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s 스위스 여행 10. 융프라우요흐로 오르는 열차 여행
'02.2.2 (쥬네브 현지 시각)
융프라우요흐 Jungfraujoch 에 오르는 길은 인터라켄 Interlaken 으로부터 시작된다. 어찌보면 이 곳은 거대한 융프라우요흐를 등반하기 위한 베이스캠프 같다고나 할까?
인터라켄이라는 지명이 유명하기 때문에 융프라우 Jungfrau 봉을 포함한 아이거 Eiger 봉 등의 산들이 모두 인터라켄이라는 지역에 포함된 것인 줄 알았는데, 여행책을 보니 인터라켄은 산 아래쪽에 있는 작은 도시의 이름이고, 실제로 융프라우 봉을 포함한 이 지역을 아우르는 이름은 베르너 오버란트 Berner Oberland 란다. 하지만, 누구에게 얘기하거나 물어볼 때에는 베르너 오버란트라는 이름보다는 인터라켄이라고 얘기하는 것이 빠르지 않을까 싶다.
인터라켄 지역에는 오스트 Ost 역과 베스트 West 역, 두 개의 역이 열차로는 3분 거리로 있는데, 융프라우요흐 등으로 오르는 등산 열차의 대부분은 인터라켄 오스트 역에서 출발한다.
우리가 베른 Bern 에서 갈아타고 온 열차도 오스트 역으로 들어왔고, 여기 오스트 역에서 플랫폼을 갈아타고 융프라우 철도 Jungfrau railway 에서 운영하는 등산 열차를 타야 한다.
(융프라우 요흐까지의 열차 정보는 http://www.jungfrau.ch/de/unternehmen/bahnen/jungfraubahn/portraet 에서 확인 가능하다.)
인터라켄 오스트에서 BOB Die Berner Oberland-Bahn 열차를 타고 20분 정도 오르면 라우터브루넨 Lauterbrunnen 역이다.
라우터브루넨에는 슈타우바흐 폭포 Der Staubbachfall 와 트뤼멜바흐 폭포 Die Trummelbachfalle 등이 볼거리라고는 하는데 시간 여유는 없다. 기차에서 슈타우바흐 폭포를 볼 수 있었다. 이 폭포는 유럽에서 두 번째로 높은 폭포라고 하는데, 지나치는게 아쉬웠지만, 그래도 열차 안에서나마 멀리서 볼 수 있었다.
인터라켄 오스트에서 라우터브루넨역 말고 그린덴발트 Grindenbald 를 경유할 수도 있다. 산의 오른쪽 능선을 따라 오르면 라우터브루넨으로, 왼쪽 능선을 따르면 그린델발트로 가는 코스다. 우리가 산 열차표는 아무거나 탈 수 있게 되어 있으니 올라갈 때, 내려올 때 다른 코스로 탈 수 있다. 유효 기간도 한달이라 아무 때나 타면 된다.
라우터브루넨에서 WAB Die Wengernalpbanh 열차를 타고 약 1시간 정도를 더 오르면 클라이네 샤이덱 Kleine Scheidegg 역에 도착한다. 이 역은 해발 고도 2,061m 에 위치하고, 여름에는 푸른 초원을 볼 수 있고, 겨울에는 스키장으로 변신한다. 라우터브루넨이나 그린덴발트, 어느 방향에서 올라오건 클라이네 샤이덱 역에 도착하게 되고, 융프라우요흐에 도착하기 바로 전 역이다.
우리 일행을 비롯한 관광객 몇 명은 계속해서 융프라우요흐로 향하는 융프라우반 Jungfraubahn 열차를 타고 가는데, 열차에 탄 상당수는 크라이네 샤이덱 역에 내려서 스키를 즐긴다. 융프라우요흐로 오르는 사람보다 스키를 타러 가는 사람이 훨씬 많다. 아마도 시즌권 열차표를 사서 계속 스키를 타는게 아닐까 싶다. 오래 머물며 스키를 즐기다가 그 중 하루 융프라우요흐에 오르기도 하겠지.
우리는 하루 코스로 잠깐 들른지라 클라이네 샤이덱 역에 내리지 않고, 융프라우반으로 갈아타고 계속해서 융프라우요흐로 향한다. 전망을 보기 위해서는 오른쪽 자리에 앉는 것이 좋다.
50분 정도 융프라우반으로 오르면 융프라우요흐에 도착한다. 해발 고도 4,158m 의 융프라우는 이 산의 가장 높은 봉우리 이름이고, 고도 역시 봉우리의 가장 높은 곳 기준이다. 융프라우요흐라고 뒤에 붙는 요흐는 우리나라 말로 치면 목어깨다. 예를 들자면 지리산의 장터목 대피소에 붙어 있는 '목'이다. 융프라우가 처녀라는 뜻이니 직역하면 처녀목 정도가 되겠다.
그리고 바로 이 곳까지 기차로 오를 수 있다. 융프라우요흐 역의 해발 고도는 3,454m 이다.
역에서 기차를 내리면 두 가지 코스가 있다. 오른쪽으로 가면 로비가 나오는데, 여기가 바로 그 유명한 신라면 판매소이다. 그리고 레스토랑과 얼음 궁전으로 갈 수 있는데, 천성이 가난한지라 레스토랑은 가보지 못하고, 레스토랑을 지나서 얼음 궁전으로 향했다.
얼음 궁전이라기 보다는 그냥 얼음 동굴이라고 하는 것이 나을 듯 한데, 일부러 만들어낸 동굴이라기 보다는 전망대로 가는 길을 내기 위해서 빙하를 뚫어놓은 것이다. 동굴 중간 중간에 얼음으로 만든 조각상들이 있지만, 전시장이라기 보다는 통로의 역할이 더 큰 것 같다.
얼음 동굴을 통과해서 밖으로 나가면 알레치 빙하 Aletsch gletscher 를 볼 수 있는 플라토 Plateau 전망대가 있다.
해발 3,480m 의 플라토 전망대에서는 실제 빙하를 밟아볼 수도 있고, 여름에는 트래킹을 하는 시작점이기도 하여 전망대라기 보다는 빙하의 초입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기차를 내려서 반대쪽인 왼쪽으로 가면 긴 지하 통로 끝에 전망대로 오르는 고속 엘리베이터가 있다. 이 엘리베이터를 타면 플라토 전망대보다 높은, 해발 고도 3,571m 의 스핑크스 Sphinx 전망대에 오르게 된다.
운송 수단을 타고서 손쉽게 오를 수 있는 높이로는 유럽 내에서 가장 높은 곳이고, 그래서인지 전망대의 벽면 중앙에 'Top of Europe' 이라고 자랑스럽게 써 붙여놨다.
전망대의 한켠에는 16년간의 공사 기간을 거쳐서 1912년에 완공을 이끌었던 아돌프 구에르-첼러 Adolf Guyer-Zeller 의 공적을 기념하기 위한 미니어쳐가 전시되어 있다.
땅을 짚고 선 기준으로는 생애 가장 높은 곳에 도달한 기분을 만끽하면서 저 멀리 이딸리아 Italiana 를 바라보면서 이 출장의 마지막을 아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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