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s 스위스 여행 6. 둘째날 회의는 제끼고 시내 구경이나 하자.
스위스 Suisse 에 와서 처음으로 밤에 깨지 않고 길게 잤다. 포커를 치는 바람에 새벽 2시 30분이 넘어서야 잠자리에 들었더니 9시가 넘어서야 일어났다.
하지만 늦게 일어났다고 해서 아침을 굶을 수가 없지. 회의에는 좀 늦겠지만, 아예 작정을 하고 천천히 아침을 먹었다.
기왕 늦은 김에 가까운 길 보다는 호수를 바라보면서 걷기로 했다. 호텔에서 조금만 가면 바로 레만 호수 Lac Léman 가 나온다. 이렇게 좋은 경치라면 그냥 지나칠 수는 없지. 방파제 위로 가서 호수를 내려다 보았더니만, 바닥까지 보인다. 이렇게 큰 호수인데 이렇게 물이 맑다니, 한강에서는 느껴본 적이 없는 감탄이 나온다. 정말 비교되는구먼.
회의장을 가기 위해서는 시내의 길을 따라 가는 방법도 있지만, 경치가 좋은 호수가를 따라 주욱 올라갔다. 이거 아주 좋은 산책 코스로구먼.
11시가 되어서야 회의장에 도착했다. 오늘 오후는 회의 째고 쥬네브 Genève 시내 구경을 하려고 했는데, 그렇다면 오늘 하루 거의 회의 내용을 듣지 못하겠구나. 오전 얼마 안 남은 시간이지만 열심히 들어야지...
라고 생각했는데, 오늘따라 오전 session 이 일찍 끝났다. 11시 30분부터 lunch break 하자고 한다. 이거 도움을 안 주는구먼.
오늘 점심은 어제 어제 가려고 했다가 말았던 쿱 Coop 쇼핑 센터 내에 있는 일식집으로 정했다. 자리를 잡고 앉아서 메뉴를 펼치는 순간 크악, 여기 잘못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스 요리가 54 SFr. 이라. 얼마 전에 회사 지하의 이키이키란 일식집에 갔던 악몽이 떠 올랐다. 그 때 1인당 가격이 세금/봉사료 제외하고 4만원이었는데, 여기 54 SFr. 면 한국 돈으로 5만원 정도 하는 것 아닌가?
무지하게 비싼 가격에 비해서 코스로 나오는 음식은 또 별 거 없다. 그렇게 비싸고 먹을 것 없는 음식을 주문할 수는 없는지라 48 SFr. 짜리 business lunch 를 주문했으나, 그게 그거다. 역시나 먹을게 없다.
크흑, 값은 4만원이나 하는데, 먹을게 없다니. 게다가 business lunch 라는 이름 때문인지 몰라도 음식도 무지하게 느리게 나온다.
1시 30분에 오후 session 을 시작하기로 했는데, 식사를 마치고 나니 2시가 넘었다.
오전에 회의를 너무 안 들었기에 양심의 가책상 회의장에 다시 들어가서 오후 session 을 들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우리가 관심을 가졌던 system issue 는 내일 논의하는 것으로 밀렸다. 오늘은 profile & level 내용인데, 어차피 우리는 baseline profile 이면 충분하기 때문에 다른 profile 과 level 정하는 데에는 거의 관심이 없으니 들을 필요는 없다.
여기가 WMO 건물
오후 session 에는 아예 안 들어가고, 3시에 시내 구경을 하러 나왔다. 회의장 건너편에 있는 UN 유럽 본부 앞을 지나서 호수가로 향한다. 가는 중에 WMO World Meteorological Organization 세계기상기구 본부 건물도 있네.
호숫가를 따라서 죽 내려오면 공원이 하나 있다. 공원이라봐야 잔디밭 정도 밖에는 없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 공원으로 오는 도중에 또 대단한 건물이 있다. WTO World Trade Organization 세계무역기구 . 흠. 이런 호수가 구석탱이에 WTC 본부 건물이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는데, 이 동네 대단한 곳이구먼. 그런데 이 건물이 당최 WTO 본부 건물인지 일반 호텔인지 당최 구분도 안 된다.
WTC 건물을 지나서 계속 호수가를 걷는다. 공원 잔디밭 중간에 조형물 같기도 하고, 작은 건물 같기도 한 것에 Camera Obscura 라고 붙어 있다. 어, 이게 뭐지? 상당히 귀에 익은 단어인데. 영화 이론서 내지는 그런 류의 책에서 읽은 단어였는데. 암실 내지는 카메라의 필름 박스 정도를 뜻하는 단어인데 왜 저 건물에 붙어 있을까? 카메라 박물관 정도라도 되는건가? 규모를 봐서는 박물관 보다는 사진관인 듯 싶기도 하고.
호숫 아래 쪽에 용구형이 묵고 있는 노가 힐튼 호텔 Noga Hilton Hotel 까지 내려왔다. 짐을 두고 나오기 위해서 살짝 들렀는데, 역시나 우리가 묵는 곳 보다 비싼 호텔이라서 시설이 좋구나. 정가로 하루 500 CHF 가 넘는다고 하니, 우리가 묵는 곳의 2배가 넘는 가격이네.
몽블랑 다리 Pont de Mont Blanc 를 건너서 구시가 La Vieille Ville 쪽으로 갔다. 그저께 샤모니 Chamonix 에 다녀 오는 길에 버스에서 본 쇼핑센터를 찾기 위해 계속 걸어갔다. 가는 길에 있는 souvenir shop 에도 들러 시계를 좀 들여다 보았따. 하지만 몇 군데 가게를 둘러 봐도 그닥 살만한 것은 없더라. 걷고 걸어 가다가 쿱이라는 쇼핑센터까지 도착했는데, 번화한 느낌이 없어서 뭔가 잘 못 왔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다시 돌아가기로 했다.
왔던 길을 돌아가기 전에 지나는 사람에게 물었더니 우리가 걸어왔던 길에서 한 블럭 옆으로 옮겨서 돌아가면 거기가 downtown 이란다. 오호. 역시 downtown 으로 가니 길에 지나는 사람도 많고, 가게도 훨씬 많구먼.
하지만 이 때 벌써 시각은 오후 6시. 해가 지면서 어두워지기 시작하고, 가게도 많이들 닫았다. 시계 상점은 그렇게 많지 않고, 대부분 시계와 스위스 나이프를 파는 기념품 가게들이다. 백화점스러운 곳에 들러서 시계를 둘러 봤는데, 스와치 Swatch 에 아주 simple 해서 맘에 드는 것을 하나 발견했으나 가격이 100 SFr. 나 한다. 스와치를 이런 고가에 살 수는 없다.
시계는 그만두고 초콜렛을 사러 초콜렛 전문 상점에 들어갔다. 린트 Lindt 제품을 사려고 했는데 우리가 들어온 가게는 기성품을 팔지 않고, house made 초콜렛을 파는 곳이다. 맛을 볼 수 있어서 조금 먹었더니 달기도 적당하고 맛이 아주 좋다. 흠, 이것이 그 유명한 스위스 초콜렛인가?
호텔로 돌아오는 도중에 장난감 가게가 있어서 거기에도 들렀다. 나로서는 굳이 들어갈 필요가 없는 곳인데, 유부남들이 있어서 어쩔 수 없구나. 용구형은 인형을 하나 사고, 이상희 과장님은 퍼즐이랑 인형을 하나 샀다.
호텔로 바로 들어가리는 뭐 해서 쥬네브 코흐나뱅 Genève-Cornavin 역 쪽으로 갔다. 어, 이런? 유명한 시계 가게는 여기에 다 몰려 있는데. 주욱 늘어선 상가 건물에 한 집 건너면 시계 가게 나온다. 게다가 린트 초콜렛을 파는 가게까지 있다. 선물용으로 사기 좋은 제품이 많다. 문을 닫아서 오늘은 사지 못하는데, 내일 다시 와서 사야겠다.
스위스하면 역시 시계인데, 여러가지 상표가 있으나 내가 이 쪽은 잘 알지 못하는구나. 스와치는 싸구려 브랜드니까 알고, 롤렉스 Rolex 와 오메가 Omega 는 워낙 유명한 브랜드이고. 가격대를 보니 싼건 800 SFr. 부터 시작해서 6~7000 SFr. 정도다. 그 중에서 눈에 띄게 비싼 제품이 있는데, 상표를 봐도 내가 모르는 브랜드인데 가격은 26,000 SFr. 이다. 헉, 손목에 티뷰론 한대 차고 다니는 꼴이로구나.
티쏘 Tissot 정도가 깔끔하고 가격도 큰 무리가 없는 정도인데, 론진 Longines 은 많이 비싸구나. 스위스 아미 Swiss Army 나 스위스 밀리터리 Swiss Militaire 같은 건 별로 멋도 없는데 비싸긴 비싸고, 그 외에는 무슨 상표인지 모르겠다.
호텔 방에 가서 짐을 놓고, 샤워를 한 후에 다시 밖으로 나왔다. 저녁 대신 맥주를 먹으면서 안주로 속을 채우려고 했는데 마음에 드는 바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렇게 특별한 곳을 찾는 것도 아닌데, 그닥 마음에 드는 곳이 없다. 식사가 맛있어 보이는 곳을 택해서 들어갔다. Rice 로 만든 이름 모를 음식을 하나 시켰는데, noodle 음식 보다는 입에도 맞고 맛있다.
배도 든단하게 채웠으니 이제 유흥을 하기로 했다. 미국에서의 추억을 되살려 스트립을 하는 바를 찾아가자는 의견이 모아졌다. 코흐나뱅 역 근처가 유흥가라더니 한 블럭 내에 다 모여 있구나. Love massage 라고 간판이 붙어있는 곳도 있고, Sex center, Sex shop 등등의 간판도 5~6개 정도 보인다. 가게 앞에는 아마도 hoocker 로 예상되는, 짧은 옷을 입은 여성분들이 짝다리를 짚고 기대 서 있고, 그 중에는 예전에 남자였을 것으로 예상되는 걸직한 웃음 소리의 여자(?)도 있다.
대충 아무 곳이나 찾아서 들어가자고 해서 한 가게를 들어갔는데, 여기는 show가 아니라 massage 로구나. 바로 나와서 다른 가게를 찾아 들어갔다. 여기는 peep show 라고 써 있구나. 미국이나 태국에 갔을 때 처럼 show girl 이 무대 위에 올라가고, 우리가 무대 앞에 앉는 형태가 아니라, 조그마한 캐비넷 안에 들어가서 캐비넷 안의 창을 통해서 바라보는 시스템이다. 이런게 peeping 이로구나. 영화 'Le Fabuleux destin d'Amelie Poulain (아멜리에)'에서 봤어.
캐비넷으로 둘러 싸인 무대 한 가운데서 여인네는 벗으며 춤을 추고, 캐비넷 안의 남자들은 작은 창을 통해서 바라본다. 이러다가 맞은편 캐비넷 남자랑 눈 맞을라.
입장하기 전에 본 가격표에는 2분에 2 SFr. 로 되어 있었는데, 캐비넷 안의 코인 박스에는 2분에 5 SFr. 이라고 되어 있다. 5 SFr. 짜리 동전을 넣으면 창에 있는 커튼이 올라간다. 2분이 지나니 커튼이 다시 내려온다. 눈 앞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창을 통해서 보는 것이라서 감흥이 없다. 쳇.
11시쯤 호텔로 돌아와서 사람들을 불러 모아 오늘도 한판 친다. 홍민철 교수님이랑 전병문 박사님은 피곤하다고 빠져서 4명이 판을 벌이다.
아하하, 오늘은 땄다. 어제의 실수를 모두 만회할 정도로 땄다. 특히 마지막에 10 플러시로 용구형의 9 플러시를 밟은 것이 오늘의 명승부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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