005
출판사 : 거북이북스 (한국) 총권 : 1권 작화 : 최규석 스토리 : 최규석 주인공 : 최군 재호 정군 녹용이 2012.10.27. 광진정보도서관 대여 |
'도박묵시록 카이지'라는 만화가 있다. 괜히 늦은 시간에 첫 권을 폈다가 결국에는 밤을 꼴딱 새면서 가지고 있는 최신판까지 읽어버린 만화다.
처음 시작은 빚을 갚기 위해서 시작한 간단한 가위바위보 게임에 포함되어 있는 의외로 복잡한 규칙과 다양한 인간의 반응이 재미있었지만, 그 게임을 뒤쪽에서 조정하는 리네카와나 (원작에서는 토네가와 유키오 利根川幸雄 ) 그 위의 제아 등이 실제로 등장하면서 불편한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뭐 이런 식이지...
이 불편한 상황의 실체는 바로 가치관의 충돌에서 기인한다.
학교에서 배운 가치와 사회에서 배운 가치, 문장으로 배운 가치와 몸으로 익힌 가치의 차이가 바로 그것이다.
태어나서 자라는 동안 분명히 지고의 가치가 있다고 배웠지만, 실제로 학교를 졸업한 이후에 체험으로 배우게 되는 지상의 가치는 다름아닌 돈이다. 분명히 학교에서는 돈의 가치는 매우 낮은 것이고, 이 낮은 가치를 추구하는 것을 속물이라고 배웠으나 실제 사회에서는 아무도 말을 하지 않을 뿐 모두 돈을 추구하는 속물 뿐이다.
아무도 직접 입에 올리지 않는 이러한 가치의 충돌을 실제로 끄집어 낼 때 느껴지는 이 불편한 상황은 '도박 묵시록 카이지'는 직접적으로, 그리고 '습지생태보고서'는 조금 더 완곡하게 드러내어진다.
습한 반지하 자취방에 사는 4명의 (또는 5명의) 자취방 사람들은 각각 이러한 가치관의 충돌에 반응하는 일반일들의 전형을 보여주는데, 그 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일반인들의 대표는 아마도 주인공인 최군과, 작가도 스스로 밝혔듯이 의도치 않게 비중이 커진 녹용이 둘일 것이다.
만화학과에서 유일하게 내리 전액 장학금을 받는 최군은 대대로 이어져 온 가난 때문에 궁상이라는 삶의 형태가 이미 익숙해져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다른 삶의 모습으로 의태 擬態 하기도 하며, 장문의 대사로 현실에 대해서 개탄하는 비판 의식을 보여주지만, 노가다판에 나가서라도 돈을 마련하여 '남들 다 하는... 그냥 연애' 를 하는 이중적인 모습도 보여주는, '통장 잔고의 반비례 하여 재수의 밀도가 낮아지는' 작가의 현실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
진실이 통한다고 믿는 순진함까지..
주인공 최군의 대척에 서 있는 캐릭터는 자취방에 빌붙어서 오히려 주인 행세를 하는 녹용이다. 없는 자는 대 놓고 무시하고, 세속적으로 성공한 부류에 대해서 노골적으로 부러워하는 처세의 사슴 캐릭터는 마치 '카이지'의 리네카와 같이 철저하게 세속에 대한 가치를 절대시한다. (그렇다고 그렇게 잔인하게 얘기하는 건 아니고...)
문제는 그렇게 전적으로 세속적인 가치로만 이루어진 논리에 대해서 제대로 반박하지 못하는 나의 태도이다.
차라리 확실하게 이상 속에서만 살아가는 캐릭터나, 아예 완전한 속물의 캐릭터가 나왔다면 확 욕이라도 할 수 있을텐데.
댓글
이 글 공유하기
다른 글
-
도박 묵시록 카이지 - 가위바위보 카드 편
도박 묵시록 카이지 - 가위바위보 카드 편
2012.11.04 -
도박 묵시록 카이지 - E 카드편.
도박 묵시록 카이지 - E 카드편.
2012.11.02 -
Q 앤드 A - 야구가 아니면 안돼.
Q 앤드 A - 야구가 아니면 안돼.
2012.09.02 -
삐리리~ 불어봐! 재규어 - 병신력 소진한 작가의 자기 복제
삐리리~ 불어봐! 재규어 - 병신력 소진한 작가의 자기 복제
2011.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