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주택으로 가기, 혹은 서울 떠나기 프로젝트 1. 상상하기
그 사이 단독에서 살아본 게 언제인지 아득해질 정도로 아파트에 길들여졌다. 그런데 정말 신기한 게 있없다. 인생의 절반을 산 아파트에 대해선 아무리 애써도 떠오로는 추억이 없다. 결혼한 직후 워낙 고생을 심하게 해서 그런지 원룸 살 때의 기억은 조금 남았지만 그 뒤에 살았던 세 아파트의 경우 집 자체에 대해선 아무런 기억도, 느낌도 없다. 꿈을 꾸면 언제나 나타나는 집은 지금 사는 아파트가 아니라 어린 시절 그토록 불평했던 단독 주택이다. 아파트가 나오는 꿈? 그런 꿈을 꾸었을지도 모르겠지만 기억은 나지 않는다.
반면에 단독주택 시절의 기억은 신기하게도 결코 지워지지 않는다. 마당 어느 구석에 옥잠화가 피었고 붓꽃과 채송화는 어느 돌 옆에 심었던지, 어느 나무에 어떤 벌레가 기어다녔는지 생생하다. 파랗던 여주가 노랗게 익어가는 모습, 어머니가 심었던 수세미, 그리고 기르던 개가 죽었을 때 울며 묻어주었던 담벼락 구성...
반면에 단독주택 시절의 기억은 신기하게도 결코 지워지지 않는다. 마당 어느 구석에 옥잠화가 피었고 붓꽃과 채송화는 어느 돌 옆에 심었던지, 어느 나무에 어떤 벌레가 기어다녔는지 생생하다. 파랗던 여주가 노랗게 익어가는 모습, 어머니가 심었던 수세미, 그리고 기르던 개가 죽었을 때 울며 묻어주었던 담벼락 구성...
단독 주택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 것은 조금은 의외이지만 구본준 기자의 부고를 받은 이후였다. 부고를 받기 몇 년 전쯤 이현욱 건축가와 같이 지은 땅콩집이 인기를 얻었는데 안타까운 소식과 함께 땅콩집을 다시 상기하는 기회가 되었다.
실제로 용인에 땅콩집을 지어서 같이 살고 있는 두 분이 쓴 책도 읽게 되고, 땅콩집 건축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모인 카페에도 가입을 하였다.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개인 주택에서 사는 모습을 보다 보니 단독 주택에 살고 싶다는 마음이 점점 커져만 갔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특권 중에 하나는 상상력이다. 비록 아파트에 살고 있는 입장이긴 하지만 단독 주택에서 사는 삶을 상상하는 것은 누구든지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상상을 해 보자. 오랜 현실의 삶 때문에 상상하는 힘이 많이 퇴화되었기 때문에 몇 가지 상상을 위한 재료를 준비해 본다.
'두 남자의 집짓기' 2011 마티. 이현욱, 구본준
'삶을 닮은 집, 삶을 담은 집' 2012 더숲, 김미리, 박세미, 채민기
'작아도 기분 좋은 일본의 땅콩집' 2011 마티, 주부의친구 편집부
'나는 마당 있는 작은 집에 산다' 2013 카멜레온, 이현욱
'제가.살.고.싶은.집은' 2012 서해문집, 이일훈, 송승훈
건축가 이현욱의 좋은집 연구소 네이버 카페
이런 식으로 시작하다가 용두사미 형태로 접어버린 기획이 꽤나 많지만 어차피 상상만하는 것은 그다지 문제될 것 없잖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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