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 (더 문) - 우주로 간 비정규직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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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 (더 문) 우주로 간 비정규직 노동자 |
년도 : 2009 국가 : 영국 상영 : 100분 제작 : Liverty Films UK 배급 : Sony Pictures 연출 : 던칸 존스 Duncan Jones 극본 : 던칸 존스, 네이슨 파커 Nathan Parker 출연 : 샘 록웰 Sam Rockwell (샘 벨 Sam Bell 역) 케빈 스페이시 Kevin Spacey (거티 GERTY 역) 흥행 : £2.3M (영국), 14,331명 (한국) | |
2009.12.6. 12:00~ CGV 강변 6관. ★★★★★★★☆☆☆ |
원래 제목은 그저 'Moon'일 뿐이지만, 우리 나라 번역 제목에서는 '더 문'이라고 좀 더 '달'에 초점이 맞춰진 느낌이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The Twilight Saga: New Moon (뉴문)'과 제목이 비슷한 것을 피하기 위한 방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한국어로 '문'이라고만 써 놓기에는 'door'와 헷갈릴 수도 있겠다 싶어 이해가 간다.
이 영화가 확 주목을 받을만큼 대단한 마케팅을 취한 것은 아니지만, 나의 관심을 끌게 된 점은 몇가지 있다.
우선은 감독을 맡은 던칸 존스가 저 유명한 데이빗 보위 David Bowie 의 아들이라는 점, (몇번째 아들인지는 모르겠다만...) 그리고 한국인들의 눈길을 끈 것은 바로 달기지의 이름이 'Sarang - 사랑'이라는 것.
우리 회사는 노동자 여러분들을 '사랑' 합니다.
'사랑'? '안녕히 계세요'?
왜 하필이면 무공해 에너지 헬륨3를 채취하는 달기지의 이름이 '사랑'일까?
이건 특이함을 보여주기 위한 작은 장치라고 할 수도 있겠다. B급 영화들에서는 때때로, 의미와 상관 없이 조형을 위해서 한자를 차용하기도 했으니까.
그러나 영화 내내 한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이 없다가, 지구로 귀환하는(?) 캡술에 타기 전에 마지막으로 듣는 안내 메세지에 뜬금 없이 '안녕히 계세요'라니.
영화 외적으로는 상당히 간소하게, 이 한국어에 대한 설명이 튀어 나온다. 감독인 던칸 존스가 런던 필름 스쿨 The London Film School 에서 석사과정을 수학중인 당시 한국인 여성과 사귀었는데, 그래서 한국어를 삽입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의문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게 문제다.
비정규직에 대한 직접적인 메타포
탄소 에너지가 아마도 고갈되고, 탄소 배출로 인한 환경 파괴에 대한 대안으로 태양 에너지를 사용하게 되는 아마도 어느 미래. 태양풍 에너지를 채취하기 위한 달기지 '사랑'에서 작업하는 사람은 오직 한 명 샘 벨 한 사람뿐이다.
이 고독한 사내는 3년간의 단신 부임이 종료되고 지구로 곧 귀환할 2주 후를 기다리면서, 혼자서(?) 묵묵히 전 지구 에너지의 70% 생산을 담당한다.
전 지구 에너지의 70%를 담당한다는 중요함과는 거리가 멀게도, 고장난 통신 위성은 좀처럼 복구되지 않은 채 지구와의 실시간 대화는 불가능한 채로, 가끔씩 날아오는 회사와 가족의 영상 메시지로 위안을 삼을 뿐이다.
EBS에서 방영하는 '극한 직업'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그 프로그램에 소개되기 충분할 정도의 극한에서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존스 감독이 한국 여성과 사귀면서 한국의 열안한 비정규직 상황에 대해서 많은 논의가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의 (적어도 영국의) 노동 조건은 피차 일반으로 비슷한 것인지, ('극한 직업'에서 소개되는 노동은 대부분 개인사업 또는 비정규직인 경우가 많다.) 이도 저도 아니면 그냥 우연의 일치인지, (아니면 비정규직도 아닌 녀석이 영화보고 설레발 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달 기지 '사랑'에서 보여주는 단독(?) 노동자 샘 벨l의 상황은 우리 나라 비정규직 노동자의 근무 환경과 놀랍도록 닮아 있다.
한국의 포스터에서는 이 달이라는 곳이 뭔가 '비밀이 숨겨진 그 곳'인양 표현했지만, 실제로 영화가 시작되고 30분 정도만 흘러가면 그 비밀이라는 것이 그다지 영화의 핵심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하베스터와의 충돌 사고 이후 깨어나는 벨의 멀쩡한 오른 손등을 보면, 또 한 명의 벨이 존재한다는 사실쯤은 쉽게 눈치챌 수 있고, 그 또 한명의 벨이 달에서의 고독한 작업을 위해서 만들어진 클론이라는 사실 역시 또 얼마 후에 쉽게 밝혀진다.
내용은 그렇다. 누구나 기피할 법한 달에서의 작업을 맡겨야 할 사람이 필요하고, 이에 대해 교육을 시키느니 교육을 시킨 상태의 기억을 그대로 간직한 클론을 대량으로 생산(?)하여 적절한 시기가 되면 간간히 교체를 해 주는 식으로 기지를 유지한다.
가족의 영상을 보여준다거나, 3년이라는 기간을 설정하여 지구로 돌아갈 것이라는 것은 업무에 동기를 부여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이겠지.
하지만 3년 후에는 정규직 직원으로 채용해 준다고 하는 비정규직 보호법과의 놀라운 씽크율은 과연 우연인가?
케빈 스페이시?
내가 케빈이요.
크레딧을 보면 분명 두번째로 케빈 스페이시가 나온다는데 영화 내내 그의 얼굴은 볼 수 없었다.
하지만 목소리가 익숙하니까 금방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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