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S&Y's 첫번째 뉴질랜드 여행 - 75. 헬리콥터 타고 폭스 빙하 탐험
'10.10.30 (뉴질랜드 시각)
아침에 좀 일찍 일어날 만도 하건만, 항상 8시가 전후해서 기상을 하게 된다. 오늘도 기상 시각은 7시 50분.
대충 씻고서 홀리데이 파크를 돌아다니면서 시설 사진을 찍었다. 서영이와 은서도 일어나서 씻고서는 놀이터에 가서 살짝 논다. 서영이가 놀이터에서 노는 동안 나는 홀레데이 파크 오피스에 가서 주변에 가볼 만한 곳을 좀 알아봤다. 원래 일정에 들어 있던 매터슨 호수 Lake Matheson 등 주변에 걸을만한 산책로는 많긴 하다. 특별하게 눈에 띄는 곳은 없어서 원래 예정대로 매터슨 호수에 가기로 했다.
하지만, 이 지역에 온 것은 호수 때문이 아니라 바로 빙하를 보기 때문이니, 그 보다 먼저 빙하부터 다녀오기로 했다. 웅장한 아오라키 마운트 쿡 Aoraki Mt. Cook 의 만년설을 멀리서 바라보는 것은 이미 지난주에 실컷 했으니, 오늘은 그 보다 더 가까이 가서 그 만년설/빙하를 직접 만지고 걸어보기로 했다. 그렇다고 걸어서 빙하까지 가는 것은 역시 무리. (서영 때문만이 아니라, 내 저질 체력도 그러하니...) 그래서 우리가 선택한 것은 바로 헬리콥터 투어다.
아무래도 이 지역에 가장 볼만한 것은 빙하이기 때문에, 이 작고 아담한 동네에 헬리콥터 투어를 하는 여행사가 무려 4개나 있다. 어제 와나카 Wanaka 에서 미리 가져온 헬리콥터 투어 팸플릿을 보긴 했지만, 4개 여행사가 대략 비슷해 보여서 오피스 직원에게 물어봤다. 직원 얘기로는 4개 중에서 헬리콥터 플라이트 Helicopter Flight 가 가장 낫다고 주저없이 얘기를 추천을 해 주었다. 보통 이런 경우에는 '다들 비슷하다. 하지만 그 중에서...' 정도일 줄 알았는데, 이렇게 콕 찍어서 추천을 하다니.
어차피 4개의 헬리콥터 투어 여행사는 다 그 근처에 몰려 있으니 직접 찾아가서 보면 될 것이고, 아침을 먹기로 했다.
날이 따뜻하고 햇살이 좋아서 캠퍼밴 옆에 위치한 테이블에서 먹기로 했다. 매일 비슷한 재료로 샌드위치를 만들어서 가볍게 식사를 마쳤지만, 어찌어찌하다 보니 벌써 10시.
체크 아웃을 하고 이 동네 중심가 (라고 해봤자 200m 정도 되는 거리에 상점이 몰려 있는 정도) 에 차를 세우고 헬리콥터 투어를 알아본다.
우선은 그래도 i-Site를 찾아가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해서 i-Site를 찾았다. 이 동네의 i-Site는 마운틴 헬리콥터 Mountain Helicopter 사에서 운영하는구나. 그런데 문은 열려 있지만, 직원이 없었다. 어딘가 직원이 있을거라 생각하고 잠시 기다리면서 두리번 거리는데도 나타나지 않는거다. 쩝, 가까운 근처에 다른 선택은 많으니까. 미련 없이 i-Site를 나와서 다른 2군데의 가격과 출발 가능 시간을 알아봤다.
우선은 글래치어 헬리콥터 Glacier Helicopter 에 들어가서 알아봤다. 우리 말고도 기다리는 사람이 앞에 있더라. 아마도 다음 비행을 대기하는 듯. 다른 건물보다는 조금 허름해 보이기는 하지만, 일단 우리가 신청만 하면 바로 비행이 가능하고, 가격도 성인은 190 NZD, 아이는 100 NZD 이지만 성인 2명이 탄다면 아이는 무료로 해준다는 메리트가 있었다. 오호.
글래치어 헬리콥터
주소 및 연락처 | Main Rd. Fox Glacier. +64 3 751-0803. fox@galcierhelicopters.co.nz |
---|---|
홈페이지 | www.glacierhelicopters.co.nz/fox-glacier |
이용 금액 | 성인 190 NZD, 아동 100 NZD |
일단 알았다고만 하고서는 나와서 바로 건너편에 있는 헬리콥터 플라이트에 들어갔다. 여기는 건물도 제법 모양새를 갖추었고, 또 기다리는 사람도 많은 것을 봐서는 홀리데이 파크에서 알려준 대로 좀 괜찮은 곳인가보다. 가격을 알아봤더니 건너편의 글래치어 헬리콥터와 동일하게 어른 190NZD, 아이 100NZD다. 그러나 어른 2명 탄다고 해서 아이를 할인해 준다는 얘기는 없구나. 비행은 바로 가능하고, 조금 더 있다가 오면 오전 11:10에 탈 수 있다고 했다.
흠. 건물의 규모나 시설 같은거야 내 알바 아니고, 100NZD를 무료로 해 준다는데 당연히 거기를 선택해야지.
글래치어 헬리콥터 건물로 다시 들어가서 신청을 했다. 그런데, 보니까 아까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이 여전히 소파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더라. 헬리콥터에 탈 수 있는 사람은 6명이 정원인데, 적어도 4~5명 정도는 되어야 비행을 시작한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보다 앞서 있는 그 두사람은 동승할 다음 팀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고, 글래치어 헬리콥터에서는 또 나름대로 2명 태우고 출발하는 것보다는 아이 요금을 덜 받어라도 한 팀 더 실어 가는 편이 나으니 우리에게 할인을 제시한 것이었다.
어쨌거나 우리 가족이나, 앞서 기다리던 2명의 커플이나, 또 헬리콥터 운행사나 상호 윈윈이니 바로 계약하고 출발. 타이밍 잘 맞춘 덕에 싼(?) 가격으로 헬리콥터란 놈을 처음으로 타 보게 되었다.
글래치어 헬리콥터 가게 앞에 캠퍼밴을 주차해 놓고서 일단 승합차를 타고서 헬기 승강장으로 이동했다. 승합차는 우리가 묵었던 폭스 글래치어 홀리데이 파크 Fox Glacier Holiday Park 쪽으로 5분 정도 이동하여서 우리를 데려다 준다.
헬기 승강장은 소박하게 원형의 이착륙 장소에 붉은색 헬기 한대가 멈춰서 있었다. 승합차로 우리를 데려다 준 여직원이 헬기 조정사에게 우리를 인계해준다. 먼저온 2명의 커플은 앞 자리에 앉고, 우리 세 가족은 아쉽지만 뒤쪽에 앉는다. 먼저 와서 예약했으니 앞자리에 대한 우선권이 있고, 또 우리는 할인된 가격에 탔으니 뒷자리에 앉는 수 밖에. 당연하게도 앞자리가 시야는 좋겠지..
뒷자리에 앉더라도 안전벨트는 필수이고... 로터의 소음이 시끄럽기 때문에 통신용이라기 보다는 귀마개 용도로 헤드셋을 써 준다. 조정사가 가면서 뭐라고 뭐라고 얘기를 하긴 하는데, 시끄럽고 해서 잘 알아듣기가 힘들다. 조용했어도 뭐...
폭스 빙하 Fox Glacier 마을에서도 아오라키 마운트 쿡 Aoraki Mt. Cook 을 바라보면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는데, 헬리콥터를 타면 역시나 금방 도착한다. 어느 정도 안정된 고도로 올라섰다 싶더니, 어느새인가 폭스 빙하가 바로 앞에 보이는 빙하 끄트머리까지 금방 도착했다.
가이드와 함께 빙하를 직접 밟으면서 탐험하는 코스도 있지만, 역시 서영이 핑계를 대면서 직접 체험은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했다.
헬기로 내려다 보는 빙하는 마치 산 위에서 아래로 흘러내리는 용암과도 같이 계곡 사이로 꿀틀대면서 아래쪽을 향하고 있다. 흘러 내려오면서 주변의 바위를 깎아내렸는지, 아래쪽으로 내려올 수록 순수한 빙하라기 보다는 빙하의 얼음과 깎아진 돌, 흙 등이 섞여 지저분한 색을 하고 있다.
경사를 이루는 빙하 계곡을 따라 헬기가 올라가니, 위쪽으로 빙하의 평평한 부분이 보인다. 이 빙하 밑으로 얼마만큼의 눈, 혹은 얼음이 쌓여 있는지 짐작도 할 수 없지만, 주변의 굴곡진 산을 오롯이 덮어서 평평하게 만들어진 하얀 평원이 이것이 눈이 아니라 빙하임을 말해주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눈이건 빙하이건 서영이에게는 무슨 의미이겠는가. 오랫만에 하얗게 펼쳐진 설원을 보고서 기뻐하는 서영이는 겁도 없이 헬리콥터에서 내려 하얀 눈을 집어 들고 눈싸움을 시작한다.
구름마저도 눈부시게 맑은 날씨와, 또 좌우로 펼쳐진 하얀 눈밭에서는 고글 없이 눈을 똑바로 뜨기가 어렵다. 그제 밀포드 사운드 Milford Sound 에 두고온 고글이 가장 아쉬웠던 순간이다. 시리도록 눈부신 주변의 경치에 눈을 적응하려다 보니 어느 덧 다시 돌아가야 할 시간. 충분이 시간을 보내지 못했는데, 바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 아쉬움이다. 가족 사진이나 찍어볼까 하고 자리를 잡고 삼각대를 펼쳤지만, 이미 눈놀이 삼매경에 빠진 서영이에게는 사진 찍자는 제안이 들리지도 않나보다.
우리보다 먼저 도착해서 빙하를 즐기던 다른 2대의 헬기는 이미 먼저 하산했고, 이제 우리도 하산할 차례. 올라갈 때와 마찬가지로 다시 폭스 빙하 마을까지 금방 내려와서는 사무실에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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