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ple TV 2단계 전략... '셋탑은 거들 뿐'
10년 9월 1일, 애플 Apple 의 미디어 이벤트 자리에서 스티브 잡스 Steve Jobs 는 애플의 새로운 제품 line-up을 발표하였다. 별로 새로워 보이지 않는 아이팟 iPod 신제품(?)들이나 아이튠스 iTunes 의 upgrade 따위는 제쳐두고, iTV의 prototype 역할을 할 애플 TV Apple TV 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 보자.
애플 TV는 사실 새로운 제품은 아니다. 40GB HDD가 탑재된 첫 모델이 이미 06년 9월 공개되어 07년 3월에 정식 발매된 제품이다. 아이튠스의 동영상 컨텐츠를 지원하는 셋탑 박스 형태의 단말인 애플 TV는 초기 모델 이후에 160GB 용량의 후속 모델이 출시되어서, 현재까지 판매 중이다. 기능 면에서는 유튜브 YouTube 접속과 영화 대여가 가능하고, 검색이 편리해 지고 에어튠스 AirTunes 탑재 등의 개선이 있었지만, 하드웨어 측면에서의 변경은 없었던 셈이다.
그러나 이번에 공개된 새 모델이 주목받는 이유는 4년만에 등장한 차세대 단말일 뿐만이 아니라, 기존 모델의 시행 착오로부터 얻은 교훈들이 과연 어떤 식으로 반영되었는지가 관심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1. 전략의 핵심은 단순함
애플 TV 새 모델의 가장 큰 특징은 단순함이다. 일반적인 IT 기기들에서 단순함이란 기존 상품의 복잡한 부분을 개선하여 사용자의 편이를 높인다는 것을 뜻하는데, 일반적으로는 단말이 진화할 수록 spec의 상승과 다양한 기능의 통합이 함께한다. 그러나 애플 TV의 새로운 단말은 하드웨어 측면에서 구성 요소 자체를 줄이고, 핵심이 아닌 기능을 배제시켜서 소비자에게는 가장 단순한 기능만을 남겨놓는 전략을 택했다.
이러한 퇴행적 진화의 첫번째는 바로 HDD의 삭제이다. 이로 인하여 컨텐츠를 다운로드 받아서 저장할 수 있는 방법이 아예 없어졌지만, 크기도 크고, 소음과 발열이 심한 부품을 뺀 덕분에 단말의 크기는 종전 대비 75% 가량 줄어들었고, 가격 역시 절반 이상으로 줄일 수 있었다. 애플 측의 설명을 빌리자면 'TV를 시청하면서까지 남은 용량을 따져야 하는 불편으로부터 소비자를 해방시킨' 것이다. PC와 Sync 작업을 해야 했던 기존의 device간 인터페이스 대신, TV와 인터넷을 직접 연결하는 Plug & Play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UI 역시 애플답게 단순하다. 스크린에는 횡으로 배치된 메인 메뉴 5개만이 존재한다. 5개의 개별 메뉴 아래쪽으로는 하위 메뉴가 세로로 나열되어서, 각 하위 메뉴를 선택할 경우 해당하는 화면으로 전환된다.
아이튠스에서 제공하는 영화와 TV 프로그램은 'Movies'와 'TV Shows' 항목에 각각 따로 두었고, 넷플릭스 Netfilx, 유튜브와 같은 다른 온라인 서비스는 'Internet' 항목 아래로 편성했다. 사용자 단말에 저장된 컨텐츠는 향후에 추가될 에어플레이 AirPlay 기능을 통해서 'Computers' 항목에서 검색 가능하게 될 것이다.
HDD의 배제는 디자인 면에서 큰 이점을 가져다 주었지만, 그로 인한 한계 역시 존재한다. 컨텐츠의 녹화는 물론이고, 최근 스마트 TV 쪽에서 중요시되고 있는 TV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방식의 용도 확장이 불가능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구글 Google 이나 삼성, LG 등의 경쟁 업체가 스마트폰과 유사한 성격의 차세대 TV 플랫폼 출시를 계획하고 있는 반면에 애플은 오히려 일반폰 성격의 TV 플랫폼을 들고 나온 셈이다. 아이튠스의 앱스토어 App Store 에 이미 27만개 이상의 App을 보유하고 있는 앱스토어 1위 업체의 전략으로는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Keynote를 맡은 스티브 잡스 CEO는 'TV를 PC 처럼 만드는 것은 일반 소비자의 needs와는 동떨어진 일'이라고 단언했다. TV는 가급적 편안한 비디오 컨텐츠를 즐기기 위한 엔터테인먼트 전용 기기이지, 각종 인터넷 컨텐츠를 검색하며 작업을 하는 용도가 아니라는 의미이다. 물론, 보유하고 있는 App의 대부분이 320*240 크기에 터치 스크린을 장착한 아이폰에 적합한 형태이지, 커다란 TV 화면과는 동떨어진 App이 다수라는 것도 고려한 발언일 것이다.
이전의 글에서 스마트 TV 전략이 넘어야 할 큰 산 중에서 하나가 바로 리모콘 조작에 익숙한 사용자들의 TV 습성이라고 했었고, 또 어떻게든 애플 쪽에서 이에 대한 해답을 내 놓기를 기대한다고 했었는데, 어쨌거나 'All Net Apple TV'에서 첫발은 잘 뗀 것 같아서 기대가 된다.
2. 컨텐츠 저장 공간 vs. 렌탈 시장 게이트
애플 TV의 변화에 의한 또 하나의 제한은 컨텐츠의 소비 방식에 대한 제한이다. 애플 TV의 새로운 모델은 컨텐츠를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이 없기 때문에 기존 애플 TV나 PC에서와 같이 아이튠스에 접속해서 영화 등을 다운로드 하여 HDD에 저장하는 '구매' 방식을 이용할 수 없다. 모든 컨텐츠는 결제한 시점부터 30일, 또는 처음 재생한 시점부터 48시간 동안에 다운로드가 아닌 스트리밍 방식으로만 제공된다. 몇 번을 보든지 회수에 대한 제한은 없으나, 시간이 경과하면 이용권이 만료되는 '대여' 방식인 것이다.
컨텐츠의 '대여'료는 HD 영화 기준으로 $3.99~4.99 이고, TV 프로그램의 경우에는 $0.99 이다. 아이튠스에서 영화에 대한 대여 모델은 기존에도 있었던 것이지만, TV 프로그램에 대한 대여는 처음이다. 현재까지 미국의 주요 미디어 그룹 가운데에서 TV 프로그램의 대여 모델을 허용한 업체는 디즈니 Disney와 뉴스코프 News Corp. 뿐이지만, 어차피 한번 보고 마는 TV 프로그램을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구매'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다른 대형 미디어 그룹 역시 대여 모델을 허용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애플 TV에 TV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로 확정한 채널은 ABC, ABC Family, Fox, 디즈니, BBC America 등이다.)
3. 셋탑은 거들 뿐 - iOS 단말과의 연합
새로운 애플 TV의 매력에 대해서는 아직 회의적이다. 9월 1일 신제품 발표 후에는 대부분 '별로 새로울 것이 없다'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사실 애플 TV 단말 자체만으로는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다른 유사 단말에 많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고, 가격도 압도적으로 저렴한 편이 아니라는 것이 그 이유이다. 그리고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지원하는 소프트웨어 기능 측면에서도 이는 미국 미디어 시장에서는 '기본'일 뿐, 차별화된 서비스라고 볼 수는 없는 형편이다.
하지만, 이러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보는 시점을 조금 넓힌다면 애플 TV의 전략이 옳은 것이라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현재까지 판매된 iOS 탑재 단말은 아이폰 iPhone 을 비롯하여 총 1억 2천만대가 넘고, 앞으로도 하루에 23만대 씩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애플 TV는 이러한 자매 기종의 대체이거나 경쟁의 위치를 점하려는 것이 아니라, 서로 기능을 보완하는 보완재의 역할을 하면서 시장을 늘려 나가려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PC의 아이튠스, Mobile의 아이폰과 아이팟, TV의 애플 TV를 묶는 에어플레이 기술을 연내에 선보여서 3 Screen을 모두 아우르겠다는 선언과도 같은 제품 발표이다.
'Everything in HD'라는 발표가 무색하게 720p의 해상도만을 지원하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우선은 애플 TV의 역할을 사용자의 TV 사용 행태를 변화시키기 위해 침입하는 엔트리급이라고 봐 주고, 1080p의 해상도는 소문이 무성한 iTV에서 기대해 본다.
4. 결론은 컨텐츠야
애플의 열광적인 지지자나 멋진 디자인, 막강한 자매품 line-up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애플 TV의 성패는 컨텐츠의 수급에 달려있다. 'TV는 TV 다워야 한다'는 잡스의 주장처럼 결국 TV 사용자의 호응을 이끌어내야 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 관건은 역시 공급자와 수용자의 needs 충족이고, 그것은 바로 컨텐츠의 공급에 달려있다.
아이팟의 경우 CD 판매량 감소에 위기를 느낀 음반 업계와, 원하는 곡만을 구매하려는 소비자의 needs가 서로 맞물린 상태에서 이를 모두 만족시켜준 아이튠스와의 조합에 의한 결과였고, 아이폰의 경우는 새로운 판로를 원하는 소프트웨어 업계와 이동통신 단말의 용도 확대를 원하는 사용자의 needs를 충족시켜준 앱스토어의 조합에 의한 성공이었다.
하지만, 애플 TV의 경우는 컨텐츠 공급자와 수요자 양쪽 측면에서 뚜렷한 호응을 받을 여지가 적다는 것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컨텐츠 공급자의 측면을 봤을 때, 애플의 대여형 모델에 호응할만한 사업자는 지상파 방송사로 한정되는 것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TV 프로그램의 주 공급자인 지상파 방송사와 유료 채널의 경우 광고 매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컨텐츠 판매 매출을 늘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고무적이긴 하지만, 지상파 방송사와 달리 HBO나 ESPN과 같은 유료 채널은 지역 케이블 사업자에게 판매하는 컨텐츠 매출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이들의 이익에 반하는 애플 TV로의 선회를 쉽게 결정할 수 없다. 게다가 애플 TV의 입장으로서는 지상파 TV 프로그램을 광고와 함께 무료로 제공하는 훌루 Hulu와의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서는 지상파 TV 프로그램이 아닌 유료 채널 컨텐츠를 지원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한편 수요자 측면에서도 장미빛 미래는 아니다. 넷플릭스 등의 선전으로 VoD 등 온라인 비디오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기회겠지만, 사용자들이 대여형 모델을 잘 받아들일 것이 담보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아동용 비디오의 경우에는 대여 방식 보다는 조금 더 돈을 내더라도 구매하여 저장하고서는 보고 싶을 때마다 반복해서 보는 것을 더 원하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구글 진영과 비교하자면 프리미엄 컨텐츠를 확보하기에는 애플 측이 유리한 것이 사실이다. 개방과 공유를 내세우는 구글과 달리 애플은 컨텐츠 공급자에게 수익을 담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애플에게 경쟁자는 구글 진영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당장 9월 1일 애플이 애플 TV를 발표한 다음 날에 아마존 Amazon 은 ABC와 Fox의 TV 프로그램을 99센트에 '구매'할 수 있게 한다는 발표를 하였다. 게다가 아마존 동영상을 지원하는 Ruku HD 셋탑 박스는 역시 넷플릭스를 지원하면서도 가격은 $30 정도 저렴하다.
이와 같은 경쟁사의 즉각적인 대응 역시 사업 모델 측면에서 애플이 넘어야 할 큰 산이 될 수 밖에 없다.
애플 TV는 사실 새로운 제품은 아니다. 40GB HDD가 탑재된 첫 모델이 이미 06년 9월 공개되어 07년 3월에 정식 발매된 제품이다. 아이튠스의 동영상 컨텐츠를 지원하는 셋탑 박스 형태의 단말인 애플 TV는 초기 모델 이후에 160GB 용량의 후속 모델이 출시되어서, 현재까지 판매 중이다. 기능 면에서는 유튜브 YouTube 접속과 영화 대여가 가능하고, 검색이 편리해 지고 에어튠스 AirTunes 탑재 등의 개선이 있었지만, 하드웨어 측면에서의 변경은 없었던 셈이다.
그러나 이번에 공개된 새 모델이 주목받는 이유는 4년만에 등장한 차세대 단말일 뿐만이 아니라, 기존 모델의 시행 착오로부터 얻은 교훈들이 과연 어떤 식으로 반영되었는지가 관심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1. 전략의 핵심은 단순함
애플 TV 새 모델의 가장 큰 특징은 단순함이다. 일반적인 IT 기기들에서 단순함이란 기존 상품의 복잡한 부분을 개선하여 사용자의 편이를 높인다는 것을 뜻하는데, 일반적으로는 단말이 진화할 수록 spec의 상승과 다양한 기능의 통합이 함께한다. 그러나 애플 TV의 새로운 단말은 하드웨어 측면에서 구성 요소 자체를 줄이고, 핵심이 아닌 기능을 배제시켜서 소비자에게는 가장 단순한 기능만을 남겨놓는 전략을 택했다.
Size, Weight 98w * 98d * 23h mm, 0.6 lbs |
Processor Apple A4 Chip |
Video H.264 (up to 720p), MPEG-4, M-JPEG |
Systems WiFi 802.11b/g/n, 10/100 base-T iTunes Store, Netflix Account iTunes Store Home Sharing Account |
Audio HE-AAC, AAC, Protected AAC MP3 (CBR, VBR), AIFF, WAV Audible (2,3,4), Apple Lossless |
|
etc 6 watts Universal Power Supply |
TV-Out HDMI |
Image JPEG, GIF, TIFF |
이러한 퇴행적 진화의 첫번째는 바로 HDD의 삭제이다. 이로 인하여 컨텐츠를 다운로드 받아서 저장할 수 있는 방법이 아예 없어졌지만, 크기도 크고, 소음과 발열이 심한 부품을 뺀 덕분에 단말의 크기는 종전 대비 75% 가량 줄어들었고, 가격 역시 절반 이상으로 줄일 수 있었다. 애플 측의 설명을 빌리자면 'TV를 시청하면서까지 남은 용량을 따져야 하는 불편으로부터 소비자를 해방시킨' 것이다. PC와 Sync 작업을 해야 했던 기존의 device간 인터페이스 대신, TV와 인터넷을 직접 연결하는 Plug & Play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UI 역시 애플답게 단순하다. 스크린에는 횡으로 배치된 메인 메뉴 5개만이 존재한다. 5개의 개별 메뉴 아래쪽으로는 하위 메뉴가 세로로 나열되어서, 각 하위 메뉴를 선택할 경우 해당하는 화면으로 전환된다.
애플 TV의 초기 화면
아이튠스에서 제공하는 영화와 TV 프로그램은 'Movies'와 'TV Shows' 항목에 각각 따로 두었고, 넷플릭스 Netfilx, 유튜브와 같은 다른 온라인 서비스는 'Internet' 항목 아래로 편성했다. 사용자 단말에 저장된 컨텐츠는 향후에 추가될 에어플레이 AirPlay 기능을 통해서 'Computers' 항목에서 검색 가능하게 될 것이다.
HDD의 배제는 디자인 면에서 큰 이점을 가져다 주었지만, 그로 인한 한계 역시 존재한다. 컨텐츠의 녹화는 물론이고, 최근 스마트 TV 쪽에서 중요시되고 있는 TV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방식의 용도 확장이 불가능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구글 Google 이나 삼성, LG 등의 경쟁 업체가 스마트폰과 유사한 성격의 차세대 TV 플랫폼 출시를 계획하고 있는 반면에 애플은 오히려 일반폰 성격의 TV 플랫폼을 들고 나온 셈이다. 아이튠스의 앱스토어 App Store 에 이미 27만개 이상의 App을 보유하고 있는 앱스토어 1위 업체의 전략으로는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Keynote를 맡은 스티브 잡스 CEO는 'TV를 PC 처럼 만드는 것은 일반 소비자의 needs와는 동떨어진 일'이라고 단언했다. TV는 가급적 편안한 비디오 컨텐츠를 즐기기 위한 엔터테인먼트 전용 기기이지, 각종 인터넷 컨텐츠를 검색하며 작업을 하는 용도가 아니라는 의미이다. 물론, 보유하고 있는 App의 대부분이 320*240 크기에 터치 스크린을 장착한 아이폰에 적합한 형태이지, 커다란 TV 화면과는 동떨어진 App이 다수라는 것도 고려한 발언일 것이다.
이전의 글에서 스마트 TV 전략이 넘어야 할 큰 산 중에서 하나가 바로 리모콘 조작에 익숙한 사용자들의 TV 습성이라고 했었고, 또 어떻게든 애플 쪽에서 이에 대한 해답을 내 놓기를 기대한다고 했었는데, 어쨌거나 'All Net Apple TV'에서 첫발은 잘 뗀 것 같아서 기대가 된다.
2. 컨텐츠 저장 공간 vs. 렌탈 시장 게이트
애플 TV의 변화에 의한 또 하나의 제한은 컨텐츠의 소비 방식에 대한 제한이다. 애플 TV의 새로운 모델은 컨텐츠를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이 없기 때문에 기존 애플 TV나 PC에서와 같이 아이튠스에 접속해서 영화 등을 다운로드 하여 HDD에 저장하는 '구매' 방식을 이용할 수 없다. 모든 컨텐츠는 결제한 시점부터 30일, 또는 처음 재생한 시점부터 48시간 동안에 다운로드가 아닌 스트리밍 방식으로만 제공된다. 몇 번을 보든지 회수에 대한 제한은 없으나, 시간이 경과하면 이용권이 만료되는 '대여' 방식인 것이다.
또 하나의 기기가 아니라, 다른 소비 방식
컨텐츠의 '대여'료는 HD 영화 기준으로 $3.99~4.99 이고, TV 프로그램의 경우에는 $0.99 이다. 아이튠스에서 영화에 대한 대여 모델은 기존에도 있었던 것이지만, TV 프로그램에 대한 대여는 처음이다. 현재까지 미국의 주요 미디어 그룹 가운데에서 TV 프로그램의 대여 모델을 허용한 업체는 디즈니 Disney와 뉴스코프 News Corp. 뿐이지만, 어차피 한번 보고 마는 TV 프로그램을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구매'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다른 대형 미디어 그룹 역시 대여 모델을 허용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애플 TV에 TV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로 확정한 채널은 ABC, ABC Family, Fox, 디즈니, BBC America 등이다.)
3. 셋탑은 거들 뿐 - iOS 단말과의 연합
새로운 애플 TV의 매력에 대해서는 아직 회의적이다. 9월 1일 신제품 발표 후에는 대부분 '별로 새로울 것이 없다'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사실 애플 TV 단말 자체만으로는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다른 유사 단말에 많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고, 가격도 압도적으로 저렴한 편이 아니라는 것이 그 이유이다. 그리고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지원하는 소프트웨어 기능 측면에서도 이는 미국 미디어 시장에서는 '기본'일 뿐, 차별화된 서비스라고 볼 수는 없는 형편이다.
하지만, 이러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보는 시점을 조금 넓힌다면 애플 TV의 전략이 옳은 것이라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현재까지 판매된 iOS 탑재 단말은 아이폰 iPhone 을 비롯하여 총 1억 2천만대가 넘고, 앞으로도 하루에 23만대 씩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애플 TV는 이러한 자매 기종의 대체이거나 경쟁의 위치를 점하려는 것이 아니라, 서로 기능을 보완하는 보완재의 역할을 하면서 시장을 늘려 나가려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PC의 아이튠스, Mobile의 아이폰과 아이팟, TV의 애플 TV를 묶는 에어플레이 기술을 연내에 선보여서 3 Screen을 모두 아우르겠다는 선언과도 같은 제품 발표이다.
뭐, 이런 식으로....
'Everything in HD'라는 발표가 무색하게 720p의 해상도만을 지원하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우선은 애플 TV의 역할을 사용자의 TV 사용 행태를 변화시키기 위해 침입하는 엔트리급이라고 봐 주고, 1080p의 해상도는 소문이 무성한 iTV에서 기대해 본다.
4. 결론은 컨텐츠야
애플의 열광적인 지지자나 멋진 디자인, 막강한 자매품 line-up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애플 TV의 성패는 컨텐츠의 수급에 달려있다. 'TV는 TV 다워야 한다'는 잡스의 주장처럼 결국 TV 사용자의 호응을 이끌어내야 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 관건은 역시 공급자와 수용자의 needs 충족이고, 그것은 바로 컨텐츠의 공급에 달려있다.
아이팟의 경우 CD 판매량 감소에 위기를 느낀 음반 업계와, 원하는 곡만을 구매하려는 소비자의 needs가 서로 맞물린 상태에서 이를 모두 만족시켜준 아이튠스와의 조합에 의한 결과였고, 아이폰의 경우는 새로운 판로를 원하는 소프트웨어 업계와 이동통신 단말의 용도 확대를 원하는 사용자의 needs를 충족시켜준 앱스토어의 조합에 의한 성공이었다.
하지만, 애플 TV의 경우는 컨텐츠 공급자와 수요자 양쪽 측면에서 뚜렷한 호응을 받을 여지가 적다는 것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컨텐츠 공급자의 측면을 봤을 때, 애플의 대여형 모델에 호응할만한 사업자는 지상파 방송사로 한정되는 것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TV 프로그램의 주 공급자인 지상파 방송사와 유료 채널의 경우 광고 매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컨텐츠 판매 매출을 늘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고무적이긴 하지만, 지상파 방송사와 달리 HBO나 ESPN과 같은 유료 채널은 지역 케이블 사업자에게 판매하는 컨텐츠 매출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이들의 이익에 반하는 애플 TV로의 선회를 쉽게 결정할 수 없다. 게다가 애플 TV의 입장으로서는 지상파 TV 프로그램을 광고와 함께 무료로 제공하는 훌루 Hulu와의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서는 지상파 TV 프로그램이 아닌 유료 채널 컨텐츠를 지원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한편 수요자 측면에서도 장미빛 미래는 아니다. 넷플릭스 등의 선전으로 VoD 등 온라인 비디오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기회겠지만, 사용자들이 대여형 모델을 잘 받아들일 것이 담보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아동용 비디오의 경우에는 대여 방식 보다는 조금 더 돈을 내더라도 구매하여 저장하고서는 보고 싶을 때마다 반복해서 보는 것을 더 원하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구글 진영과 비교하자면 프리미엄 컨텐츠를 확보하기에는 애플 측이 유리한 것이 사실이다. 개방과 공유를 내세우는 구글과 달리 애플은 컨텐츠 공급자에게 수익을 담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애플에게 경쟁자는 구글 진영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당장 9월 1일 애플이 애플 TV를 발표한 다음 날에 아마존 Amazon 은 ABC와 Fox의 TV 프로그램을 99센트에 '구매'할 수 있게 한다는 발표를 하였다. 게다가 아마존 동영상을 지원하는 Ruku HD 셋탑 박스는 역시 넷플릭스를 지원하면서도 가격은 $30 정도 저렴하다.
이와 같은 경쟁사의 즉각적인 대응 역시 사업 모델 측면에서 애플이 넘어야 할 큰 산이 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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