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 영원히 완생이 되지 못하는 존재
|
미생 영원히 완생이 되지 못하는 존재 |
연도 : 2012~13 출판사 : 다음 만화속세상, 위즈덤하우스 총권 : 145화, 후기 4화 (다음), 9권 (위즈덤하우스) 작화 : 윤태호 스토리 : 윤태호 주인공 : 장그래 오상식 (오과장) 안영이 2012. 8.24 ~ 2014.12.23 다음 만화속세상, 알라딘 구매 |
이 만화를 접하게 된 것은 2012년. '야후', '이끼', 그리고 그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스포츠 투데이에 연재되었던 '로맨스' 로 알려진 윤태호의 신작이 나왔으니 당연히 봐 줘야겠지. 하지만 어느 정도 읽다가 멈추었다.
성격상 연재되는 만화의 다음 연재일을 기다리는 건 성격에 안 맞아서, 연재가 종료되면 한꺼번에 몰아서 보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기적으로 이슈가 되는 작품도 아니었으니까.
2014년 연재는 끝났는데 의외의 곳에서 예상치 못한 상황이 생겼다.
1~5화 까지만 무료로 남아있고, 그 다음 에피소드들은 이제 유료화가 되어 버렸다. 허영만 정도 되는 작가는 다음 연재와 별도로 출판사와 계약을 맺어서 연재가 종료되면 작품 자체가 웹툰에서 내려가는 경우는 봤으나, 다음에서 웹툰 유료화를 본격적으로 도입하면서 이러한 상황이 많이 퍼지게 되었다. 덕분에 강도하, 강풀, 장이 등 연재 종료하면 보려고 했던 만화들이 대부분 유료화 되어버리는 상황이네.
뭐, 술값에 비하면 얼마 안되는 돈이니 그냥 유료 결제하고 봐야지, 라고 생각하는 찰나 위즈덤하우스에서 9권으로 완간했고 어느 틈에 9권이 모두 책꽃이에 꽂혀 있는 상황이 되어서 다음 웹툰에서 유료로 결제하는 일은 한참 미뤄졌다.
간단하게 줄거리만 정리하자면 입단을 위하여 바둑에 매진하던 장그래는 결국 입단에 실패하고, 후견인의 도움으로 원 인터네셔널이라는 종합 상사에 인턴으로 입사하여, 간신히 계약직으로 합격하였으나, 결국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못하는 내용이다.
간단한 줄거리이지만 거기에 담긴 내용은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다. 만화의 제목이나 각 회의 첫 장면을 보면 본격 바둑 만화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바둑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이해가 가능한 내용이 아닐까 걱정했으나 실제로는 본격 사회 생활에서의 생존을 위해 몸부림 치는 사회인들의 이야기였던 것이다. 제목인 '미생'은 바둑에서 완전한 집을 만들지 못하고 생사가 불분명한 말을 일컫는다고 얘기하는데, 작중에서 장그래가 독립된 사회인으로서의 역할을 아직까지 하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빗대어 스스로를 일컫는 말로 쓰인다. 어쩌면 이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사람들이 (계약직이건 정규직이건 간에) 미생으로밖에 살아갈 수 없는 처지가 아닌 가 싶어 서늘하다.
숱한 '미생' 명대사 리스트가 나올만큼 많은 직장인들의 공감을 얻었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 만화는 현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판타지이다. 오상식 팀장과 김동식 대리는 직장 상사로서는 모범이라고 할 만큼 중간 관리자나 직속 상사로서의 역할과 회사에서 영업3팀으로서의 역할을 거의 완벽하게 해 내면서도 딱히 흠결을 찾아볼 수 없다. 둘을 제외한 다른 인물들도 판세를 정확하게 읽고, 거기에 알맞은 발언과 행동을 하는 완벽한 인물들이다.
본인의 일을 맡아서 하면서 비정규직일 뿐인 장그래의 성장을 위해서 서포트하는 완벽한 상사란 세상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게다가 하나도 아닌 세명이 한 조직에서 팀을 이루고 있는 것은 절대 불가능할 것이다.
각 등장인물의 능력치가 판타지인 것과 같이 한국 기원을 나와서 사회 생활을 시작하게된, 시작부터 바둑으로부터 버림을 받은 장그래의 사회 생활 역시 판타지로 점철되어 있다.
나 자신부터도 정규직으로서 사회 생활을 시작하여 비정규직의 현실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 본 일은 없으나, 정규직을 과보호 하고 있다는 둥, 중규직을 신설하겠다는 둥의 어처구니 없는 현재의 대한민국에서의 비정규직의 현실은 '미생'에 그려진 장그래의 삶보다 훨씬 더 팍팍하고 비참할 것이다.
만화가 나왔던 2012년부터 인기를 모으긴 했으나 (작가의 이름 값도 있고) 본격적으로 인기를 끌게 된 것은 아무래도 tvN 에서 방영하는 케이블 드라마 때문일 것이다. 드라마를 방영하기 전만해도 미생 전권을 중고 서적으로 구하기 어려운 편은 아니었으나, 그 이후로 중고는 씨가 마르고 결국 200만부를 출판했다고 하니 영화화나 드라마화 하는 것이 꽤나 중요하다는 것을 '바쿠만' 이후에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과연 '미생' 웹툰이건 드라마건 사회인들의 사이에서 이렇게 회자되는 것이 과연 드라마화 때문일까?
장그래의 처지에 공감하는 많은 사회인들은 그들이 비정규직이고, 이 만화의 내용인 비정규직의 삶은 대변하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단순히 회사라는 공간이 아닌 거대한 사회라는 배경 속에서 우리의 삶을 이루고 있는 요소들의 본질에 대해서 날카롭게 파고 들었기 때문이 아닐까.
먼지 같은 일만 하다가 먼지가 되어버리고, 영원히 완생이 되지 못하는 미생으로서의 우리 삶에 대해서 말이다.
댓글
이 글 공유하기
다른 글
-
독신자 기숙사 - 제목만 유명했던 듯.
독신자 기숙사 - 제목만 유명했던 듯.
2016.10.12 -
내가 본 음식 만화
내가 본 음식 만화
2016.02.03 -
바쿠만。 - 어쨌거나 소년 활극
바쿠만。 - 어쨌거나 소년 활극
2014.12.21 -
패션왕 - 푸른 곰팡이의 저주
패션왕 - 푸른 곰팡이의 저주
2013.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