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가 되는 연주곡이란. 'This here is Bobby Timmons'
2009년 지하철을 타고 회사를 다니던 당시 있었던 일을 다시 옮겨온 글이다.
거의 2년만에 지하철에서 책을 읽었다.
PMP 라는 놈을 갖게 된 이후로 지하철에서는 아무런 저항 없이 흘러 들어오는 영화를 섭취하다보니, 영화를 보는 그 외에 책을 읽게 되는 일이 거의 없었던 2년이었다.
영화라는 것은 눈 뿐이 아니라, 귀 역시도 집중을 기울여야 하는 매체이다보니, 예전 책을 읽을 때면 늘상 따라오던 음악 역시 내 주변에서 사라지게 된지도 이제 2년이 되어가는 것이다.
한달전 쯤인가.
무의미한 영화 섭취의 반복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영화 보는 것이 조금씩 지겨워졌다.
하지만 지하철에서는 여전히 PMP를 들고 TV 연예 오락 프로그램을 시청한 다든가, 최근에는 새로 장만한 아이폰에 RSS 리더를 설치하여 구독한 몇 개의 article 을 보거나, 그것도 아니면 더 무의미한 Web 서핑을 하거나 한다.
그 전날 술을 많이 먹어서 정신을 차리지 못할 때에는, 그런 정신 상태로는 무언가를 읽을 수 있을 집중력이 없어서 멍하니 Podcast 에서 받아 놓은 '두시탈출 컬투쇼' 의 만담을 들을 때도 있다.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독서의 시간을 대비하기 위하여 아이폰에 앨범을 몇 개 저장을 해 놓고는 있었다. 물론 가방에 책도 한 권 정도 넣어가지고 다닌다. 그러나 그 책과 음악에는 좀처럼 손과 귀가 가지 않았던 그런 시절이었다.
아마 이 날도 술을 마셔서 도저히 책을 읽을 만한 정신 상태는 아니었나보다.
무슨 마음을 먹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아이폰에 저장된 앨범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였다. 한동안 귀를 놓고 있었던 오랫만의 Jazz 앨범이다.
Bobby Timmons 의 'This here is Bobby Timmons' 앨범
오랫만에 들어보는 피아노 연주 bob 음악은 술에 지친 내 몸을 치유해 주었다. 제 정신을 차리고 들어보니, 그다지 변칙적이지 않은 Standard Bob 이었는데, 그 날 그 장소에서 들었던 그 앨범은 Keith Jarrett의 피아노 같이 몽환적인 분위기였다.
꽤 오랫만에 지하철에서 음악을 듣는 경험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그 전날 먹은 술에 취해있었던 뇌의 상태 때문인지
하루키 村上春樹 가 'Buena Vista Social Club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을 봤을 때 치유되는 느낌이라고 썼던 것을 어느 정도 공감하게 되었는데, 이런 느낌은 아마도 평생에 있어서 좀처럼 경험하기 힘든 일 일 것이리라. 그리고 나는그날 그 지하철 안에서 그 느낌을 경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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